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미니에세이데이 후기

코스모스
2020-07-20 10:22
440

5년 쯤 전에 사주명리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누드글쓰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때 동학들의 글을 읽고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너무나 진솔하고 너무나 진지한 친구들의 글을 보니 적당히 나를 까고 적당히 글을 쓴 자신이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저는 수년전 그날처럼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늦게까지 글을 올리지 못한 탓에 맨 마지막 순번에 배치 되었는데 앞선 친구들의 글을 보면서 차라리 써 오지를 말걸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바쁘고 아프고 힘들다는 이유로 내내 참석하는데 의미를 두고 써오는데만 급급하여 제자가 아니라 임차인으로 임하면서 제자되기를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을 정의와 미소님의 에세이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쌓여있는 읽을거리를 핑계로 대충읽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책읽기를 관성으로 해오고 있다는 것을 먼불빛님이 진솔한 불빛으로 비춰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초희의 에세이는 말로만 또는 생각으로만 하는 자기배려, 자기 수련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씩 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초심을 떠올리게 하는 진솔함이 주는 매력에 아마 모두가 감동하고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린님은 호연지기와 아스케시스를 엮어서 글을 써오셨는데 제 기억으로는 가장 질문을 많이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문탁샘이 이 주제로 쓰지 말라고 했음에도 주제를 바꾸지 않는 지조를 보이셨는데 역시나 동양고전을 공부한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졌었습니다. 

사실 저는 일단 맹자왈 공자왈에 관심이 안가고 글도 어려운 터라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기린샘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새털님은 비판없는 자기배려에 대한 의심을 던지며 견유주의에 대해 흥미로운 글을 써 오셨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막막함에 부딪히는 저는 늘 새털의 글쓰기 능력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같은 토론조였던 코투님은 직장에서 일을 글로 담아 오셨는데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사주명리나 걷기 명상등을 통해 함께 나누고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귀여운 새은은 귀엽게, 힙합청년 우현은 대항품행을  그들다운 방식으로 훌륭하게 풀어냈습니다.

 

물방울, 콩땅, 루틴, 스르륵, 무사, 매실, 둥글레, 라라,  뿔옹은 자신의 삶에 푸코를 훌륭하게 들여다 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온전히 현재를 살기위한 자기수련의 테크네를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그것이 푸코의 자기 배려의 주된 맥락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미시적인 것이더라도 일단은 그것으로 되었다고 여기렵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이번 양생프로젝트에서는 특히나 더 저한테는 플라톤보다 플루타르코스나 세네카보다  그리고 천재성을 의심할 수 없는 푸코보다 동학들이 그야말로 진정한 스승인 것 같습니다. 

이런 동학들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두에게 진정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절치부심 속끓고 애닳아 가면서 살피고

또 달래면서 에너자이저도 아니면서 늘 에너지를

분출해 내시는

문탁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

 

 

 

물론 앞으로도 그리 잘할 자신은 없지만

진정성있는 후기로 조금이나마

부채감을 덜어보고 싶은 코스모스가

눈 부셨던^^ 우리의 1학기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댓글 14
  • 2020-07-20 11:30

    동학이 스승이라는 말에 한표!!
    저도 에세이데이에 문득 그걸 느꼈어요....

  • 2020-07-20 11:45

    아.. 코스모스님도 알아듣는 공자왈 맹자왈을 쓸 수 있는 그날까지 애써보겠습니다^^
    사주명리는 코스모스님이 많~이 가르쳐 주세요^^
    애쓰셨습니다~ 모두^^

  • 2020-07-20 12:37

    코스모스쌤~ 진정성 있는 멋진 후기 눈부셔요~~~ㅎㅎ

    끝나고 나야 보이는 것들이 항상 있는거 같아요. 동학님들의 에세이 같이 읽으며 뭉클뭉클 했습니다. 너무 자주하고픈 예식(?)은 절대 아니지만 필요는 한 예식?ㅎㅎ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2020-07-20 13:05

    코스모스가 왠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 ㅎㅎㅎ 감동적인 후기였어요~

  • 2020-07-20 13:16

    이렇게 정성어리고 눈부신 후기라니요^^삶을 녹여낸, 소중한 글 나눠주신 동학분들께 감사합니다. 함께 공부한다는 건 이런 거군요^^앞으로도 죽~ 함께 공부하고 싶습니다~

  • 2020-07-20 14:01

    주말내내 맘이 참 따뜻했습니다~
    동학이 스승이며 철학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자리였습니다^^

  • 2020-07-20 14:49

    텍스트는 어려울지라도 함께한 동학님들 덕에
    재밌게 공부했네용!
    다들 수고많으셨습니다아

  • 2020-07-20 15:09

    다들 고생하셨고, 2학기 사주명리도 즐겁게 하시길. ^^

  • 2020-07-20 16:41

    허덕이며 마친 푸코수업~~
    그래도 혼자서는 절대 못할일을 함께하니 끝낼수 있었네요~
    2학기도 기대되네요^^

  • 2020-07-20 17:25

    여운이 오래 남는 에세이데이였네요
    감동의 여운이 무엇으로부터 왔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것을 경청하면서
    글로만 읽었을 때는 감지되지 않았던 생생함과 행간에 스며있는 각자의 고민과 분투가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내 모습을 보며 울컥하기도 했고,
    저는 무심히 지나쳤던 지점을 동학의 글을 통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각자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다르지만 함께 같이 걸어 온 (쫌 험한)길이었기에 더 찐한 공감과 동지애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끝까지 읽지 못했거나 않았을 책이지만
    문탁샘과 동학들 덕에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치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저 산을 넘은 건가?
    하는 이 느낌은 뭘까요?
    다시 한 번 찬찬히 걸어 보고 싶은 산이네요.^^

    코스모스샘의 후기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다 있어서
    딱히 더 드릴 말씀은 없사오나...
    그래도 명색이 후기 당번이라 조장님의 은근한 압력을 느끼며 몇 자 적었습니다.

    • 2020-07-20 17:37

      ㅋㅋㅋ 그 조장의 압력을 ^^ 느끼고 쓴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ㅋㅋ

  • 2020-07-21 18:15

    뜨거운 우정의 댓글들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마 모두들 이런 마음일거라 생각합니다만~~

    1553766302968.jpg

  • 2020-07-21 22:21

    함께 공부하고 함께 고민한 시간들이라 좋았습니다.
    푸알못으로 시작해서 조금이나마 얻은 것이 있으니 너무나 소중합니다. 코스모스님의 후기도 넘 감동입니다. ^^
    2학기도 함께 양생해요~~~

  • 2020-07-23 05:37

    고된 날들이었지만 그런만큼 여운이 남습니다. 다시 한번...찐하게 공부하고픈 미련을 조금 뒤로하고 사주명리로 양생프로젝트의 중반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후기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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