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6회 후기] 禮 대로 해

향기
2020-07-09 01:28
279

이번 시간에는 八佾 5장에서 13장을 배웠다. 

배운 내용은 아무렇게나 엮어서 무척 민망하지만 나의 수준은 여기까지다.

고은님이 보강해 주시리라 믿으며...^^

 

- 이제야 고백해요
팔일편은 논어읽기의 1차 난관이라고 지난 시간에도 이번 시간에도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이제서야 말씀하신다며 고백을 하셨다.

“여러분, 논어는 어려운 텍스트에요. 시서역보다 더 어려워요”

네 선생님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어봤음직한 텍스트들인데 설명을 듣고 정리를 하려고 하면 당췌 정리가 안되는 어마한 것들이었다.

논어는 단편적인 말들이라 맥락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셨다. 그래서 샘의 고품격 강의가 필요한 것인가보다. ㅋㅋ

“여러분, 이번 논어강의는 2단계 3단계까지 갑니다.”

우샘 뒤를 쫓아가며 길을 잃지 않고 주옥 같은 글들 중 몇 개만이라도 가슴에 새길 수 있으면 좋겠다.

 

- 팔일(八佾)이 뭐람
팔일은 8명씩 8줄로 나란히 줄 서서 추는 춤으로 천자의 나라에서 추는 춤이다.

천자의 춤을 노나라 대부인 계손씨네 뜰에서 공공연하게 추고 있는 장면으로 팔일편은 시작한다.

공자의 시대는 천자는 이미 힘을 잃었고 제후 세력까지 무력화되면서 대부들이 힘이 강력한 시대였다.

대부들은 권력을 이용해 재산과 인맥관리를 잘해서 부를 키웠고, 부는 신분제를 뛰어넘고 있었다.

바로 이런 당대의 세태를 비판한 내용들이 팔일편에 실려 있다.

신분이란 分이며 分에 맞게 하는 것이 禮이다. 그러니 禮에 대해 논한 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적에도 군주가 있는데 중국에는 군주가 없다.

군주가 군주 노릇을 못하는 시대.

노나라 대부들이 천자의 춤(八佾)을 즐기고, 태산에 제사(旅)를 지내고, 제사상을 물릴 때 천자의 음악(雍)을 연주한다.

대부들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공공연히 자신이 왕이라고 한다.

이들은 하늘에 죄를 짓는 것으로 깨우쳐 줘야 하는 것도 막아야 하는 것도 아닌 구해줘야(救)한다.

禮를 잘 안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 놓고 다스리는 것처럼 쉽다.

 

- 禮는 나중이다
공자는 禮를 통해 나라는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예보다 먼저인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繪事後素. 그림 그리는 것은 바탕을 희게 칠한 후에 한다.

사람의 먼저 근본(本)이 되어야 사람 답게 되어야 예가 의미가 있다. 근본에 힘써야 예가 빛난다.

그래서 군자는 쓸데없이 다투지 않는다. 본바탕을 품위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천자의 예와 악을 한다고 해서 천자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단정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면 백성은 저절로 服하기 마련이다.

 

- 禮는 정성을 다해
祭如在 祭神如神在. 조상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지내는 자리에 와 계신 것처럼 한다.
子曰 吾不與祭 如不祭. 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
제사는 음식을 차리고 절차에 따라 해치우는 것이 아니다.

신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경건하고 성의를 다한다.

그 신과의 에너지의 교감을 하고 자신의 삶을 정화하고 바르게 하는 마치 종교의식과 같은 시간이다.

이전에는 분명 콧바람을 일으키며 어이없어 할 문구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무척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집안의 다섯 장소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모든 物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삶을 더 고귀하고 인간도 귀하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댓글 3
  • 2020-07-09 08:50

    화욜 인문약방 회의 때,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호리의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빗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새털과 둥글레를 보면서, "너넨 무슨 말인지 모르지?"라고 하자

    새털 왈,
    "왜 이러세요? 저 '팔일' 아는 녀자예요"...라고 했다.

    깔깔2.png

  • 2020-07-09 09:34

    저도 팔일 아는 여자에요 ㅋㅋ
    안지 일주일 되었어요

    수업을 못들어 궁금했는데 향기님 후기를 읽으니 마치 수업 듣고 있는듯 우샘의 목소리가 전해집니다.
    감사합니다

  • 2020-07-12 15:38

    팔일편 정말 어려워요.
    처음 팔일 1장을 접했을 때 생각이 나네요.
    '아니, 자기 집 안마당에서 춤을 추는데 그게 뭔 상관이여....'
    하지만 곧 그 의미를 알고는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런데,
    우샘하고 하는 이번 시간에 팔일편을 읽으면서부터
    내가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그러면서 와챠에서 심드렁하게 보던
    중국영화/드라마들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하루종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제후와
    군자의 모습을 하고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대부.
    수준 이하의 군주는 자신의 모습을 한심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대부가 도발하도록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대부는 자신의 본분에 맡는 예를 다하고나서야 극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

    너무 어렵고 거의 쓰이지 않는 한자들이 모여있는 팔일편에 대해
    우샘은 논어를 읽을 때 만나는 큰 장애물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우샘과 동학들과 함께여야만 넘을 수 있는 허들이겠지요.
    우리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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