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영성 시즌3 11회차 후기

메리포핀스
2020-11-21 00:56
422

요즘 세미나는 먼저 20분 정도 명상으로 시작한다. 이번 명상에서는 다른 사람의 고요함의 깊이가 느껴져서 신기했다. 함께 하는 명상에서는 이런 체험도 하는구나 싶었지만 정작 명상에 깊이 빠지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고요함만 느끼게 되었나 싶기도 했다. ㅋ
이번 『불교철학 강의』에서는 불성, 무아와 자비, 연기, 공, 중도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저자는 불교의 자비는 뜨거운 감정이 넘치는 핫한 자비가 아니라 이성을 바탕으로 차분히 이루어지는 쿨한 자비라고 한다. 자비심이란 타인을 향한 이해타산 없는, 즉 이기심 없는 배려심 또는 보살피는 마음인데 이러한 사심 없는 쿨한 배려심은 붓다의 무아를 깨쳐야 자연스레 우러나온다고 한다. 누구나 가진 자기 배려심과 자기를 보살피는 마음에서 자기가 사라지게 되니 그 배려심과 보살피는 마음이 타인에게로 흘러 넘쳐 이타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란다. 단지님은 16~7년을 후원한 지인이 사(捨)무량심을 이루지 못해 결국 핫한 사랑으로 끝난 사연을 소개하며 이러한 지인의 후원 이야기를 통해 사(捨)무량심을 강조하셨다. 윤슬님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타인을 위한 무한한 자비와 사랑이 실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불교 공부를 하면서 불교의 자비와 기독교의 사랑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결국 모든 종교는 진리와 구원의 길을 함께 가는 이웃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하였던 바다님은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보살피는 심리학과는 달리 불교에서는 영원히 실재하는 자아는 없고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겨난다는, 그래서 연기하는 이 모든 것이 공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기를 화두로 삼고 지내다보니 자성이 없다는 것이 잘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단멸론, 사물이 자성을 가진 독립적인 실체로서 상주한다는 주장을 상주론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물이 공하기 때문에 단멸하지도 또 상주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중도(中道)이고, 이를 ‘비유비무묘유(非有非無妙有)’라 한다. 묘유란 모든 사물이 이 상주와 단멸이라는 양극단을 피하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연기로 그 모습이 드러나는 현상(幻)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환이라는 표현이 다소 거칠어 보여 의아해 했지만 공(空), 가(假), 중(中)에서 가(假)와 같은 표현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 불교 전통의 ‘환’이라는 표현은 서양철학의 ‘현상’에 해당되는데 실체로서의 진정한 존재자가 아니라 단지 밖으로 드러나는 겉모습일 뿐이라 하니 이런 거짓에 휘둘리지 말아야겠다.
‘진리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붓다는 한 송이 꽃을 들어 보였다고 한다. 뭔가 멋있는 제스처지만 아리송하다. 이제 붓다의 가르침을 살짝 맛본 것 같은데 어느덧 다음 주가 에세이를 남겨놓고 일단락되는 날이다. 그래도 살짝 본 맛에 매료되어 커다란 울림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다음 주는 『불교철학 강의』 마지막까지고요, 『디가니까야』는 31 교계 싱갈라경입니다.

댓글 4
  • 2020-11-21 20:08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에 소개된 '어린 사환의 신'이 저절로 떠오르는 단지님의 메모였어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순수증여는 불가능한 것 같지만 만일 우리에게 순수증여라는 기준점이 없다면
    증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자칫 주고 받는 것으로 끝나는 교환(기브앤테이크) 쪽으로 기울게 되겠지요.
    자비 혹은 사랑과 무아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무아적 실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달리 무아라는 기준이 없다면
    자비와 사랑을 생각할 때 어떤 윤리적 기준을 세울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세미나 하면서 이번 시즌 끝나고 쉬어가는 시간에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 2020-11-21 21:13

    오~~신이치 책을 함께 읽자!에 저 한표요~^^
    좀 부끄럽게도 기브앤테이크를 미덕으로 생각했던 저의 과거(?)가 떠오르며- 지금도 그런지 몰겄지만- 사무량심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주욱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 2020-11-22 21:42

    자비와 사랑에 관한 메모를 쓰긴 했지만, 아직 저는 타인을 향한 마음이 없네요.
    나와 타인을 가르는 기준이 없다면 무아를 깨친다면 불교철학강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 2020-11-22 23:11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자와 며칠은 함께 살 수 있었지만 기약없이 함께 하는 것은 두려워 했던 저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과연 순수증여가 가능한 것인지 고민해 보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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