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 시즌2> 부엔 비비르 2 후기

스르륵
2019-07-29 08:42
267

  올 한해, ‘편하고 마음불편 한 처지라 나름 근신하고 있던 중 나도 모르게 스르륵~ 손인문학을 신청했다.


  평소 쓰는, 아니 쓰는 능력 있는 부류에 속하지 못한다는 꼬리표를 스스로에게 붙이고 (특히나 문탁에서) 자신감 없이 살고 있던 터였기 때문일까. 아님 편한 몸을 걍 보고 있기 심술나서 였을까?~!#@ 허나 세미나를 시작하며 여하튼 새삼스레 깨달았던 것 중 하나는 나도 과거에 본래적 능력비스무리한 걸 많이 발휘하고 살았다는 것! 가방도 만들고, 옷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심지어 가구도 만들던 리즈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구들을 사 모으는 것이 그 어떤 쇼핑보다 행복하고, ‘작업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나도 나름 거시기 했었다!

 

  그런데 왜 난 과 멀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항시 생각했던 것일까. 왜 지금은 재봉틀 실 꿰기도 안 되는 것일까.

쓰자고 하면 겁부터나고 귀차니즘부터 발동될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시작된 손인문학 세미나는 마지막 전시를 빼면 두 번이 남았다. 좀 할() 만하면 떠나야 된다고, 이제 좀 서로 대화가 무르익는다 싶으니 이별이다!!!

이번 시간을 마지막으로 여수댁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머지 시간을 참석하지 못하게 되셨다. 그러나 또 뵐 수 있을 테니...

 

  이번 시간에는 좀 이른(?) 휴가를 떠나신 곰곰샘과 줄리샘을 제외하고, 달팽이, 띠우, 파란달, 새은, 도도, 주연, 여수댁 이 함께 했다. 저번 시간에 이어 '부엔 비비르' 6장에서 9- 배병삼의 '한 칸의 사이', 박경미의 '근대의 확실성을 넘어서', 신영복샘의 '양복과 재봉틀', 더글러스 러미스의 ' 제로 성장을 환영한다' -'석기 시대 경제학' 1장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좋은 삶'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앞선 텍스트인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 가'와 연장선상에 있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석기시대의 경제학은 1장이었지만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다들 훗날을 도모하(읽으)리라 다짐하시는듯..했다. (맞죠?^^ ) 

 

  텍스트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실린 글들이 서로 많은 연결되는 지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향원같은 지식인이 되지 않기 위해 통절하게 성찰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일리치가 가지고 있었다는 덕목, 'ascesis'(정신적- 비판적 수련 능력)과 다르지 않았고, 이는 또 탈정- 탈문맥하여 기계에 대한 환상뿐만 아니라 근대의 삶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래 능력 회복'과 연결되는 '장자의 기계론'과도 연결되었다.

그 본래적 능력은 모든 것이 자원화 되어버린 '희소성의 세계'에서 탄생한 '호모에코노미쿠스'가 가지지 못한 능력일 것이고, 또 냉혹하고 약탈적으로 성장과 발전에만 탐닉하는 지금 우리의 제로성장 시대와 겹쳐졌다.

 

  하여, 내 고민의 근본 원인과 마지막 귀결점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이랄까 또는 삶의 필연적인 한계를 자기 온몸으로 통과해내기를 거부하는 불안한 내가 있었고, 욕망을 금지당하는 금욕주의가 아니라 일과 성공, 발전, 소비적 욕망에만 매몰되어 있는 진정한 우리 시대의 '금욕주의'에 포섭된 무감각한 내가 있었다.

그래서 일상과 노동하는 삶을 긴박하게연결하기를 일찌감치 포기한 게으른우리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걍 도전한다.^^ ‘나중에 아는어리석은 에피메테우스적인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우연과 불확실성에 자신을 맡기는 용기를 발휘하려 한다.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원래의 계획에 완벽히 다가가지 못하더라도, 손과 발이  귀찮고 고생스럽더라도 다음시간엔, 또 앞으로는 ‘쓸모를 탄생시키는 수작업에 돌입하려 한다.


  나이 때문인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어서 인지 큰일을 벌리는 건 여전히 싫다. 신박한 아이디어도 더더군다나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무감각하게 소비만 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가 되는 건 더더욱 싫기에, 눈은 침침하지만 계속해서 손과 발을 애써 움직여 보려한다.

하다 보면 어찌 되겠지 ~~~~~~


    

댓글 5
  • 2019-07-29 09:21

    ㅋㅋ 손인문학 시즌2 는 스르륵의

    손의 기억을 되살릴듯

    다음 작업시간을 기대하시오 ㅎㅎ

  • 2019-07-29 09:56

    손인문학 원초적 풍요사회 후기입니다.

     

    이 책은 수렵채집 민들의 삶보다 농경사회의 기술적 발전이 저장의 용이성과 함께 생계영역에서는 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비 생계 영역에서도 그러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으로의 전개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수렵채집 민들은 풍부한 자원으로 인하여 짧은 시간의 노동력과 삶의 질적인 여유를 누리고 있어 생계영역과 비 생계 영역에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결론을 말하고 싶어 한다.

    이전의 책인 부엔 비비르에서도 소박한 삶에 관하여 논하고 일리치의 모든 책들이 다수의 소박한 삶에서 오는 전반적인 풍요와 노동 가치의 균등한 분배 또는 사회 발전에서 오는 양극화의 폐단, 쓸모 있는 삶의 추구 방향 등을 말하고 있다.

     

    나또한 그들을 이해했고, 세계 인류의 행복한 삶과 생태계 존엄과 미래 인간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잠시의 착각을 하였다.

    나는 그런 인류학적인 인간이 아님을 원초적 풍요사회를 읽고 발제를 하던 순간까지도 세미나를 참석하던 때도 몰랐다.

    그러나 달팽이 샘이 수렵채집 민들은 이동의 용이성 때문에 그랬죠하는 순간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기 작업장은 가마부터 집기들까지 어마어마한 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장의 이사를 20년 도자기 인생동안 5번이나 하였고, 집 이사는 20년 결혼 생활동안 10번이 넘었다. 수도 없는 여행과 떠돌이 생활은 자연스레 소박한 짐들로 이어졌고, 다수의 가치 있는 삶과 같은 인류애 보다는 나의 편의성에 의하여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거대한 참 가치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은 다른 나로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 이었다.

    손 인문학의 대주제인 소박한 삶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 2019-07-29 10:04

      여수댁님 도자기 장인 이셨군요^^ 멋짐~~~

  • 2019-07-29 19:30

    스르륵님과 여수댁님은 

    말을 나눌 때와 글을 보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ㅎㅎㅎ 좋다는 말이에요~

    저에게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후기들입니다.

    스르륵님과의 손작업이 기대되는 한편

    여수댁님과의 짧은 만남이 아쉽기만 합니다~ 

    언제고 다시 만나겠죠^^

  • 2019-07-30 21:46

    스르륵 님의 리즈 시절이 그려지네요^^

    시절인연이 닿아 손인문학 2에서 일리치의 책도 함께 읽고 나누고,

    소소한 손작업들도 더불어 경험해볼 수 있어 의미 있었어요.

    두 번 남은  수업시간 동안 이뤄질 스르륵 님의 쓸모있는 수작업이 한껏 기대됩니다.

    여수댁 님은 도자기를 빚는 유목민이셨군요^^

    어떤 형태의 도자기들일까! 호기심이 일렁이네요. ㅋ

    하는 작업들 더욱 건투하시길~ 그리고 항상 건강하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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