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 글쓰기 1회 같이 먹던 즐거움을 기억하다

기린
2020-08-21 20:03
291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천하의 일에 있어 꼭 해야 하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도 없으니, 의를 따를 뿐이다.”

子曰 :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리인-10)

 

 코로나가 기세가 대단하다. 연일 확진자수를 갈아치우고 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공동체도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공동밥상이 문을 닫았다 ㅠ.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공동체에서는 같이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끼리 매일 점심을 차려서 함께 먹는다. 밥을 하는 사람은 물론 같이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다. 자신이 세미나가 없는 날 하루 공간에 나와서 밥을 하고 있다. 그렇게 차려진 밥상에서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으며 천하에 흘러 다니는 소식들을 때로는 도란도란 때로는 왁자지껄 나눈다. 그러면서 서로서로 잘 살고 있나 살피기도 하고 짬짜미 재밌는 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또 그런 밥상을 함께 받으면서 우리는 대부분 웃음이 웃음으로 전염되는 시간을 함께 누렸다. 더구나 나는 이 공동밥상이 무탈하게 차려질 수 있도록 살피는 매니저 일을 하는 자리에서 그 끝도 없는 즐거움을 배로 느끼며 산다. 그 밥상을 차리는 일이 멈추었다. 다 코로나 때문이다. 2차 대유행이라는 심각한 때를 맞아 더 이상 담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이렇게 되자 공자님의 저 말씀이 새삼 눈에 밟힌다. 왜냐고? 나는 그동안 공동밥상의 매니저로서 공동 밥상이 차려지지 못하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無莫)” 쪽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자고 전전긍긍하는 나 때문에 친구들을 몹시 괴롭히는 지경에 이른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지켜온 기풍이 코로나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천하에 꼭 해야 하는 것도 없고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도 없구나. 세상에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어서 공자님은 나처럼 굳건하게 고수하려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씀을 남기셨네. 물론 공동밥상의 즐거움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은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상황의 변수에 더 유연해지지 못하고 절대(適,莫)를 고집하는 것이 치우치게 되는 위험도 경계한 말씀이다. 물론 해결책도 말씀하셨다. 의를 따를 뿐. 근데 이게 쉬운데 아니다. 의(義)라면 흔히 한 조직하는 무리배들이 형님 아우 사이에 어깨를 겨누며 다짐하는 의리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게 아니다.

 

 이 의(義)는 일에 있어서 벌어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적중을 가리킨다. 비유하자면 닫힌 문을 여는 열쇠 같은 것이랄까. 공자님의 말씀으로 하면 시의적절함, 때에 딱 맞추는 시중(時中)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함께 공부하고 밥 먹으면서 누렸던 즐거움은 잃지 않으면서도 코로나로 인한 위험 요소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방법? 그 열쇠를 딱 끼우면 코로나로부터는 닫히면서 함께 누렸던 즐거움은 열리는? 뭐 이런 정도의 해법일까.

 

 또 한편으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점이 점점 오리무중이 되는 코로나의 이 시국에 이전의 즐거움에 여전히 잡혀있는 것도 혹시 적(敵)이 아닌지 자기검열도 하게 된다. 그보다는 지금이야말로 거리를 두고 그간의 활발발을 멈추는 시간을 통과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 10년간 오전 12시 30분 땡하면 차려졌던 공동밥상에서 먹은 밥을 기억하는 내 몸의 반응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난생 처음 만든 유부초밥으로 도시락을 싸서 공동체에 공부하러 나왔다. 평소보다 더 멀리 앉은 친구와 도시락을 까먹으며 이 때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진지하게 논쟁도 했다. 그러는 사이 이 시절도 다~ 지나가기를 바라며.

댓글 2
  • 2020-08-21 20:08

    밥알을. .... 튀기다니

  • 2020-08-21 20:28

    늘 그래왔던 것들이 그러지 못함을 견뎌내야하는 요즘...
    앞으로의 삶이 우리 예측을 벗어날까 또 두려운 현실...
    그래서 더더욱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할지 모르겠네요.
    기린의 고민이 모두의 고민이에요.
    우리모두 여기저기의 삶에서 힘든 부분을 유쾌하게 잘 견뎌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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