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주역> 34.뇌천대장괘 - 소인은 힘을 쓴다, 군자는?

진달래
2019-04-2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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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어리바리 주역>은 이문서당 학인들의 주역 괘 글쓰기 연재물의 제목입니다.

그대로 어리바리한 학인들이 어리바리한 내용으로 글쓰기를 합니다형식도 내용도 문체도 제 각각인 채 말입니다.

하지만 압니까언젠가는 <주역>, 그 심오한 우주의 비의그 단 한 자락이라도 훔칠 수 있을지^^ 

소인은 힘을 쓴다, 군자는?


뇌천대장-1.jpg

 

올해 <어리바리주역>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써야 하는 괘를 받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이 괘가 혹 무슨 이유가 있어서 내게 온 것은 아닐까?’였다. 먼저는 태풍대과였고, 이번에는 뇌천대장(雷天大壯)괘이다. 이 두 괘 모두 형통한괘이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뭐가 좀 잘 되려나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런데 1년 주역공부를 하고 나니 이제 좀 보이는 건 좋은 괘가 나왔다고 !’하고 들여다보면 효사 곳곳에 별로 안 좋다.’ ‘그냥 그렇다.’ 심지어 흉하다.’라는 말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 그러니 대장괘가 괘사에 이롭다.’라고 했다고 해서 !’ 하고 마냥 좋아 할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다.



300px-Lightning3.jpg





대장괘는 이름 그대로 대() 즉 양()이 자라고() 있는 모양을 말한다. 아래에 양효가 4, 위에 음효가 2개 있다. - 둔괘가 뒤집어진 모양이기도 하다. - 대체로 주역에서는 양이 많으면 좋고, 양이 자라고 있으면 앞으로 길해지는 모양으로 본다. 그래서 대장괘의 괘사는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利貞)” 이다. 하지만, 역시 효사는 괘사와 달리 흉하거나 조심해야 하거나 이롭지 않거나 등등을 달고 있다. 그런데 그 중 눈이 가는 효사가 있었다. 구삼(九三)의 효사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이지?”



 


구삼은 소인은 용장(용맹을 쓰는 것)이요, 군자는 용망(멸시함을 쓰는 것)이니 정하면 위태로우니 

숫양이 울타리를 받아 그 뿔이 곤궁하다. (九三 小人用壯 君子用罔 貞 厲 羝羊觸藩 其角)


상전에 말하였다. “소인은 힘을 쓰고 군자는 멸시하는 것이다.” (象曰 小人用壯 君子罔也)



 


괘사는 대체로 괘의 모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효사에서 중요한 것은 자리이다. 대장괘는 양이 크게 자라고 있는 형세이기 때문에 기운이 마구 뻗치고 있는 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뻗치는 기운이 가득한 괘에서는 양()이 양()의 자리 즉 초()의 자리나 삼()의 자리 혹은 오()의 자리에 오는 것이 썩 좋지 않다. 오히려 양인데 음()의 자리에 있는 것이 겸손하고 부드럽게 처신할 수 있어서 이롭다. 그래서 구이(九二)는 정하야 길하다(貞 吉)라고 한다. 그에 비해 대장괘의 구삼은 그런 면에서 좋다고 할 수 없다. 양의 자리에 양이 있으면서 양이 세 개인 하괘(下卦)의 맨 끝, 그러니까 양의 기운이 가장 성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을 쓰면 흉하다.” 뭐 이 정도는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효사에는 그냥 나쁘다, 혹은 흉하다가 아니라 뻗치는 기운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흉한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소인은 힘()으로 쓰고, 군자는 그물()으로 쓴다는 것이다. ()은 그 성질이 대체로 강하고(), 굳세()기 때문에 그러한 기운이 막 뻗치면 힘을 쓰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굳이 소인이라고 할 거야. 하지만 군자가 쓴다고 하는 그물()은 무슨 뜻인지……


1.jpg



여기에는 정이천(1033~1107)은 그물()을 없는 것()으로 보고 업신여김()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극히 강하여 일을 멸시해서 기탄하는 바가(거리낌이 없는 것)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 여기서 좀 당황했다. 흔히 군자 소인으로 나눌 때는 덕()이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유덕자가 군자라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멸시(蔑視),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과 같은 말이 군자에 따라 붙으니 말이다. 이천보다 먼저 주를 단 왕필(王弼.226~249)은 망()을 그냥 그물로 풀고, 대장괘의 시대에 구삼은 군자의 경우 이를 그물로 생각하고 바르더라도 위태하게 여겨야 하는 것으로 풀었다. 이천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동파(蘇軾.1136~1101)는 망()을 이천과 같이 무()로 풀었지만 의미가 약간 다르다. 동파는 기운이 강성한 시대에 소인은 이를 그냥 힘으로 쓴다면 군자는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쓰지 않고, 그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이천이 단 멸시라는 단어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


하지만 그 뒤를 살펴보면 이 세 사람의 해석이 많이 다르게 보이진 않았다. 정려(貞厲)를 왕필과 동파는 바르더라고 위태롭다고 했다면 이천은 정()을 정고(貞固)로 보고 고수하면 위태롭다고 풀었다. 즉 군자가 일에 멸시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이를 계속 지키면 위태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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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운 때가 맞았다.’는 말을 한다. 공부 안 하던 친구가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돈을 갑자기 많이 벌게 되거나. 그 때 그 기운을 받아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대장괘의 구삼효를 보니, 대장의 시대에 구삼의 자리에 있게 되면 그 기운을 쓰지 않을 수 없나보다. 이를 마치 숫양이 울타리를 받는 것으로 말하고 있는데 숫양의 성질이 그러하기 때문에 울타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울타리를 받으면 뿔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럼에도 이천은 이를 알고 있다면 흉하게 되진 않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장괘의 구삼 효사는 왜 굳이 군자와 소인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일까? 이천은 여기에 굳이 군자와 소인은 자리를 말한다고 주를 달고 있는 건지. 이렇게 주석이 달려 있던 것은 이천이 살았던 시대의 어떤 일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앞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남겨둔다.


 



  

댓글 4
  • 2019-04-24 07:40

    그러게요. 언뜻보면 소인의 壯과 군자의 罔이 바뀌었어야 할 것 같은데요.

    罔을 멸시로 푼 이천주가 새롭네요.  하긴 주역은 항상 새롭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왕필의 주가 맘에 듭니다^^

  • 2019-04-24 12:46

    대장의 시대에 구삼은 소인이 되었던 군자가 되었던 힘쓰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구사 정도는 되어야 힘좀 쓸 수 있다...

  • 2019-04-24 22:07

    강이 힘을 쓰는 방식은 두가지가 있다했지요. 일을 하려는 힘을 억누르는 것에도 힘을 써야 하는거라고..이천이 말한게 그런 뜻이 아닐까 싶네요.

  • 2019-04-26 08:06

    항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주려는 주역의 세심함이네요...

    군자와 소인 

    다음달 <이달의 논어>에서 해볼까 고민 중인 주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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