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영화인문학 첫날 후기> 이날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띠우
2020-03-15 20:54
279

퇴근길 영화인문학 스타트~~

 

 

알고 보니 시우와 동갑인 인재하님, 알고 보니 녹색당 진성일님은 알지만 청실장님은 몰랐던 이윤호님ㅋ, 

두 분의 신청으로 이 어려운 상황에 영화인문학을 시작했습니다. 성별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문탁에서 공부하면서 저만 성별이 다른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니 언어의 쓰임새가 저와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살짝, 아주 살짝 했습니다. 게다가 연령대가 다양하면 서로의 시각이 조금씩 엇나가는 지점이 있기도 해요. 그런 엇나감이 리듬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분들 같습니다.

 

 

첫날은 영화인문학 시즌1에 대한 전반적은 소개와 초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화인문학이 앞으로 시간과 언어를 통해 사회를 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시즌 1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영화역사와 미학』을 중심으로, 초기 영화를 리얼리즘과 표현주의의 흐름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리얼리즘은 크게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형태로 발전합니다. 그 중 극영화 형태가 고전 헐리우드에서 상업영화의 형태로 발전해 간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프랑스의 네오리얼리즘이나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진보적인 계열로 분리 확장되어가지요.

 

마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출발한 표현주의는 모더니즘, 초현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아방가르드적 실험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특징은 1920년대와 1960년대에 두드러지는데, 전자가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영향과 맞물린다면 후자는 주류영화의 연속적인 내러티브 미학에 반대하는 운동과 반전, 평화, 인권, 여성운동이 결합하면서 일어났지요.

 

이 시대 영화 중에서 버스터 키튼의 <셜록2세>를 보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감독과 영화였지요. 찰리채플린 영화들은 누구나 한 두편 보셨겠지요? 그에 반해 키튼은 몇 장의 사진과 말로만 듣던 감독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전부 키가 참 작아요... 유튜브에서 키튼의 편집된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성룡이 떠오릅니다.

 

 

 

저는 코미디계의 원로 남철, 남성남도 떠오르더군요. 20년대 영화 속에서 현재가 보이는 겁니다. 옆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전염되서 웃고, 내 웃음소리에 웃고.... 이걸 말로 해서 알까요? 무르나우의 <일출>을 보던 때를 떠올려보세요ㅎㅎ

 

 

두 번째 영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1920년대에서 시간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2013년... 3분이 조금 넘는 영상을 보는 동안 <셜록2세>와는 다른 당혹감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흑백에서 확 달라진 색감에 대한 이미지도 신선함과 불쾌함으로 나뉘어지더군요.

 

시간이 훌쩍 지나다보니 봉준호의 <지리멸렬>을 볼 시간이 부족했습니만, 두 분이 끝까지 보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우리는 일부를 보려던 계획을 바꿔 전체를 다 보았습니다. 봉준호의 문제의식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지막 소감을 듣고 첫 시간을 마쳤습니다. 책이 아닌 영상을 텍스트로 해서 세상을 보는 방법이 흥미롭다는 의견도 있었고, 영화를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함께 비평을 하는 재미가 색다르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글을 쓰는 것도 아주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하시네요.

 

다음주에는 1930년대로 떠나봅니다. 제가 싫어했던 서부극과 좋아하는 미스터리가 한꺼번에 찾아오네요.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를 조금씩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살짝 알려드리자면, 독일표현주의의 대가 프리츠랑의 <메트로폴리스>, 공포영화의 원형 <프랑켄슈타인>, 히치콕의 <사보타주>, 그 유명한 존 포드와 존 웨인의 <역마차> 등등을 함께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문탁 분들의 호응이 그다지 없어서 내심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첫 시간을 마치고 나니, 그냥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이렇게 본다는 것은 새로울 것 없는 세상에서 맛보는 또 다른 새로움입니다. 어떻게 보냐구요? 같이 보면서 말하고 웃고 떠들며 세상을 읽고 다시 세상을 살아가는 겁니다. 극장에서, 혹은 집에서 각자가 자기 안에 갇혀서 보는 영화가 아니라 열린 상영회라고 봐야겠네요. 퇴근길 영화인문학에서는 아직도 함께 떠들 사람 모십니다~

댓글 5
  • 2020-03-15 21:36

    오~

    브라보2.jpg

  • 2020-03-15 21:56

    호호^^ 그 '문탁 분' 두 분이서 또 다른 두 분이 영화를 통해 문턱을 넘어 '문탁 분' 으로 변하는 과정을 느끼게 될지도^^
    가끔 꽂히는 영화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 2020-03-18 09:16

    인재호군은 퇴근길에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구요,

    이윤호님은 낮에 하는 책모임이 아니라, 밤에 영화모임에 보니 새롭네요.

    책보다는 영화를 더 많이 보는 세미나의 '귀인'들이십니다.

    다음 시간에는 존 포드감독의 <역마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퇴근길 영화관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________^

    언제라도 문의주세요.

  • 2020-03-18 15:12

    와~~ 역마차!! 존 웨인 보고싶다
    저는 예전에 서부영화를 엄청시리 좋아했어요. 미스테리는 그닥~ㅋㅋㅋ. 제가 좀 단순해서리~~
    멋진 남자와 예쁜 여자, 거친 서부, 빠른 총놀림 그리고 그 고독한 외로운 자유, 빠질 수 없는 것이 서부 영화음악

  • 2020-03-25 23:43

    첫번째 후기를 늦게 올립니다. 한달간 재택 근무 중이라 일과 사적 공간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후기를 남길 시간도 없네요. 첫번째 참석시 조촐하지만 일반 인문학보다는 가벼움을 기대한 것보다는 무거웠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대화를 하였습니다. 집에서는 집중해서 영화를 짧게라도 4편을 볼 수가 없지만, 다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특히 봉준호 감독님의 데뷔작인 '지리멸렬'을 모두 보게되어 기뻤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의 부조리와 현상을 20여년 지나 보니 현재의 그의 시각이 결코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님을 알 게 되었습니다. 청량리님과 띠우님의 해박한 영화 해설과 인재하님의 성숙한 말씀에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앞으로의 시간도 기대가 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제 처가 사람 많은 곳 가지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매주 어떻게 피해가야할지도 또 하나의 숙제이네요. 청량리님, 띠우님 준비해주셔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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