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 글쓰기 3회 - 배려하는 마음

토용
2020-09-02 15:06
212

배려하는 마음

 

子曰 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멀리 놀러가지 말라. 놀러갈 때는 반드시 갈 곳을 정해야 한다.” (리인 19장)

 

카톡. 카톡. 늦은 밤 카톡 소리가 울려댄다. 아마도 남편일 것이다. ‘음... 이제 귀가하나보네.’ 남편은 50세를 넘어가면서부터 안하던 행동을 하나 하기 시작했다. 술 마시고 귀가할 때 연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역 전철 탑승’ ‘광화문 버스 탑승’ 이런 식이다. 술에 취한 강도에 따라 카톡은 점점 늘어나기도 한다. ‘현재 판교역’ ‘미금역 하차’ 등등 중계방송을 한다. 사실 남편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별일 없이 집에 잘 들어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이런 문자를 받았을 때 좀 의아했다. ‘왜 안하던 행동을?’ 가끔은 조용한 밤에 울리는 카톡 소리에 깜짝 놀랄 때도 있어서 그냥 조용히 귀가했으면 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의문은 우연히 풀렸다. 어느 날 내가 공부할 때 남편이 이 문장을 보더니, “공자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네? 내가 그래서 술 마시면 꼭 연락하는거야. 어디에 있는지 언제 귀가하는지 알리느라고.”

 

이 문장은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효도임을 말하고 있다. 당시는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해서 먼 거리를 하루 만에 오고갈 수 없었으니, 너무 멀리 떠나 있으면 집에 돌아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또 부모에게 말한 곳을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없어서 걱정을 끼쳤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휴대폰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연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불통인 자녀들 때문에 속 끓이는 엄마들을 가끔 본다. 나도 딸이랑 이런 문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었다. 새벽 1시가 넘어 귀가한 딸에게 몇 마디 말을 하기 시작하자, 도리어 딸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얘기하다보면 늦을 수도 있지 그것도 이해 못해주느냐면서 화를 냈다. 문제는 귀가 시간이 아니라 연락이 없었던 것에 있다고 하자 수긍을 하는 눈치였다. 적어도 밤늦게 귀가할 때는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위해 현재 어디에 있고 언제쯤 들어갈 것이라고 연락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었던 시절, 난 길게 줄이 늘어선 공중전화 앞에서 엄마한테 늦는다고 전화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렸다. 지금은 문자하나 보내는데 10초면 충분한데도 그걸 안 한다. 이런 말을 해봤자 ‘라떼는 말이야~’ 소리를 들으니 씁쓸하다.

 

부모의 걱정을 잔소리와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자식들이 공자의 저 말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늦은 밤 어디에 있고, 언제 귀가할지 알리는 문제는 간섭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은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같이 사는 부모 또는 가족에 대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효도는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에게 조금 마음을 쓰는 것이면 충분하다. 예 또한 행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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