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 별건가> 야행성개선프로젝트 12시엔 자기 마지막회(revised)
둥글레
2020-08-11 09:48
292
잠깐 멎은 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해 덕인지, 어제부터 챙겨먹은 비타민 D 덕인지 꿀꿀했던 기분이 걷히고 <양생이 별건가?> 마지막회를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글은 6개월간의 이 실험을 충분히 정리하는 글이 못된 것 같다.
<양생이 별건가?>가 진행되는 내내 나의 자세는 ‘수동적’이었다. 자기가 정해 놓고 왜 거기에 저항하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친구가 말할 정도였다. 맞다! ‘12시전에는 잠들기’는 내가 정했다. 다만 나는 좀 열어놓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시간을 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에 12시로 정한 것이었다. (그때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ㅜㅜ) 어떤 기준이 정해지니 그것이 금기나 규칙처럼 내게는 다가왔다. 그럼에도 ‘키’는 나에게 있었다. 12시가 싫으면 처음 내가 정한 대로 좀 느슨하게 내 수면 패턴과 아침의 일과를 살펴보고 싶다는 것으로 가도 되었을 텐데... 누가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키가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상을 받고 싶었나? ㅋㅋ)
아닌 게 아니라 나 나름대로는 ‘일찍 일어나 글쓰기’로 바꿔보려는 노력도 했다. 하지만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매달 이 성과에 대한 어떤 글을 써내야 한다는 생각과 맞물려서 시야가 좁아졌다. 양생 프로젝트에서 공부한 (헬레니즘 로마시대의) 자기수양, 아스케시스(고행, 훈련) 등의 개념들도 내 시야를 트이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사이 나를 옥죄였다. 결국 나는 이 개념들에 다 동의할 수 없었다. 푸코 공부의 끝에서 나의 결론은 ‘아스케시스는 방편이고,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억압하는 권력관계에 계속 저항하자’ 였다.
이 저항이 바로 능동성일 것이다. 내 사주에는 나를 극하는 성질인 ‘관성’이 부재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능동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권력관계는 우리 삶에 늘 있다. 그런데 이 관계가 강하게 작동될 때 나는 ‘키’를 상대에게 주고 만다. 즉 상대 탓을 하는 것이다. <양생이 별건가?>를 진행하는 내내 나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힌 저항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만든 ‘유령’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금기나 규칙이 아닌데 그렇다고 여겼다. 유령은 나를 억눌렀고 움츠리게 했다. 어쩌면 나에겐 이 ‘유령’이 이 실험의 결과가 아닐까?
오늘 새벽에 에코팀에 책을 주려고 꺼낸 공효진의 <<공책>>을 오랫만에 다시 떠들어 봤다. 연예인이라서 조금만 안지켜도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서 자신의 환경에 대한 의견과 실천을 과감히 책으로 냈다. 그녀는 완벽할 순 없지만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난 그녀에게 자극받아 이후 <<노임팩트맨>>을 비롯해 각종 환경관련 책을 읽으며 여러 실천들을 했었다. 그녀의 ‘용기’가 다시 생각났다. 용기가 능동성을 만든다. 자유를 생성한다. 또 다른 내가 되게 한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요샌 나도 예전처럼 2시, 3시 넘기지 못한다. 끽해 1시만 넘겨도 헤롱거린다. 여전히 나는 좀 더 일찍 자서 저녁시간의 집중력을 아침시간으로 옮겨와 보고 싶다. 몸 건강을 위해서도 그게 훨 낫다. 양생의 실천은 다양하다. 무엇을 정해서 그것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만이 양생이 아닐 것이고, 다른 모든 사람에겐 좋아도 나에겐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왕 <인문약방>도 열었으니 뻔하지 않은 양생에 대한 다양한 실험, 실천을 해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유령들을 만나게 되겠지... 뭐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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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이 별 게 아닌 게 아닌 것 같네!! 양생 쉽지 않아요^^
양생과 관련한 우리의 좌충우돌...
이 또한 지나갈겁니다요~~
그땐 그랬다고 우아하게 추억할 그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