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주명리> 첫번째 시간 [인트로] 후기- 나의 언어로 운명을 새롭게 해석하라

먼불빛
2020-07-28 00:38
602

푸코가 끝나고 바로 사주명리로 들어가는 첫날입니다.

[운명의 해석, 사주명리]의 저자인 안도균 선생님은 ‘문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분이랍니다.

문탁이라는 이름이 10년 갈거라고 했다는데, 내년이 10년이니 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실까요?

 

이날은 본격적인 사주명리의 해석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사주명리를 공부하는 우리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나 철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저는 이말이 참 좋았습니다.

사주라고 하는 것은 주어진 운명을 맞추는게 아니라 구성하는것이다(스토리텔링 같은 것)”

 

사람은 다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같은 사주를 가지고 있어도(사주의 여덟글자가 똑같은 사람이 전국에서 약 50~100명 정도는 된데요..) 그의 본태적 환경과 그 속에서의 다양한 수많은 힘들, 욕망, 우연과 변수들이 시절인연을 만나 운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은 사주의 사람이라도 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결정론적인 맞추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맞추기는 사제권력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갇힘으로서 존재의 확장 가능성을 좁히는 꼴이 된다고 합니다.

사주명리를 공부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윤리적 태도인 것 같습니다.

‘맞추는게 아니’라 ‘구성한다’는 말에 열려있는 다양한 가능성.

주체는 생산되는 것이라는 푸코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천간과 지지 22개 글자와 그 중 여덟글자로 표현되는 사주와 명리의 분류체계와 구조화는 자칫 사유를 제한하고 존재를 규정해버리는 결정적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파악하고 알아감으로서 주체의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시그널과 기회를 능동적으로 포착해내기 위한 전략으로서 이것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랬을 때 사주명리의 창조적 가치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하튼 우리는 매일 선생님의 책과 텍스트를 오가며 표란 표는 다 줄줄줄 외워야 한답니다.

그래야 창조적으로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겠지요.

외우고, 배워가면서 주먹구구식으로라도 자기 사주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것, 남들의 수많은 언어로 규정되었던 나를 자신의 새로운 해석으로, 자신의 더 많은 언어로 규정을 해버리면 그 과정 속에서 단한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자신을 깨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이 공부는 왠지 푸코의 공부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왜 양생프로젝트에 푸코가 있고 사주명리가 있는지 알 것 같아요.

이번엔 소리 지르지 않고 두눈 부릅뜨고 통과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주명리를 공부하는 것은 순환하는 우주로서 개개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순환하지 않는 곳에서 질병이 생기고 유동성이 막힌 곳에서 운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고 합니다.

운명의 유동이란 결국 개운과 용신인데 나에게 꼭 필요한 기운, 내가 써야할 기운과 방향성을 뜻합니다.

이 유동의 전략으로서 용신과 개운법은 매우 창조적인 과정이며, 거기엔 좌절로 빠지지 않는 지속적인 성찰과 상투적인 희망에 도취되지 않는 잔잔한 삶의 추동이 동반된다

참으로 설레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상태는 부처님 득도의 경지가 아닐까요?

저런 상태가 나에게도 올 수 있을까요?

좌절이나 절망, 희망 또한 모두 서열화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가 배제된 잔잔한 삶의 추동, 일희일비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정동을 잘 다스리는 유동의 전략을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찾는 것을 오솔길의 자전거 타기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겉으로는 고요해보이지만 그 안에는 페달을 쉬지않고 열심히 밟으며 논두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여 천천히 가는 그런 자전거타기, 그것을 고요한 양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양생일까요?

 

여하튼 롸잇 나우 사주명리 표 외우고 공부하고 주먹구구식 해석의 세계로 출발해봅니다~~

댓글 5
  • 2020-07-28 11:35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시간이 야기하는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간직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고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76)

    “서사는 다양한 경험,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논리도 정합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하는 미메시스적 활동이다....서사 정체성은 말하는 사람의 자기 경험에 대한 해석이며, 그가 자기 삶을 어떻게 주제화하는가를 보여주는 구성적 행위의 결과이다.” (79)

    “서사정체성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의 실증성이 아니라, 그 스토리를 말하는 개인의 ‘삶의 의미’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실증적 사실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의미를 구성한다. 또한 서사정체성은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현재적 관심과 기대지평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79)

    이 모두가 "주체와 타자, 그리고 정의의 환대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금요일에 특강을 오시는, 그동안 문탁에서 게릴라 세미나가 진행되었던, 김애령샘의 <듣기의 윤리>에 나오는 부분이야요.

    도담샘이 혹시 이 책을 보신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도담샘 강의를 김애령샘의 안내에 따라 리쾨르 식으로 풀어보면

    사주팔자는 결정된 운명이 아니라 존재를 탐구하는 입구, 혹은 존재를 이해하는 8개의 특이점이다.
    그러니 사주팔자는 명사가 아니라 "사주팔자를 읽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로 엮다)라는 동사, 수행적 행위이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경험을 해석하면서 매번 나를 재구성한다.

    뭐 이 정도가 될 듯^^

    어쨌든 중요한 것은 박스를 외우는 것!!!!!!

  • 2020-07-28 13:29

    사주명리학과 창의성을 강조하며 사주명리학에 대한 기존의 해석틀에 저항하고자 하는 도담샘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첫강의였어요!! 뭐 일단 외워봅시다!

  • 2020-07-28 23:36

    도담샘 강의 첨으로 들었는데... 다른 사주명리 강의와는 많이 달랐어요.
    어느 순간 사주명리를 더 공부해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유동하기 위해 , 변화하기 위해, 새로워지기 위해, 해체되기 위해...
    내 사주를, 내 삶을 탐구하기 위해
    다시 사주명리를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어졌어요.

  • 2020-07-29 11:04

    저 역시도 제삶을 사주팔자로 구성해보는것에 꽂혀 시작했던 사주명리였는데 어느순간 길흉만 따지려고만 하고있더라고요. 용신쓰기는 커녕 언제 용신운이 오냐~~
    이번강의는 사주명리를 공부하기전 명심해야할 스스로의 에토스인거같아요~~!

  • 2020-07-29 12:51

    도담샘의 1주차 강의를 듣고난 뒤,
    사주명리와 푸코 철학 사이에 나름의 다리를 놓아보기 위해 문탁샘 강의록과 푸코 책을 다시 읽어 보고 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이번엔 귀신의 집을 빠져나온 것 같지만은 않겠죠??ㅎㅎ
    그 전에...표를 외우자...표를 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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