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학교> 두번째 통신 - 교육을 거부하는 학교!

문탁
2014-06-24 23:44
1243

<미니학교> 첫번째 통신에 댓글을 달아주신 새털 낭만고양이, 인디언, 드림, 달팽이...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1. 학교 이름...은 아직도 설왕설래입니다.

 

  여전히 학교이름을 못 정하고 있습니다. 설왕설래 중입니다. 단연코, 공동체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naming아닌가, 싶습니다. 월든도, 파지사유도, 내공프로젝트, 공공공프로젝트, 학이당, 이문서당... 모두 이름 짓는데 상당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하하하...

 

  얼마전 문탁과 파지사유의 탐방을 하신   어떤 선생님 한분이 미니학교의 이름으로  '파지스쿨'이 어떠냐는 새로운 제안을 하셨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이유는?

 

  첫째, 파지스쿨은 파지사유를 거점으로 하여 활동하는 학교입니다. 미니학교는 초등-중등-고등-대학...같은 단계적 진학의 한 계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마을공유지 파지사유 속에서,  파지사유(물론 문탁이나 월든 포함)가 만들어내는 혹은 파지사유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공부와 활동들의 연합과 접속 속에 존재합니다.

 

  둘째, 파지스쿨, 즉 破地school이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파지스쿨에서 우리는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깨달은 공부의 내용과 형식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출발은 우리의 경험이지만 우리의 경험을 매번 되묻고 깨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번 자신의 근거를 묻고 사라지게 하는 학교 (A School of Ever-Disappearing Ground),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라는 이름이 영 못마땅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차라리 '파지서원' 혹은 '파지서당'이 어떻냐라는 의견도 있고,  지원군은 파르헤지아라는 이름을 고집하고 있는 듯 하네요. (광합성, 지금까지 나온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빨리 이름 하나 지어봐요^^)

 

 

2. 고로, 학교의 철학과 이념, 목표........같은 건 없습니다.

 

  그래서 파지스쿨 (일단 이렇게 써보겠습니다)은 하나의 진리로서의 교육철학이나 이념 같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철학이나 이념에 갇힐까 걱정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그러하듯 다양한 인연과 사건 속에서 매번 자기와 세상을 함께 변화시켜 나갑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키우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정말 오만한 거겠죠.

 

  하여, 만약 누가 "너희의 정체를 밝혀라!"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부정어법으로 밖에는 대답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근대학교의 연령별 분할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근대학교의 전일제 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위계화된 지식의 꾸러미들을 소비하는 것을 공부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학생은 공부, 어른은 일이라는 두 개로 분할된 세계를 반대합니다.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럼 도대체 너네는 뭘 하려 하는데? 라고 물으면... 글쎄요...아이들과 함께 살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공부하고...........!! 정도? ^^

 

3. 그럼 우리는 어디서 출발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만들어낸 공동의 경험과 지혜가 우리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특이성을 구성할 겁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파지스쿨은 새로운, 혹은 대안적인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공부의 형식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특이성을 표현보겠습니다.

 

   첫째,  우리는 일주일에 이틀만 공식적인 수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뭘 하느냐구요?

   글쎄요...대학을 가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검정고시 준비를 할 것이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친구는 지금, 당장 여기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실험을 할 것이며,  공부를 하면서 촉이 오는 대로, 필을 받는 대로 새로운 자체 세미나를 조직할 수도 있겠죠. 아참 문탁의 다양한 강좌나 세미나에 참여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파지사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봄날길쌈방과 결합해서 공방사업을 해볼수도 있겠지요. 혹시 압니까? 청년창업이 아니라 청소년창업의 모델을 만들지....^^

 

   둘째,  우리는 학생중심의 학교가 아니라,  교사중심의 학교입니다. 아...물론 오해는 하지 마십시요. 교사중심의 학교라는 게 교사 마음대로,  교사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학교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다만 우리는 열일곱, 혹은 열다섯에 배워야 할 게 딱히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배워야 할 것은 많고,  강호에 고수는 많습니다. 다만 저희 미니학교에서는 저희 교사들이 각자 자신이 집중하여 공부하는 내용들로, 교사 자신들이 배우고 크게 깨달은 텍스트들로 아이들을 만나려 한다는 것입니다.  하여, 저희 미니학교의 교사들은 특정한 교사자격증은 없습니다만 아이들보다 더 많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음....우리는 최소한의 밑천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보려 합니다. 다양한 아이들이 오겠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히겠죠? 그럼 또 어떻습니까? 매번 그것들을 배움의 기회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요?

  무모하고, 또 무모하고....  하지만 문탁도 월든도 파지사유도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설령 머리 속에 뭔가 있다 하더라도 현실은 늘 그것을 배반합니다. 그것이 세속의 이치이지요^^)  만들면서 만들어가는, 그런 운동만이 있었습니다. 미니학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도 많이 질문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아이디어 보태주시고..... 그러시길~~~

 

  

댓글 5
  • 2014-06-25 12:43

    미니학교 수업 내용에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

    청소년들에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의 가장 좋은 형태가 농사수업이 아닐까 합니다.

  • 2014-06-29 16:39

    ㅋㅋ  저는 학교라는 말보다도 수업이라는 말이 맘에안듭니다. 켁켁

  • 2014-06-30 17:42

    오늘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에 관해 읽다보니

    그들의 커리큘럼에 토론, 수업, 학술적 작업 외에도

    함께하는 식사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부분을 발견했어요.

    미니학교 커리에도 공동식사 넣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2014-07-01 00:46

      당근 공동식사는 필수! ^^;

  • 2014-06-30 20:17

    한자어와 영어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지만...

    파지줍는게 생각 나기도 하고, 피자스쿨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갑자기 파지스쿨이 좋아지려고 하네요 ㅋㅋ

    벌써 익숙해졌나봐요  앙대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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