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란 무엇인가 3장 -5장 후기

바다
2021-03-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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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란 무엇인가 3장-5장 후기

바다

 

‘대칭성’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어렴풋이 알 듯 싶어서 안도했었는데 이번에는 ‘공’이라는 바다에 빠져버렸다. 잊지 않고 빨리 후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히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거의 다 읽어버렸다. 어려운 선문답을 쉽게 풀어 주어서 재미는 있었지만 도움이 되기는커녕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아! 금강경도 봐야 하는데....... 후기를 쓰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니...

 

공을 받아들이는 길은 지금까지 살면서 세워온 모든 인식이나 분별, 애착과 매순간 결별해야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그리고 공이나 중도의 실천은 시선교정이라고 하니 익숙한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데, 이것은 저자의 말대로 사유의 바닥을 흔들어 무너뜨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멘붕상태이다. 그리고 정말 불교 공부에서는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는 것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알 것 같은데 나는 그것을 말로 표현할 길을 못 찾겠다. 세미나에서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내용들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해서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면 그때서야 ‘아!’ 한다.

아! 언제쯤 갈피를 잡을 수 있을까?

 

‘가는 놈은 가지 않는다’라니....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나가르주나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있다.’는 불교의 연기법을 극한까지 밀고 나가 ‘원인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도식을 부정하고 ‘작용’과 ‘작용자’도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간다’는 작용과 ‘가는 놈’이라는 작용자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설일체유부에서 인정하는 ‘과거-현재-미래’도 시간이 존재자에 기대고 있을 뿐이라며 그것의 진실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나가르주나가 세속의 삶을 부정하고, 그래서 우리의 삶이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다행히도 그는 두 가지 진리를 말한다. 현실의 삶도 긍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께선 이 부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만일 속제에 의지하지 않으면 제일의제를 얻을 수 없다.

제일의제를 얻지 못하면 열반을 얻을 수 없다‘

작년에도 헤매다가 ‘진속이제’를 만나고서야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개념적으로 다른 것과 구분시키는 정의를 행할 때 존재가 발생하게 되는데 나가르주나는 사구부정의 논리를 부정하여 이를 부정한다.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들먹였던 ‘언어도단’도 이번에 그 의미를 알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언어도단, 심행처멸’은 ‘언어의 길이 끊기고 생각이 작동하는 영역이 사라졌다’라는 뜻이다. 즉 분별을 멈추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분별하려고 애쓰고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기에 지금 좀 힘들다.

 

모든 것의 실상이 공이라는 것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딱 거기까진가 보다. 분별을 끊고 집착도 끊고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는 것은 죽을 때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댓글 3
  • 2021-03-25 08:32

    바다샘 멘붕에 공감 한표!

    근데 공부가 끊임없이 자신을 깨뜨리는 거라면, 이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좋은걸로!^^

  • 2021-03-25 13:36

    이심전심^^

    저는 실체로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고민하는 방향으로 삶의 기술을 얻어보려고요.

    어렵지만 기술이 생긴다 생각하고 힘내려고요.

    바다님도 홧팅~~

     

  • 2021-03-25 17:36

    우리가 읽는 텍스트의 독해로부터 시작합시다.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이해했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이해했는가?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며 나가도록 해요.

    작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예를 찾아가며 우리가 익히는 개념들을 적용해 보아야 하는데

    제가 아직 그런 걸 잘 못해서 바다님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닌가 뜨끔합니다.^^

    서로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한 발 한 발 대지에 발을 디디며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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