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층산 너머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요요
2020-04-11 16:39
397

토머스 머튼이 수도승이 되는 것으로 '칠층산'의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이 책을 쓸 때 토머스 머튼은 청년시절의 방황을 끝내고

하느님의 품안에 막 뛰어들어 은총의 기쁨에 젖어있던 젊은 수도사였기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목소리는 뜨겁고 그의 심장은 강하게 쿵쿵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열띤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할수록  그만한 열의가 없는 독자는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우리 역시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도시와 영성' 세미나 학인들은 어느새 조금씩 귀를 기울이며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이 우리의 마음을 더 활짝 열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칠층산의 3부에서 우리는 토머스 머튼이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이 좌절된 뒤,

우연한 기회에 뉴욕 할렘의 '우정의 집'을 만나서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그 만남으로 그는 자신이 너무나 안전한 삶을 살고 있어서 자신에게는 이렇다 할 십자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변화없이 편안하게 머물러 있는 한, "나는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셈일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이 이후 수도자로서의 그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원에 들어간 토머스 머튼은 새로운 질문에 부딪칩니다.

그는 수도원의 일상에 순응하기보다 관상적 생활과 활동적 생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묻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그 질문은 그를 따라 다니게 됩니다. 평생의 화두가 된 것이지요.

그의 일기를 읽다보면 언제나 그가 관상과 활동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고 비틀거리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중도를 추구하는 그 비틀거림이 그의 삶을 더 영적으로 풍요롭게 해주었다고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길고 긴 이야기, '칠층산'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았노라."

'칠층산' 이후의 토머스 머튼의 삶이 바로 그 탐구의 여정이었듯이 우리의 공부도 마찬가지겠지요.

 

 * 비록 떠듬거리긴 했지만 드디어 4대 공관복음을 다 읽었습니다. 익숙해질만하니 마치는군요.^^

톨스토이로 인해 산상수훈을 비롯한 예수의 가르침을 더 깊게 읽을 수 있었고

토머스 머튼 덕분에 <요한복음>을 더 흥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우리는 바울을 만나러 사도행전과 바울의 편지들로 바로 넘어 갑니다.

이제 예수로부터 바울로 우리의 탐구과제도 극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십자가를 중시한 인간 바울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또 어떤 물음과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될 지 기대됩니다.

 

 

 

댓글 1
  • 2020-04-12 11:38

    깨달음의 길을 찾아가는 머튼의 길에는 많은 은총이 빛처럼 뿌려집니다.
    우리에게도 은총은 뿌려질텐데 감지하지 못할 뿐이겠죠?
    감관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총을 받다 못해 눈까지 멀어버린 바오르는 또 다른 경지네요.
    그동안 어리숙한 베드로에 비해 엄청 똑똑한 사제라 덜 마음이 끌렸는데 제 앎이 부족한 탓이었더라고요^^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 그의 열정에 새삼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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