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물.동맹> 마지막 시간 후기 (8-10장)

곰곰
2018-04-25 18:31
494

<인간.사물.동맹> 마지막 시간입니다. 

라투르의 은유적 표현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저,  그리고 라투르가 그래서 매력있다는 장지혜샘. 

그래서 ANT 관련한 논문과 글로 구성된 마지막 8-10장 중 우리나라 논문과 글(8장, 10장)은 제가, 

라투르가 쓴 9장은 장지혜샘이 발제 준비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발제를 품앗이 하니까... 참 좋더군요 ㅎㅎㅎ

먼저, ANT의 관점으로 본 한국 최초 우주인 논쟁입니다. 

2008년 36,0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사례를 ANT의 관점으로 풀어봅니다.  

우주개발계획을 앞두고 국민적 지지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이벤트성 사업이었던 우주인 배출사업이 

역설적이게도 처음부터 우주인 지위 논쟁(우주인/우주실험전문가 vs 우주비행참가자/우주관광객)에 시달리며 

사업 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요. 

사실상 과학활동으로서 지상의 과학자들(우주과학실험을 설계하고 실험장치를 만듦)과 우주실험전문가(이소연)은 

실험장치와 성공적으로 동맹(국지네트워크)을 맺었고 원활하게 잘 작동했기에 기대했던 실험들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국지네트워크의 성공이 사업에 대한 대중의 지지(광역네트워크)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우주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인 대중들은 

특정한 정보만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더 큰 규모의 반대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더욱이 언론은 가쉽 수준의 기사만을 편향적으로 다룸으로써 이소연의 모든 실험 성과는 낮은 수준의 것으로 인식됩니다. 

'과학대중화'는 단순히 대중을 설득하는 작업이 아니라 과학 지식, 과학적 사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또한 대중은 자신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구성하는 능동적 주체입니다. 

ANT의 분석틀을 PUS(대중의 과학이해)로 확장함으로써

이러한 과정은 과학자와 대중, 그리고 정부, 언론,  기업 등 관련 행위자 모두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과

중층의 네트워크 사이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인간-비인간)이 끊임없이 침투하고 확장하는 행위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과학기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토대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두번째, 현실정치에서 물정치로. 

라투르는 공화국(res pulica)에 들어있는 사물(res)이라는 개념을 부활시켜 '물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보다 현실적인 정치적 사고를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정치철학자들은 정당화, 대표성, 동의는 포착하였지만,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라는 차원, 즉 객체의 영역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에 '객체 지향적 민주주의'를 통해 이러한 편향을 고치려고 합니다. 

'사실'과 '주장' 사이에 구분이 있을까? 

그 둘 사이의 심연에는 수사만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과 논쟁적인 '가치'를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ANT는 사실의 문제가 실패한 지점에서 관심의 문제를 사용하자고 합니다. 

객체는 사실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이보다 훨씬 흥미롭고 불명확하고 복잡하고 위험하고 지역적이고 물질적이고 네트워크적이므로

객체를 그것들이 수반하는 일련의 증거제공 기구들과 함께 던져주자고요. 

사물로 돌아가라! 하지만 돌아가야 할 사물의 모양은 얼마나 수상한가! (아... 말이 잘 되고 있나요...;;)

악마(demon)와 시민(demos)은 동일한 어근 '나누다'의 뜻에서 분화된 표현입니다. 

악마가 공포스러운 것은 분열되기 때문이고, 시민은 분열되지만 공유하기 때문에 환영받는 것입니다. 

매개자는 꺼져라! 대중은 더이상 엘리트들이 떠들어대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라투르는 재현(represent)을 '대표성'의 재현과 '표상/표현'의 재-현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는데, 

예전부터 우리는 정치가들에게 재-현 없이 재현을 요구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죠.  

이미지(표상, 표현, 재현, 매개자)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고 불경스럽고 우상적인 것이나, 

한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건너뛰는 법을 배운다면 안전하고 순결하며 필수불가결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개물의 덩어리를 잘 파악한다면 매개자들에 대한 관심을 정치영역으로 확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투르는 우리 개인들은 모두 타락하고 연약한 존재일 뿐이며 불구자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적 결핍으로 인해 머리 위에 천국, 공간, 구체(정신적인 구조)를 배치시키면서

속 좁은 벌레가 밝은 색의 나비로 거듭나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요.. 

오히려 우리가 자신이 불구자임을 인지할 때, 목발 같은 보정기구(객체)가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집회들의 묶음을, 모든 것을 감싸고 차이를 흡수하는 돔 건물의 의회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제는 이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면서 수많은 아상블라주(입체적 복합물)로 확장되어야 함이 물정치입니다. 

유령대중(실질적 변화가 있지만 자신은 전체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향을 미치고 있다)에 의해 소집이 이루어져야 하며

진보로 대표되는 '시간'의 시대로부터 '공간'의 시대로, 함께 동거할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 대체될 때 그런 물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요. 

사물로 돌아가라! 일시적인 대혼란으로 돌아가라. 악마를 따른다면 차이와 해산을,

시민을 따른다면 동의와 구성과 집회와 공유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 

양자 모두에서 사물은 해체될 것이다. 사물을 공공적으로 만드는 행위가 필요하다. 

(사전에 얘기한대로 라투르는 많이 난해하지 않나요? 정리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다음 책 <처음 읽는 브루노 라투르>에서 그에 대한 이해를 좀더 확장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저도 사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두 문화'와 ANT의 관계적 존재론입니다. 

근대의 지식구조는 '두 문화', 즉 과학과 인문학이 나뉘어지고 제도적으로 분리됨으로써 둘 모두를 불구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과학기술학(STS)과 같은 새로운 도전들이 등장하지만, 

1990년대  STS학자들 vs 실재론적 자연과학자, 합리적 과학관의 STS학자들과의 '과학전쟁'으로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맙니다. 

이를 통해 STS는 자신의 이론과 방법론을 더 깊이 성찰하게 되고 애초의 문제의식이었던 '인식론'에서 '존재론'으로 관심을 바꿉니다.

두 문화라는 서로 다른 인식론의 근본적 바탕에는 자연/사회의 이원적 존재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흐름의 중심에 ANT가 있고 ANT는 자연/사회라는 실재는 따로 없으며 모든 실재는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자들이 

함께 구축한 이질적 연결망으로, 비인간에게도 행위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려 합니다. 

이원적 존재론을 넘어서서 새로운 '관계적 존재론'을 모색하려는 ANT. 

여기에서 도출되는 새로운 생태적 정치와 윤리의 구체화는 우리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학문적, 실천적 노력일 것입니다.  

댓글 1
  • 2018-04-28 23:28

    소문대로 브뤼노 라투르는 어렵군요 ㅠㅠ

    쉽지 않은 내용인데 잘 정리해 주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ANT는 자연과 사회를 분리하는 이원적 존재론를 넘어서서 

    관계적 존재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요 

    모든 행위자는 관계적 실천을 통해 창발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재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변성과 불확실성의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는 프리고진의 실재는 '존재'가 아니라 '생성'이다 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합니다 .

    이것은 비인간 행위자만이 아니라 인간행위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지요 

    어떤 관계망속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발현되기도 하니까요 

    또한 '객관적 '실재로서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구조접속(내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산출된다고 했던 마뚜라나와도 맥을 같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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