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차 후기 '세勢'

토용
2021-08-16 00:28
176

한비자 법가 사상의 키워드는 법法・술術・세勢이다.

한비자는 상앙의 ‘법’을 바탕으로 그의 법 개념을 발전시킨다. 법은 단지 상벌이 중심이 된 가혹한 처벌과 공평한 법 적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체 사회의 제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개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실행 주체는 군주이다. 군주가 어떻게 관료 제도를 구성하고 관리들을 통제할 것인가?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한비자는 신불해의 ‘술’에서 얻는다. 군주가 신하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자신의 통제 밑에 완전히 두기 위해서는 군주의 술수가 필요하다. 관리들을 서로 염탐하고 비난하게 한다. 능력에 따라 관직을 주고, 관직의 이름과 임무의 실제 내용이 맞는지 잘 따져본다. 그리고 군주의 의중은 절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법과 술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한비자는 신도의 ‘세’를 가져온다. 강제적으로 행사한다고 해서 권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위세는 군주가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는 법과 관리를 통제하는 술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궁극적 원천이 된다. 이 때 군주의 위세는 카리스마적 위세가 아니다. 군주 개인이 가진 인격 차원의 위세가 아니다. 위세는 개별 군주들이 가지는 것이지만 위세의 진정한 원천은 왕권이지 왕이 아니다.

 

이번 세미나의 주된 토론 내용은 바로 이 ‘세’와 관련된 것이었다.

여울아님의 의문은 한비자가 세를 법술보다 한 단계 높은 입장에서 종합했다고 하는 가이즈카 시게키의 평가에 있었다. <난세>편을 보면 한비는 세의 완성을 법에 의탁함으로써, 오히려 세가 법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어째서 시게키는 위계가 있다고 설명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도의 논쟁자들』에서 그레이엄은 이 세를 권력기반이라고 정의하고, 이것은 분명하게 정의된 법의 엄격한 집행이라고 하였다. 군주가 자신이 가진 왕권을 기반으로 하여 두 손에 쥔 무기, 상벌을 제대로 행사할 때 나라는 다스려진다. 세를 권력기반으로 본다면 가이즈카 시게키가 세를 법과 술을 아우르는, 위계적으로 위에 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가마솥님은 이재용씨의 가석방에 대해 법가적 관점에서 분석을 했다. 형식적인 법 적용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상을 주었는데, 이는 법가적 관점에서 본다면 상벌의 엄격함을 침해한 것이다. 또 법무부 장관의 건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 대통령은 이미 스스로 통치하는 세를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한비자는 세는 사람이 설정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법 제도를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질의 군주 정도만 된다면 누구나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순이라서 다스려지고 걸주라서 망한 것이 아니다.

‘좋은 말과 단단한 수레를 오십 리마다 하나씩 두고 중질의 마부로 하여금 그것을 부리도록 하면 하루에 천리를 이를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시스템만 잘 갖춰 놓으면 누가 군주의 자리에 앉아도 나라가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군주가 바지 사장이 아닌 이상, 군주가 법술을 운용하는 능력도 중요할텐데 중질 정도로 가능할까?

내 생각에는 카리스마를 가진 군주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법가의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진시황이 법가의 이론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고 자신의 통치기반으로 삼았지만, 불과 그 다음 세대에 망하고 만다. 법가 제도가 본궤도에 오르기에는 진시황의 통치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일까? 아니면 2세황제는 중질의 군주조차 되지 못한 것일까?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관료제도는 이후 2000년간 중국 왕조들의 통치기반이 되었으니 한비자의 염원은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 2
  • 2021-08-16 01:30

    <도의 논쟁자들> 이번 주 텍스트니깐 염두에 두고 읽어볼게요. 저는 여전히 시게키의 견해에 손을 들어줄 수 없네요. 

     

    한비자의 법술세 종합이란 법으로만도 안되고 술만을도 안 되고 세만으로도 안된다... 이 셋을 잘 운용해야 한다 것. 

    그렇다면 여기에 위계를 굳이?? 남은 기간 동안 원문에서 근거를 찾아보자. 

     

    그리고 한비자가 중질의 군주를 주장하는 이유는 중질의 군주라면 법술을 잘 운용해서 세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굳이 성군을 기다릴 필요없다...  중질이면 술수를 부리기 어려우냐? 그렇다면 성군이어야 술수를 잘 부리냐?

    뭐 이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중질의 군주, 중질의 군주가 만드는 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세미나가 9회차 중 중후반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의 질문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데, 가장 큰 관심은
    사람이냐 제도냐? 뭐가 더 중요하냐로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생각은??

     

  • 2021-08-16 12:24

    어주 옛날에 한비자 읽으며 법이냐 술이냐 세냐...야바위 고르듯 고민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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