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 시즌2> 부엔 비비르 1-5장 후기

도도
2019-07-22 15:23
306

오랜만의 발제. 

2015년 문탁의 인문학 축제에 사용했던 '부엔 비비르-좋은 삶' 교재는 좋은 삶에 관한 글들 모음이다. 

좋은 삶? 어떤 삶이 좋은 것인가. 삶에 좋음과 나쁨을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삶에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에 살짝 반감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반 일리치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윤구병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그리고 '부엔 비비르' 를 읽었다. 

일련의 글들을 읽으면서 내 안에 정체성 혼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을 의심하자. 전문화 분업화된 현대 사회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결핍, 가난을 강요하고 있다. 

음. 그런가. 기술은 내 삶을 편리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었던것이 아닌가. 

그동안 나는 기술을 갈고 닦아 좀더 정교하게 좀더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내 청춘을 바치지 않았던가. 

내가 해 왔던 일들은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  아니었던가. 

어쩌면 나 또한 정신적 맹목 상태였을까. 

인류역사에 몇번의 홀로코스트가 있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류가 제대로된 반성을 한 적은 없었다. 

귄터 안더스는 우리가 상상력의 결핍상태라고 한다. 상상력? 무엇을 상상하는 능력? 겪어보지 않아도 겪은 것처럼 상상하는 것인가. 

내가 아프지 않아도 피해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만 당면한 사태를 직시하고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자 하는 정신적인 힘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태양에너지가, 수력발전이, 지력발전이 원자력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냥 막연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태양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 수력, 지력이든 우리가 발전의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 한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 

발전을 지양하고 성장을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성장 일변도의 교육을 받고 자라 소비의 즐거움에 젖어 살아온 인생이라 변화가 쉽지는 않겠다. 가끔은 전등을 끄고 침묵속에서 마쓰시다 류이치씨의 '어둠의 사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부터 해볼까. 

부엔 비비르.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정부에서 이를 명기한 헌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다수 민족의 삶을 인정하고 자연의 권리까지도 법제화하여 삶에 끌어들인 삶인가 보다. 묵자의 위민이 아니라 맹자의 여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도 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삶이란 어쩌면 인간다운 삶. 인간이 인간답게. 물신주의에서 벗어나서 공동체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즐거움이 가득한 매일을 살 수 있는 삶이 아닐까. 사람은 무엇을 위해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이므로. 

*다음 시간에는 스르륵 님의 '부엔 비비르' 6-9장 발제와 석기시대경제학 1장 발제가 있습니다. 

댓글 3
  • 2019-07-22 16:32

    좋은 삶, 나쁜 삶, 너의 삶, 나의 삶이 따로 있지 않겠지요?

    여기 지금 우리의 삶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것일테고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우리의 세미나가 우리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지 

    살피자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요?

    지난 시간 도도님이 한 챕터씩 꼼꼼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이끌어 주어서 우리 삶이 

    좋은 방향으로 살짝 옮겨 갔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ㅋㅋㅋㅋ

  • 2019-07-24 15:07

    발제, 간식, 진행 그리고 후기까지 ᆢ넘 멋져요 도도샘 !

  • 2019-07-30 21:59

    도도 님의 발제와 사회를 꼬옥 들어보고 싶었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러니 후기를 더욱 꼼꼼하게 읽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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