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 글쓰기 2회 -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

인디언
2020-08-28 19:21
285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

 

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공야장 13장)

자로는 좋은 말을 듣고 그것을 아직 실천하지 못했는데, 행여 다른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

 

   처음에 이 문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자로가?’ 였다. 자로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용감한 사람이다. 그런데 두려워하다니? 그것도 뭔가 더 배우는 것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두려워했다고(恐은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두려워한다는 의미)?

공자 학당의 나이 많은 제자 자로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솔직한 사람이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경솔하게 나섰다가 꾸지람을 듣기도 하지만 아니다 싶으면 스승에게도 주저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한다. 옳은 일을 과감히 실천하는 용기는 오히려 과한 면이 있어 제명에 죽지 못할까 걱정시킬 정도다.

  스승과 고상하고 멋있게 시를 논하지는 못하지만 제자들의 포부를 묻는 스승의 질문에 자로는 비싼 차를 친구들과 함께 타고 고급 옷을 친구들과 나눠입다가 그것들이 망가져도 섭섭해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이 포부라고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생각하는 자로의 너무나 실질적인 응답이다.

‘仁’을 실천하는 ‘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자의 가르침을 생각하다보면 과연 가까이 갈 수나 있는 걸까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자로의 이런 말을 접하면 정말 위로가 된다. 이런 자로니까 뭔가 좋은 것을 배우면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데 미처 실천하기도 전에 또 다른 좋은 것을 배우게 될까봐 두려워했겠지. 그러니까 ‘더 배우는 것’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배운 것을 ‘실천하지 못할까봐’ 두려워 한 것이다. 공자의 진짜 제자가 아닌가!

 

  얼마 전 각자 집에 있는 좋은 책들을 모아서 서로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중고장터가 있었다. 책을 고르려고 책장을 찬찬히 훑어보니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꽤 있다. 읽지도 않을 책을 왜 샀을까? 물론 살 때는 읽겠다고 생각했겠지. 아니면 당장 읽을 건 아니지만 친구들이 읽고 있으니 나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고전공부를 주로 하는 내 책장에 참 다양한 책들이 있다. 맑스도 있고 스피노자도 있고 푸코도 있고 니체도 있고 루쉰도 있고 그리스철학 책들까지 ……

  공부를 하다보면 결국에는 비슷하게 통하는 결론에 이를 때가 많다.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하는 공부다보니 그런 스승들의 책을 통해 하는 공부가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갖고 공부를 해도 자신의 생각과 삶에 변화를 줄 수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로 자신이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하기만 한다면. 그런데도 친구들이 이런 세미나를 하면 나도 이런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저런 강좌를 들으면 저런 공부도 하고 싶다 하며 욕심을 부린다. 하던 것이나 잘하면 될 걸 말이다.

 

  공자는 배우라고 가르친다. 그 배움은 지식이 아니라 실천이다. 자로는 그 실천을 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새 책을 사기 전에 보던 책 끝까지 잘 읽고, 이것 저것 기웃거리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기. 자로를 본받아보자.

댓글 2
  • 2020-08-29 07:10

    제일 두려운 것이 더 배우는 거라는 우직한 자로, 공자의 10 대 제자 자격이 있습니다. 인디언님의 다짐을 본 받아 '미필未畢 도서 총량제'를 실시할까합니다. 한 권 죽여야지 새 책 한 권... ㅎ.

  • 2020-08-31 21:13

    저는 자로의 심정을 이해 할 것 같아요
    지금의 문명으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자꾸만 뭔가를 배우라고 하니까요...예를 들면 줌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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