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너무 멀리 있다

바다
2020-03-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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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예수님의 말씀 중 가장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말씀이다. 내가 신을 믿지 못하면서도 그 언저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인 것도 같다.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수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이 말씀을 깊이 새겨 보면 우리가 왜 1900년 전의 예수님을 놓지 못하고 이토록 갈구하고 메달리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서 희망을 얻으려 하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세상은 현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utopia로 느껴져서 좌절감도 생긴다.  태어날 때부터 국가라는 그릇에 담겨져서 그 안의 모든  system 을 경험하고 누리며 살고 있는데 그리고 그 곳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는데 과연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세상은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

 차라리 그보다는 Bonhoeffer 가 말하는 '남을 위한 존재' 인 그리스도를 따라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이웃을 위한 삶에 참여하는 것이 나에겐 더 실현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나의 모습은 '타고난 존재로서의 나' 와 내가 사는 시대와 나의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 '하나님은 무엇보다도 억압받고 고난 당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해방을 위해 힘쓰시는 분이고  예수도 영혼을 구원하는 구세주 이전에 현 사회의 구조악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람을을 해방시키는 해방자'임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종교에 대한 내적 갈등을 처음으로  가라앉힐 수 있었던 것도 40대 초반에 읽었던 오강남 선생님의 '예수는 없다'로 부터였고 그 이후에 읽은 '또 다른 예수'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기성종교의 해석으로부터 나를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런데 톨스토이가 말하는 그리스도는 너무 멀리 있어서 마태복음에서 전하는 예수의 말씀이 언뜻 보기엔 더 가까이 느껴지기도 한다.

 "  너는 머리카락  하나도 희게나 검게 할 수 없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이 모든 말씀들은 이미 내가 절실히 깨들은 바이다

어느 순간 '아! 인간이 세운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구나.  난 얼마나 나약하고 모순되고 비겁한 존재인가?'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말씀들이 나에겐 가까이 있지만 실천하기엔 너무 어려운 메시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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