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정치학을 구성할 수 있을까?

문탁
2019-08-05 17:20
433

후기는 일찍 올라왔는데 댓글을 저조하네요...ㅠㅠㅠ.....아시죠? 대충대충 읽어서는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을.

원래 마음님 후기에 댓글로 쓰려 했는데 글이 길어져서 새글로 올립니다.

 

1. 장자의 정치학

지난 주에 우리가 읽었던 <장자> 외편의 앞의 네 개의 글은,  유소감의 분류에 의하면 장자 후학 중의 "무군파'라고 불리고,  그레이엄에 따르면 "원시주의자들"의 논문이라고 불리는 글들입니다. 장자 내편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도가에 어울리지 않는 격정과 경멸과 분노로 가득차" 있는 (그레이엄), 격렬한 현실비판의 글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직접적으로 정치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레이엄은 이 편장들을 "정치적 논쟁서"라고 불렀습니다.

 

지난 주 세미나 시간에 저는 이 무군파에서 세 가지 정도의 논점을 정리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두 가지라고 말해도 가능하겠군요. 하나는 무군파의 주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고, 두번째는 장자에서 '치천하'라는 담론이 구성되는 방식입니다. 

 

우선, 무군파가 주장하는 '性命之情'에 기초한 '至德之世' ("스스로 베를 짜서 옷을 해입고, 스스로 쟁기질하여 음식을 마련하는 " 사회, "산에 통로나 오솔길이 없고, 습지에 배나 다리가 없고.. 짐승과 새는 떼를 지어 살고, 풀과 나무는 한껏 높이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과 동물들이 서로 어울려져 사는 사회,  그래서 모든 인간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욕망도 거의 없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소박)으로 사는 사회)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유소감에 따르면 이 편장은 최소한 진 통일 이후에 작성된 것입니다. 즉 진 제국이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질서가 형성되고, 인간의 자율성이 현저히 약화된 시점에 등장한 논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편의 무하유지향이 정신적 영역으로 현실 세계와 관련이 없는 반면(유소감은 내편을 이렇게 읽습니다) 무군파의 지덕지세는  "속세 중의 유토피아"라고 말합니다.

 

무군파, 혹은 급진론자들. 이들은 현실정치의 대안과 비전으로 자신들의 유구한 전통 속에 면면히 존재했던 "원시 공산주의에 대한 추억" (이걸 그레이엄은 '신농의 치세"라고 하죠)을 소환합니다. 그리고 이점에서 루소와도 매우 흡사하다고 합니다. (이미 옌푸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유소감도 동의하구요)

 

 

그러나 "어떤 사람의 통치도 필요로 하지 않고, 어떤 사회 구조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어떤 사회 권리도 필요로 하지 않고, 어떤 사회 의무도 필요로 하지 않으려는" 것은 환상입니다. "그래서 무군파의 이론에 진보적인 의미나 합리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결국 역사를 벗어나고 현실을 벗어나는 유토피아식의 공상이고,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레이엄은 약간 뉘앙스가 다릅니다. 그 편장들을 현실적인 정치적 비전이 아니라 일종의 현실비판의 레토릭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원시주의자들의 논문을 유례없이 억압적이었던 진왕조의 붕괴로 인해 생긴 특수한 위기국면에 유포된 선동문으로 읽는다면, 그의 유토피아를 향수에 젖은 일개 몽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정치적 신화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소화된 통치로 기울었던 당시 추세를 집중 조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에티엔 발리바르는 "지금...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상상의 힘을 해방시키면서도 유토피아와 결별하는 일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지요.  과연 무군파의 논의는 유토피아적인 것에 불과한 것일까요? 혹시 적극적으로 아나키적인 것으로 독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요? 이런 고민을 계속 해나갑시다. 

 

*그레이엄의 <장자> 4부 "원시주의자의 논문과 관련 일화들"의 서론에 해당하는 글을 이미지 파일로 첨부합니다.  읽어보세요.

 

 

두번째는  <장자>에서 '치천하'라는 담론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가입니다.  응제왕편에서 우리는 '치천하'에 대한 질문에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는 왕예를 목격했습니다. 무명인은 똑같은 질문에 심지어 그 질문 자체가 비루하다고 했습니다. 무군파에서는 담론이 약간씩 달라집니다. 세심하게 읽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2. 변무 해석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장자 책을 샅샅이 훑고, 원문을 종이가 찢어지게 보고 또 보고....  버뜨...제 생각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최소한 본성론이 음양오행론에 포섭되어 논의된 이후에 제출된 글입니다. 그리고 물갈퀴발이나 육손은 현실에서 군더더기이고 쓸모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의도 현실에서 군더더기이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물갈퀴발이나 육손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해야 한다가 핵심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세미나 시간에도 말했던 것처럼 1,2절의 흐름과 3절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저의 잠정적 결론은...본문이 이상하다...입니다.ㅋㅋㅋㅋㅋ 1,2절과 3,4절은 원래 잘 연결되지 않는 것 아닐까? 그것들은 약간 다른 이야기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1,2절이 하나의 이야기. 3,4절은 또 하나의 이야기..지금으로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어쨌든 변무 1,2절 번역에 관한 세 개의 버전을 올려드립니다. 

 

 

원문

騈拇枝指,出乎性哉! 而侈於德. 附贅縣疣,出乎形哉! 而侈於性. 多方乎仁義而用之者,列於五藏哉! 而非道德之正也.

是故騈於足者,連無用之肉也.,枝於手者,樹無用之指也.,騈枝於五藏之情者,淫僻於仁義之行,而多方於聰明之用也.

是故騈於明者,亂五色,淫文章,靑黃黼黻之煌煌非乎? 而離朱是已.

多於聰者,亂五聲,淫六律,金石絲竹黃鐘大呂之聲非乎? 而師曠是已.

枝於仁者,擢德塞性以收名聲,使天下簧鼓以奉不及之法非乎? 而曾史是已.

騈於辯者,累瓦結繩竄句,遊心於堅白同異之閒,而敝跬譽無用之言非乎? 而楊墨是已.

故此皆多騈旁枝之道,非天下至至正也.

 

1)안동림

네 발가락과 육손이는 태어날 때부터 그러하며 일반이 지니는 것보다 [군더더기가] 많다. 군살이 달라붙고 혹이 매달리는 것은 몸에 생기는 일이지만 태어날 때는 없었다. [인의도 이 손가락이나 혹처럼 본래 아무 쓸모가 없다] 갖가지로 수를 써서 인의를 행사하는 자는 그것을 오장에 [의거하여] 배열하는데 이는 도덕의 참된 모습이 아니다.

그러므로 네발가락은 쓸모없는 군살을 이어붙이고 있으며, 육손이는 쓸모없는 [여분의] 손가락을 세워 두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오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군더더기를 덧붙이면 인의의 행위에 치우쳐서 눈과 귀의 작용을 갖가지로 혹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눈이 밝은 자는 오색[의 올바를 빛]을 어지럽히고 화려한 무늬에 혹하게 된다. [거기서 생겨난] 청황색, 보불의 무늬 따위 눈부신 휘황함이 좋지 않은 것이다. 이주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또] 지나치게 귀가 밝은 자는 오성[의 올바른 음향]을 어지럽히고 갖가지 가락에 사로잡힌다. [거기서 생겨난] 종과 경, 현과 죽 따위의 악기와 황종, 대려 같은 선율이 좋지 않은 것이다. 사광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나치게 인의를 내세우는 자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덕을 뽑아 버리고 본래 [그대로의 인간]의 천성을 막아, 그것으로 명성을 거두려 한다. 천하[사람들]로 하여금 피리 불고 북 치고 하여 [떠들썩하게] 도저히 미치지도 못할 법을 신봉케 하려는 짓이 좋지 않은 것이다. 증사이나 사추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나치게 변론에 뛰어난 자는 기왓장을 쌓아올리고 밧줄에 매듭을 만들 듯이 [공연한 말만 주워 모아] 갖가지로 말을 고치고, 마음을 ‘견백’이니‘동이’니 하는 궤변 속에 떠돌게 하며 일시적인 명예를 위해 쓸모없는 말을 늘어놓다가 그만 지쳐 버리니 좋지 않다. 양주나 묵적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든 일은 쓸모없는 군더더기를 덧붙이거나 여분의 것을 달아 두는 짓이며 결코 천하의 가장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가 없다.

 

2)안병주, 전호근(전통문화연구원)

발가락의 군더더기 살과 육손이는 태어날 때부터의 본성에서 나왔지만 보통 사람들이 나고나는 것보다 많고, 쓸데없이 붙어 있는 크로 작은 사마귀는 [태어난 뒤] 몸에서 나온 것이지만 사람이 타고나는 본성보다 많고, 인의를 조작해 쓰는 이들은 이것을 중시해서 오장과 나란히 배열하지만 도덕의 올바름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발가락에 군더더기 살이 붙어 있는 것은 쓸모없는 살이 이어져 있는 것이고, 손에 여섯째 손가락이 붙어 있는 것은 쓸모없는 살이 심어져 있는 것이다. 오장의 본래 모습에 [쓸모없는 인의 따위를] 여러 갈래로 기워 붙이면 인의의 행위에 치우쳐져 이목의 亂用을 통해 얻은 지식을 온갖 방면으로 부리게 된다.

이 때문에 눈이 쓸데없이 밝은 자는 오색의 아름다움 [때문]에 눈이 어지럽혀지고 무늬의 화려함에 지나치게 탐닉하나니 청황보불의 휘황찬란함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주같은 이가 바로 그런 걸 추구한 사람이다.

귀가 쓸데없이 밝은 자는 오성의 아름다움 [때문]에 귀가 어지럽혀지고 육률의 아름다움에 지나치게 탐닉하나니 금,석,사,죽의 악기소리와 황종, 대려와 같은 음률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사광같은 이가 바로 그런 걸 추구한 사람이다.

쓸데없이 인의를 내세우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덕을 뽑아 버리고 본성을 막아 명성을 손에 넣으려 하여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시끄럽게 떠들어대면서 미칠 수 없는 법도를 받들게 하니 바로 이런 것이 인의를 쓸데없이 내세우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증삼과 사추 같은 이가 바로 그런 걸 추구한 사람이다.

변론을 지나치게 일삼는 자는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고 노끈을 묶고 문구를 어렵게 꾸며서 견백론이나 동이론 따위에 마음이 빠져서 하찮은 명예와 쓸모없는 말에 피폐해지니 바로 이런 것이 변론을 지나치게 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양주와 묵적 같은 이가 바로 이런 걸 추구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모두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조작해내고 억지로 기워 붙이는 행위이므로 천하의 지극한 정도가 아니다.

 

3)그레이엄

발가락 사이에 붙은 물갈퀴 살이나 육손이의 여섯 번째 손가락은 그 사람의 타고난 본성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들은 그가 가진 능력에는 남아도는 것이다. 좀처럼 낫지 않는 사마귀나 덜렁거리를 혹은 그 사람의 몸에서...

 

 

 

댓글 2
  • 2019-08-05 17:31

    여기는 파일이 세개만 첨부가 되네요..그레이엄의 서문은 반장을 통해 카톡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2019-08-06 21:33

      ㅋㅋ 슨생님 문탁 새 홈페이지 사용법을 읽고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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