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발명> 2회차 후기

잎사귀
2021-02-01 15:47
450

신이치의 <신의 발명>을 읽고 세미나를 마치며 숙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생인류가 태생된 시대의 호모 사이엔스 사피엔스의 뇌와 같은 구조를 지닌 우리는 초월성이라는 유동적 뇌의 활동, 내부시각, 대칭적 감각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희망이기도 하지만(신이치도 틀림없이 여기에 희망을 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동시에 어떻게?.. 가 떠오르는 실천적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완전한 구를 이루던 스피리트들의 세계가 자발성 대칭성 깨짐 현상으로 인해 모양이 울그러지면서 지고신과 저차원의 대칭성을 이루는 다양한 내방신들이 탄생하고 내방신 영역에도 속하지 못한 스피리트들은 도깨비, 귀신 등이 되어 내쳐지게 됩니다. 

지고신과 많은 내방신들은 서로 영역을 달리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지고신이 모든 권력을 쥐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존하는 다신교의 시대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다 모세가 야훼와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만을 믿으라는, 지의 권력자이자, 이 세상의 창조주라 주장하는 유일신을 등장시킵니다. 

숱한 고난을 겪을 때마다 유대 민족들의 하느님은 더욱 강해졌고, 로마시대를 거쳐 정치 권력의 공고화를 위해 사용되면서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렇게 유일신 신앙은 자본주의 사회, 글로벌리즘을 탄생시키며 하느님이 죽은 시대에 화폐라는 신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인류의 마음은 영성의 바람이 어디서도 불지 않는, 인류 역사상 가장 척박한 마음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기서 신이치는 그래도 기댈 곳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 즉 여전히 유동적 지성이 가능한 우리의 뇌가 있다고 말이지요.

이 지점에서 초월성이라는 공은 각자의 몫이 되는 걸까요?

인간은 대지성이라는 토대 혹은 한계에 붙잡혀 있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현재 인류의 대지는 균질화, 정보화, 상품화라는 하나의 강만이 흐르는 듯한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그 강(대지성)을 거슬러야 한다니...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무서워서요....

그래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기도문를 읊조려봅니다.

 

오오, 그레이트 스피리트여, 저는 태풍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당신의 숨결은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부디 제 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낳은 수많은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당신에게 마음을 바칩니다.

저는 이토록 나약하고 작습니다.

저에게는 당신의 지혜와 힘이 필요합니다.

부디 제가 아름다운 것 속을 걸어갈 수 있기를.

빨강과 주홍으로 타오르는 노을을 항상 바라볼 수 있기를.

당신이 창조하신 것을 제 손이 정성스레 보살필 수 있기를.

언제나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제 귀를 쫑긋 세워주십시오.

당신이 우리 인간에게 가르쳐주신 모든 것과,

나뭇잎 하나하나, 바위 하나하나에 숨기고 가신 모든 가르침을,

제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현명한 지혜를 주십시오.

저에게 지혜와 힘을 주십시오.

동료들보다 뛰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에게 최대의 적을 

제 손으로 쓰러뜨리기 위하여.

더러워지지 않은 손과 곧은 시선을 갖고

당신 앞에 설 수 있기를.

바로 그때, 제 생명이 저녁놀처럼 지상에서 사라져갈 때도,

제 영혼은 당신 곁으로 당당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댓글 3
  • 2021-02-01 17:27

    아, 이 후기를 보니 잎사귀님이 돌아온 것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ㅎㅎㅎ
    저는 두권의 책을 통해 '영성'의 회복이 곧 대칭성의 회복이라는 개념을 갖게 된 것이 아주 기쁩니다.
    무신론자든 유신론자든,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대칭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내재적 초월성의 영역을 엿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영성 탐구는 곧 대칭성 탐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세미나에서 신약과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니까야를 읽으면서
    감흥이 일어났던 대목들이야말로 아마도 우리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던 대칭성을 자극하는 대목들 아니었을까 싶네요.
    나카자와 신이치 단기세미나에서 마지막으로 읽을 <대칭성인류학>을 통해
    세 권의 책을 관통하는 대칭성과 제대로 만날 수 있기를!!

  • 2021-02-01 19:44

    아!!! 후기를 읽으니 내가 이 책들에서 무엇을 잡아야할지 감이 잡힐듯하네요!
    너무 헤매서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일단 내안의 초월성을 좀 깨워내고,
    다음책은 3독을 목표로!!!

  • 2021-02-01 22:33

    다시 봐도 무척 감동적인 기도문입니다. ~~ㅎ
    내방신과 지고신, 지고신에서 유일신으로 , 유일신이 화폐신앙으로 또 글로벌리즘과 자본주의라는 종교로.
    이렇게 신이치의 감성터치(?)를 따라와 보니 아톰에게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바로 야생상태의 마음이라고 하네요.
    현생인류 탄생시의 우리의 뇌조직이 지금까지 줄곧 바뀌지 않았다니 여기에 희망을 걸고 대칭성을 회복하고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내재적 초월성을 만날 수 있을까요? ㅎ <대칭성 인류학>에서 조금 더 깊이 안내해 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또한 다음 세미나 <공과 선>과도 뭔가 맞닿을 것 같아 한층 더 기대가 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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