<퇴근길영화인문학 4주차 후기> 우리는 영화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청량리
2020-04-05 22:04
383

 

오늘은 프랑스 시적사실주의 영화들과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을 중심으로 봤다.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나고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가 등장했으나 나치즘의 등장으로 곧 사라지게 되고,

유럽은 다시 2차 세계대전(1939~1945)에 다시 휩싸이게 된다.

시적 사실주의와 네오리얼리즘은 이러한 30~40년대 혼란의 시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만들어진 영화들 중

비교적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 프랑스 영화와 이탈리아 영화들을 일컫는다.

시적 사실주의 영화들 중에서 장 비고의 '라 틀란타', 장 르누아르의 '위대한 환상' 그리고 '게임의 규칙' 등의

명장면들을 살펴보았다. 사실 현실을 시적이지 않다. 게다가 이제 곧 또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현실은 '시적'인 것과는 더욱 모순되어 보인다.

왜냐하면 사실주의 혹은 리얼리즘이 외부세계를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는 반면,

시적인 표현은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드러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적 사실주의 영화들의 특징을 서정적인 영상과 시적인 대사로 꼽는다.

결국 암울하고 어두운 현실을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고다르와 드뤼포를 비롯한 누벨바그 감독들의 정신적 아버지이자,

 <카이에 뒤 시네마>를 만든 앙드레 바쟁이 애정을 쏟은 인물이 바로

시적 사실주의 대표감독인 장 르누아르다.  바쟁은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을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과 함께 최고의 영화 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시적 사실주의라는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듯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그들의 영화에서 시적인 공통점을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 장면은 영화 <게임의 규칙>의 사냥장면이다. 귀족들의 유희를 보여주는 사냥장면을 보면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즉석에서 함께 찾아봤다.

역시나 귀족계층들이 할 일 없이 총을 쏘며 즐기는 장면이었다.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대표작인 <자전거도둑>에 대해서는 추후 필름이다에 발제문을 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50~60년대를 지나면서 비평가들 사이에서 논의되었던 작가주의 영화들을 몇편 봤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페데리코 펠리니의 <8 과 1/2>,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확대>(비디오 출시는 <욕망>)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산딸기>와 <제7의 봉인> 등을 봤다.

그 중 <8과 1/2>의 초반 3분 장면은 압권이었다. 주인공이 앉아 있는 자동차 좌석은 보이지만 정작 그의 얼굴은 안 보인다.

그러면서 답답한 차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질식하기 직전 그는 자동차 지붕으로 탈출하여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해변에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는 바로 자기자신이었다.

 

 

또한 안토니오니의 <확대 (원제 : BLOW UP)>의 마지막 장면 역시 계속 잔상이 남았다.

마지막에 주인공 귀에 들리는 공소리는 사실일까, 아닐까? 아니면 그건 중요하지 않는 걸까?

(갑자기 컬러 화면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음 주 부터는 컬러시대의 영화들이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은 <명장면으로 영화읽기>다.

많은 영화들의 명장면을 중심으로 그 영화에 대해 읽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면들은 그 자체로 완결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는 반면

또 어떤 영화들은 전체를 살펴봐야 비로소 그 장면의 의미가 다가온 것들도 있었다.

게다가 무성영화 시대를 지나면서, 대사에도 많은 비중이 실리기 때문에 번역된 자막도 매우 필요함을 느꼈다.

우리는 세미나에서 그 영화 자체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영화는 매개일 뿐, 세미나에서 우리들의 대화는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현실문제에 대한 영화적 대화라고나 할까?

 

 

 

댓글 4
  • 2020-04-06 19:26

    시간을 따라가며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네요
    조금 아쉬운 것은 이야기를 더할 입이죠ㅋ

  • 2020-04-07 09:06

    시적 사실주의와 네오리얼리즘의 차이가 뭔지 궁금하네요.
    둘다 사실주의인데...
    사실주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현실을 더 직시하려는 사조일텐데,
    이 앞에 '시적'과 '네오'가 붙어버리는 건
    그만큼 현실이 직시하기 괴로울 정도로 비참해서인가요?

    • 2020-04-08 09:09

      시적사실주의는 1930년대부터 전쟁 이전 40년대 전반의 프랑스 영화의 경향중 하나를 말해요.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영화적 언어의 시적 감수성을 통해 일상적 삶을 변형시켰다고 합니다.
      ‘사회적 판타지’라고 부르기도 했대요.
      자크 프레베르와 같은 뛰어난 문호들이 영화에 적극 가담하여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는 점도 작용을 할 거에요.
      반면에 네오리얼리즘은 2차세계대전 후의 이탈리아 현실을 고발하는 면이 강합니다.
      전쟁기간과 파시스트시절의 선전영화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면도 있었지요.
      시적사실주의와는 다르게 일상적 삶의 피폐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경향을 보이게 되지요.
      저희도 시적이라는 표현이 사실주의 앞에 붙은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 2020-04-10 21:44

    늦게나마 후기를 더하면 책을 읽고, 각 사조에 맞는 띠우님과 청량리님의 글을 따라 읽으며 각각의 영화 흐름에 이야기하는 형식은 입체적인 느낌의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느틈에 반 넘게 걸어온길 계속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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