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 첫세미나 후기

요요
2021-01-11 17:52
829

영성세미나는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까지의 셈한기에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읽는 단기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문탁이 사랑한 인류학자다.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곰에서 왕으로> <대칭성 인류학>를 읽는 세미나는 여러차례 반복해서 열렸다.

그러나 이번에 읽는 <신화, 인류 최고(最古)의 철학>과 <신의 발명>으로 세미나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내 기억으로는..^^)

그래서 더욱 신이치의 신화론과 신론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것과 만나게 될까, 기대되는 세미나였다.

 

줌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의 서장~3장은 어떤 내용일까?

 

먼저 신화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철학이다.

신화를 통해 태곳적 사람들은 우주의 기원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우주 속에서 인간의 자리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 대담하게 사고했다. 우리가 오늘날 철학이라고 하는 것의 뿌리는 다름아닌 '신화적 사고' 속에 있다.

서양철학사는 대개 '뮈토스에서 로고스로' '신화시대에서 자연철학의 시대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신이치에 의하면 뮈토스에도 철학과 로고스가 있었다. 뮈토스는 비논리적인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논리가 있었다. 그것은 감각의 논리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는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감각의 논리에 기초한 구체의 과학이라고 말한다.(이와 달리 오늘날 과학은 수학식이나 실험에 근거한 추상의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감각의 논리란 구체적 감각을 소재로 하여 전개되는 논리를 말한다. 감각의 논리는 감각적인 분류의 기준(예, 차갑다/뜨겁다, 축축하다/건조하다, 썩는 것/ 썩지 않는 것)으로 범주를 구성하는 체계를 가지고, 각 항을 상징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류의 근거를 이해한다면 논리성과 정합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썩는 식물은 죽음을 상징하고 썩지 않는 광물은 불사를 상징한다거나 하는 것과 같은.

그러므로 레비 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혹은 주술적 사고, 혹은 토테미즘)=야만적인 것=비합리적인 것이라고 하고 과학적 사고=문명적인 것=합리적인 것이라고 대비시키는 사고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서양인(혹은 근대인)들의 자민족 중심주의, 근거없는 우월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민족 중심주의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신화와 과학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야만과 문명을 대립시키는 사고방식, 편견, 고정관념, 습속이 된 관점을 떠나야 한다.

신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혹시 우리속에 여전히 살아있는(숨어있는) 신화적 사고=야생의 사고를 만날 수도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화에 대한 공부를 통해 야생의 사고와 접촉함으로써

야생의 사고에 풍성했던 대칭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게 되기를!!

이 공부를 하는 동안 야생의 사고라는 말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몸과 마음에 아주 작은 변형이라도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에는 이론적인 이야기는 조금이고 이론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신화분석의 예들이 실려있다.

신데렐라 신화로 들어가기 전 클라이막스가  피타고라스학파에 대한 이야기였다.

피타고라스 학파에게는 누에콩이 금기식품이었을 뿐 아니라 그들은 집에 제비를 들이는 것도 싫어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신이치는 신화의 논리구조를 통해  '콩의 신화학'을 전개하며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책의 전반부에 전개되고 있는 신화의 구조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피타고라스가 왜 콩을 싫어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그것을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과연 신이치처럼 콩의 신화학과 제비의 신화학으로 피타고라스학파의 금기사항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주에는 전세계에 450여종의 이본이 있다는 신데렐라 신화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게 됩니다. 4장부터 끝까지 읽어옵니다.

발제는 단지님.^^

 

 

 

 

 

 

 

댓글 5
  • 2021-01-12 13:21

    옛이야기가 곧 신화라는 사실에 깜놀,
    그 이야기 심층에 숨겨진 인간 무의식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깜놀.
    재밌어요~ 인간은 참 오묘한 존재이긴 한 거 같아요.
    담주부터는 저도 한 자리 제대로 차지하고 공부할게요~~^^

  • 2021-01-12 15:42

    신화는 그저 옛날 이야기로 그것이 전하려는 메시지(차카게 살자)에 중심이 있었고,
    또 그 메시지에 대하여 혹은 과정에 대하여 논쟁하는 글들은 보았어도,
    메시지는 쏙 빼고 신화의 구조를 분석하며 현대의 사고의 틀과 별반 다름이 없다.
    많이 공감이 가고 신선한 충격?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작자가 일본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본의 신화가 예로 등장하고 이에 대하여 분석한 어떤 것은 다소 무리인 것처럼(특히 성적인 분석들) 보이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길어서 술술 안읽히게 하는 게 흠이라면 흠....ㅎㅎㅎ

  • 2021-01-12 19:05

    신화가 이야기, 소설의 원조가 아니라 철학의 원조라는 것이 퍼뜩 이해가 안갔지만,
    읽다보면 묘하게 이끌려 가게 되네요~
    근대적 사고에 너무 익숙한 머리를 흔들어
    신화적 사고, 그 야생의 사고에 접촉해 봐야겄네요~

  • 2021-01-14 12:07

    나카자와 신이치는 저를 공부의 길로 이끈 스승이기도 합니다. 대칭성인류학을 읽고 받은 충격이 지금도 남아있어요.(내용은 잊었음)
    그런 인연으로 세미나후기 잘 읽고 갑니다.

    • 2021-01-14 17:55

      풍경님, 이렇게 댓글로 만나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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