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 시즌2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두번째 후기

곰곰
2019-07-05 15:57
265

오늘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두번째 시간입니다. 



발제는 파란달님이 맡아 주셨고 간식도 파란달님이 맡아 주셨어요. 

그리고 오늘 진행도… 파란달님이 맡아주신 것 같네요. ㅋㅋㅋ


결국 저는 짝궁을 잘 만난 걸로요… ㅎㅎㅎ 이 자리를 빌어 스페셜 땡쓰 투 파란달님 🙂


스크린샷 2019-07-05 오후 3.29.40.png


사실 이 책은 이효리가 읽는 책으로 한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제목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문탁에서는 언제나 핫하신 일리치의 저작이라 예전부터 책장에 꽂혀 있기는 했는데 

드.디.어. 그것도 손인문학 세미나에서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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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치는 성장 지향의 산업 사회, 그 사회를 지탱하는 전문가들과 산업적 도구들이 야기하는 문제점들을 얘기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자율성! 그것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지배하는 현대의 주요 제도들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애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반생산성’이라는 부조리를 낳게 되며 인간의 자율적 행동은 마비되고


많은 사람들은 현대화된 가난의 좌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저항이 없는 이유는, 이 체제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힘 때문이다.



첫째, 인간은 소비자로 태어났고 그렇기 때문에 상품을 통해서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이다. 


일리치는 반생산성이 생기는 원인이 


상품 최우선의 환경에서 인간이 아무런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마비 현상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방식, 즉 외부의 문제(자원고갈, 공해문제 등의 부정적 외부효과)나 


포화의 문제(상품이 제 기능을 못하고 막혀버린 상태)로 돌려서는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사람들은 자율성이 잃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은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돈과 상품으로만 해결하려 든다.  



둘째, 도구라는 것이 시장 지향적 제도를 위한 것(산업적 도구)이 되면서 


공생의 조건을 아무 위험없이 파괴할 수 있다는 환상이다. 


진정한 ‘기술진보’란 사용가치를 더 자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 


좀더 많은 사용자가 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야 하는데,


흔히 우리는 기술진보를 좀더 전문성이 필요한 것,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니


그 개념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적 도구가 아니라 자율적 도구이다. 


하지만 사회의 진보 방향이 잘못 설정 되었기 때문에 자율적 도구의 활용과 발전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성장의 한계마저도 전문가에게 기대야 한다는 환상이다. 


우리는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만이 자유라 생각하고 그것이 없으면 자유와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권리를 추구하면 자동으로 자유가 보장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 권리를 전문가가 정의할 권한을 갖게 되면서 우리의 자유는 사라져 버렸다.


전문가들이 설정하는 성장의 한계는 산업 사회의 생명 연장 방식일 뿐이고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로 향할 뿐이다. 



각각의 다양하고 독특한 삶의 방식이 있었을 때에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글로벌화 되면서 세계 어디를 가나 획일적인 상품을 추구하고 그것을 사지 못하면 소외되는 


현대적 가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품 소비에 중독되고 삶의 능력과 균형 감각이 마비된 현대인들에게 


다른 삶의 형태, 절제하는 생활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절제하는 삶이라는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조차 소비 트렌드가 되고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할 뿐이다.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미니멀한 상품들을 걸치기만 해서 되는 문제는 절-대 아니다.   



예전에는 옷부터 집짓기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일상이지만,


전통의 지혜, 삶의 기술들은 평가절하 되었고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고급 취미의 영역이 되거나 


가난한 자들의 생존 수단으로서의 노동 영역으로 양극화 되었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주어진 일을 최대한 잘해 내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데만 급급해


  삶 주변을 돌볼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은 잃어가고 있다. 


일상의 기술, 생존의 기술, 삶의 기술은 배울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혼자 하는 외로움’과 ‘함께 하는 어려움’ 사이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함께 하는 즐거움은 있지만, 관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아 혼자 하게 된다고. 


그런데 사람이 피곤해 혼자를 택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그리워 하게 된다고. 


그러고 보니 요즘은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을 정말 많이 잃은 것 같다고.  


심지어 기업에서는 사람 간 관계 조정을 위해 별도의 전문가를 따로 두기도 한단다. 


이제는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점차 많아지고 그만큼 타인은 더 필요 없어지는 형국이니  


‘혼자’와 ‘함께’ 사이의 접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거기에 걸맞게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본 사람은 없지만 모두가 당연시 알고 있는 소위 ‘인생 매뉴얼’이라는 게 존재하고 


거기에 맞춰 사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한 사람, 잘 사는 사람이 된다.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도 있어야 하고 집과 자동차는 기본이며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노후를 위한 보험/연금도 든든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산업사회가, 그리고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불안과 필요들에 쉽게 현혹되어


자꾸 불안해하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생각만 앞선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거기 맞춰 살려고 열심히 일한다.  

 


일리치는 그런 전문가가 끼워넣는 필요에 부딪힐 때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부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표준화된 상품과 무기력한 노동으로 시민을 훈련시키려 하는 이들 불온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더욱이 반생산성이라는 명백한 증거로 인해 전문가의 권력이 위협 받자, 

그들은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하면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린다. 


전문가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정의로운 전문가가, 새로운 전문가가 필요해지면서


통제는 더 촘촘해지고 의존은 더 심해진다. 



우리는 우리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확실성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당연하다는 것이 당위성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지금처럼 무심코 따르다보면 우리의 자율성은 더욱 마비되고 해체될 것이며 

오로지 상품세계라는 감옥에 갇힌 수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다음 시간에는 발효빵 만들기를 합니다. 

준비물은 앞치마와 각자 간단하게 먹을 샌드위치 재료입니다. 

다음 주엔 2층 카페에서 만나요~ ^^


댓글 5
  • 2019-07-05 20:00

    곰곰샘의 자연스런 세미나 진행방식, 완전 제 스탈이지말입니다 ㅎㅎ

  • 2019-07-05 20:43

    ㅋ 효리가 이 책을 읽었군요~! 제법 진지한 표정인걸요~

    사회를 본 기억이 당췌 없는데~ 어찌 사회를 봤다하는지~ ㅎ

    띠우님의 좋은 질문으로 '포화와 마비'에 대해 다시금 짚고 이야기 나누고,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곰곰님의 일목요연한 글힘이 어제 함께 나눈 내용들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곰곰님의 글쓰기 방식은 완전 제 스탈이지말입니다 ㅎㅎ

  • 2019-07-06 01:06

    곰곰님, 꼼꼼하고 빠른 후기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미나를 열심히 하는 일? ㅎㅎㅎ

    그리고 뜬금없지만...지적이고 아름다운 분들과 공부하는 느낌이에요ㅋㅋ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저는 좋습니다^^

    어느새 시즌 절반이 훌쩍 넘어가네요.

    다음주엔 은주, 여수댁님도 함께~^^

  • 2019-07-06 23:12

    파란달님의 꼼꼼한 발제 참 좋았었는데

    곰곰님의 꼼꼼한 후기도 참 좋군요.

    일리치처럼 급진적이진 못해도 

    즐겁게 천천히 조금씩 쓸모있어지도록 해 봅시다 ㅋㅋ

    그리고 파란달님 발제도 첨부해주셔요

    • 2019-07-07 11:00

      발제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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