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풀어보는 마음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1,2장 후기

오영
2018-10-04 17:32
380

이번 시간에는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1,2 장을 읽었습니다.

<더 브레인>에 이어 읽어서인지 이번 책은 읽기가 더 수월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과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지라 얼마 전 다마지오라는 뇌과학자의 <스피노자의 뇌>를 읽을 때만 해도

잘 와닿지 않았던 맥락들이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무척 기뻤습니다.


인간은 뇌의 해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브레인>에서 '내부 모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에 대해 저자는 '눈이 생긴 뒤에야 세상이 생겼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행위의 대부분은 무의식적 활동이고 절대적으로 의식의 활동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죠. 

단지 우리가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나 의식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할 뿐입니다. 

스피노자가 통찰한 바와 같이 인간의 실존 조건 자체가 상상계인 것입니다. 

저자는 그 예로 우리가 매우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이라고 여기는 시각에 대해 설명합니다. 인간의 시력은 약 100만화소

정도의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세상은 매우 입자가 거칠고 부정확하게 보여야 하는데 실제

우리가 보는 세상은 매우 매끄럽고 선명하기만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바로 뇌의 보정작업 덕분입니다. 우리의 시력 자체가 맹점이 많아 눈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데도 뇌는 빈틈을 채우고 거친

부분을 다듬어서 매끄럽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세상은 입체이지만 시각은 평면이므로 교정 혹은 보완이 필수적입니다. 

인간이 보는 세상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인간에게만 고유한 세계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각각의 동물들이 보는 세상 역시 그들만의

뇌가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입니다.  그런데 인간 개개인에게도 고유한 세계가 존재합니다. 인간들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세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뇌가 만들어내는 미묘하고 세밀한 차이가 존재하기에  곰곰이나 지금이 보는 세상과 눈이나 오영이

보는 세계가 다 다른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스피노자는 자연의 모든 개체들을 '독특한 실재'들이라고 불렀나 봅니다.

 

표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의식이다

이 책에서도 뇌의 신경활동이 곧 마음이나 정신, 의식인 것인가 하는 질문이 따라 나옵니다.  

 <더브레인>에서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도 충분히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게 되면 창발에 의해 의식이나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이 같은 질문에는 일종의 심리적 저항감이나 거부감이 딸려 옵니다. 

생명체가 아닌 기계적인 부품들의 연합, 합성으로부터 인간의 마음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전제를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건 좀 아니지 않아?' 하는 부정적 감정은 아마도 제가 인간 중심적 사고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이 세상의 중심이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오만에서 비롯된 상상일텐데 말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에만 있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겠죠. ㅎㅎ

 

암튼 저자는 마음, 의지, 혹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저자는 동물의 반사적 행동은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그대로 실행할 뿐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호흡을 멈추거나 다시 내쉬는 것처럼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곧 표현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처럼 표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의식이라고 합니다. 뇌는 무의식적 활동과 의식적 활동을 함께 합니다. 이때 의식과 무의식을 포함한 

뇌의 추상적인 작용, 정신작용 전반을 마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실 뇌과학이 밝혀낸 뇌의 신경활동 자체는 컴퓨터의 정보 입력과 그에 따른 출력에 이르는 자동적인 메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몸에서 오는 정보를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유연하게 변용할 수 있고 컴퓨터는 하드웨어를 변용할

수 없으므로 다릅니다. 그러나 미래의 인공지능이 마치 인간의 뇌가 신체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용되는 것처럼 외부에서의 정보를

통해 자신의 하드웨어를 변용하는 데 이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공지능도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전 인간이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인간의 뇌가 정보 처리하는 원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뇌가 신체로부터의 정보를 완벽하고 세밀하게 처리하는 대신 여백이 많은 뇌지도를 기초로 신체 정보가 달라질 때마다 그 변화를

피드백하면서 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음이 생겼다고 보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뇌가 매번 세상을 있는 그대로 스캔하듯 완벽하게 인식하려 한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을까요?

인간이 인식하는 '현재'는 늘 0.5초 전의 과거라고 합니다.  '동시'는 없습니다. 인간은 1/24초나 1/30초 이상은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더 정교하게 빈틈없는 뇌활동이 가능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따라서 우리의 뇌가 인식하는 세상과 신체가 접하는 세상 사이에 늘 틈, 불일치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틈을 메꾸기 위해서는 신체 내외부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있는 활동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추상적인 활동) 생겼다고 볼 수 있지요. 이때  핵심은 신체성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마음은 뇌가 설정한 세상과 실제 신체가 경험하는 세상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빚어지는 착각, 오류 내지 오작동, 

실패의 경험 등등을 끊임없이 반영해야 하는 조건과 과정때문에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인공지능은 이런 불일치나 여백 자체를 경험할 수 없는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도 그렇게 한다는 반론도 가능하지요. 미래에 인간처럼 움직이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로봇이 생긴다면

마음을 갖게 될 지 알 지도 모르지요. (로봇청소기의 원리가 아주 많이 진보한다면?) 

댓글 2
  • 2018-10-10 12:41

    우리가  마음을 이야기 할 때 중요하게 얘가하는 것이 의식이지요

    저자는 의식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의식이라  할 수 없다고 하죠

    꿀벌의 8자 춤이나 개 짓는 소리등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은 언어라기보다는  '신호' 시그널일 뿐이라는 거죠 

    인간만이 특별히 만들어 낸 언어능력으로 추상적인 것을 생각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뇌를 가지게 되었을 때만이 인간은  추상적인 사고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그럼 언어를 가진 생물만이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고 의식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 결론적으로 얘기할 수 는 없고 계속 끌고 갈 질문인것 같네요

  • 2018-10-10 18:23

    기나긴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일상으로 복귀하니 너무 좋네요.  

    이제서야 좀 여유롭게 오영샘 후기도 읽고... 댓글도 달고 ㅎㅎㅎ 

    (오영샘의 후기가 길어서 댓글이 늦은 것은 절대 아님을 밝힙니다 ^^)

    발제도 잘 해주셨는데 후기로도 이렇게 잘 정리해 주시니... 

    음.... 빈틈과 불일치가 없으니... 마음이... 추상화 작용이.... 어디서 생겨나야 하나요? ㅋ

    저는 편도체와 쿼리아(느낌, 감정)의 상관관계가 재미있었습니다. 

    막연히 쿼리아, 즉 감정이 먼저 발생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편도체에서의 신경활동이 먼저이고, 이로 인해 감정이 생겨난다는 것이요. 

    편도체(대뇌피질 안쪽에 위치)가 활동해서 그 정보가 대뇌피질에 보내지면, 그제야 비로소 감정(예.'무섭다')이 생깁니다. 

    즉,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편도체가 활동하니까 피한다는 것! 그 둘의 경로는 별개였습니다....;;

    '무섭다'는 쿼리아에 지나지 않는, 즉 신경활동의 부산물이자 언어가 만들어낸 '추상적인 것'이라고요.

    결국 감정 자체는 언어에 의해 생겨난 환영인 셈입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언어의 유령 같은 것. 

    하지만 감정이 뇌의 부산물이라고 해서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관에 색채가 더해지고 다른 사람의 감각을 상상하거나 공감할 수 있게 되니까요.

    이렇게 쓸모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이라는 쿼리아가 뇌 활동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어요 ㅎㅎㅎ

    그 외에도 여러 재미있고 의미있는 실험들이 많아서 이번 책도 흥미롭게 잘 읽고 있습니다.

    참 그런데 확인해보니 다음주 화요일에는 아이 운동회가 있더라구요..... 세미나에 참석 못할 수 있습니다.... 넘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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