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화인문학 시즌2 첫시간-영화 <성춘향>

micales
2021-06-09 22:43
339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혹 그런 영화들이 있다: 러닝타임은 분명히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 있어서 비교적 짧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봤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마법. 답답해서 영화의 스크린 너머 속 인물들에게 '야! 그냥 빨리 좀 하면 되잖아!!'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는 영화들 말이다. 이번에 본 영화 <성춘향>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왠지 시간이 빨리 갈 것 같아서, 뭔가 싱겁거나 아쉽게 끝날 것 같았는데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마지막에는 인물들에게 마음 속으로 재촉하게 되는 영화.

 

 나는 거의 '제대로' 한국영화들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의 세대를 완전히 벗어난 옛날옛적에 불과한 시기에 만들어졌었던 영화들은 더더욱이 본 적조차도 없다. 그 '제대로'라는 말의 뒤편에는 거의 '좋아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내가 '한국영화' 장르보다 다른 외국영화들을 본 이유에는 여러가지 선입견과 경험들이 작용한 것 같다. 이를테면 최근 한국영화가 양산하고 있는 로맨스+코미디 장르 및 그냥 코미디 장르에 여러가지 다양한 타 장르들을 섞은 영화들에 대한 그 특유의 고착화된 스토리 라인과 가벼움에 대한 반감이라든지 그를 비롯한 여러 한국식 정서라는 것에 대한 모종의 반감 등...이런 것들이 섞여서 이러한 반감들을 가지게 된 듯하다. 그런데 거기에 얹어서 고전영화들이라니.. 처음에 신청할 때는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까지 영화인문학에서 겪어왔던 다양한 장르에서의 '개척'과 확장을 위해서(!) 이번 주에 이 <성춘향>을 보았다. 

 

 춘향전의 서사는 단순하고, 또 동시에 유명하기도 하다.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으래 등장하는 요소인)어쩔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서로가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 사이 그들 사이를 갈라놓을 만한 시련, 즉 악당이 등장하여 이들 사이의 관계를 방해하려 들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고 그 시련을 넘어서는 극복의 과정 뒤에는 늘 그렇듯 사랑스러운 해피엔딩이 끝을 맺는다.

 어쩌면 다른 여러 이야기들보다 어느 장르를 불문하고 통용되어 오던 '사랑'이라는 장르 때문에 지금까지도 시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리메이크들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성춘향>또한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이며, 실제로도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 2021년의 시점에서, 약60년 가까이가 지난 시점에서 이를 보자면 상당히 진부하기도 하고, 덜 자극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표면상으로는 1시간 30분이지만, 체감상 약 2시간 30분 쯤 되는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제목(<성춘향>)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가 이 둘의 관계보다도 성춘향의 이야기에 초점이 마추어져 그녀가 어떻게 시련을 견뎌내고 넘어서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왠지 모르게 전개가 꽤나 빠르게 (요즘의 기준에서 보자면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을 정도의)흘러가 나머지 시간을 다 채울 수는 있으려나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 즈음부터 춘향의 고난을 바라보며 정말 원없이 하품을 하거나 누워서 잠이라도 자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늘어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당시의 감성으로는 충분히 흥미진진한 전개라고도 느낄 수 있었겠으나, 점점 빠르게 변하는 현재의 감성으로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특정한 장면들에서는 놀라기도 하였는데, 영화가 단순히 춘향전의 스토리 자체만을 소화해내는데만 충실한 것이 아닌, 당시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점이 중간중간 보였었는데, 그 중 하나가 춘향전의 캐릭터들을 단순히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각ㅈㅏ의 역할과 개성을 맡겨 재해석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현재의 많은 한국영화들의 단골소재인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로맨스적인 캐릭터와 코미디, 유머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로 구성하는 현재의 로코(로맨스 코미디 영화)에 가까운 형태의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거의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기에도 꽤 전에 만들어졌던 영화였기에 오래된 느낌 때문에 현재의 정서와 너무 안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생각보다 현대에도 통용되는 영화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점들이 돋보여 현대의 정서에 일치할 때마다 놀랐다. 특히 방자의 캐릭터를 다이나믹하게, 그리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로맨스 장르에 생각보다 그 둘의 균형을 잘 잡은 점이 내 기대보다는(?) 놀랍기도 하였고, 현대와 소통하는 창구가 있다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하였다.

 

댓글 7
  • 2021-06-09 23:25

    그래도 재하군은 잠을 이겼군요.

    그 체력과 정신력이 부럽습니다.

    저는 뭐.

    나름 사랑영화인데  설렘이 1도 없다니ㅠㅠ

    • 2021-06-10 14:47

      메모 미리 올려요..

      • 2021-06-10 18:33

         "(....)하필이면 1960년대 후반! 그것은 미국 역사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특별한 시절이었다. 세계2차대전 이후의 냉전모드가 심한 파열음을 내면서 와해되고, 민주주의가 광포하다 할 지경으로 폭발했던 시기였다. 전쟁 영웅인 아이젠하워 장군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사람들이 늙어가고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성인이 되었다. 이들은 가족이나 국가, 국민, 제도, 종교 자본주의, 아메리칸 드림 등 모든 개념에 대해 의심했고 그것이(...)사회적 쟁점들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 클래식 중독_94p

         

        1) 당시 한국에는 어떠한 저항들이 (영화의 방향을 제외하고)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당시의 한국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발전의(혹은 폭발)의 수용이 용납될 수 없었을까요?

         

        2)미국이 그러한 하나의 '붐'을 겪고 세대 간의 단절이 이루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저항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현재의세대 갈등, 젊은 세대들의 문제들로 옮겨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과거의 세대 갈등은 하나의 폭발이었다면, 현재의 갈등은 폭발이라기보다 일종의 무기력에 가까운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것에 대해서 그 차이와 변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2021-06-10 22:57

        1970년대, 고래 잡으러 동해로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은

        대학생만큼이나 영화감독에게도 절실했다.

        더구나, 히피와 마리화나의 1960년대 미국으로부터 

        방금 돌아온 영화감독 하길종에게 한국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었다.

        - p.93

         

        내게는 '동해바다의 고래'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이 있다.

        어렸을 적에 우리는 늘 서쪽을 바라보았고 모든 꿈도 기대도 서쪽에 있었다.

        저들이 판타지 찾아 떠난다는 꿈의 장소가 알고 보면 내 고향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자라면서 익숙하게 보아온 고향 바다는 

        고래가 사는 그런 바다가 아니었다.

        -p.105

         

        1. 지금은 감옥이 사라진 시대인가?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금은 감옥도 사라진 것일까?
        2. 내가 갖고 있는 판타지가 누군가에겐 일상이 된다. 바보들의 행진에 안타까운 건 그런 판타지를 벗어나지 못함에도 있는 건 아닐까? 

         

         

         

        • 2021-06-11 01:20

          메모 올립니다. 꼴찌네요 ㅠㅠ

          • 2021-06-11 01:55

            부디 슬퍼하지 마세요~ㅎㅎ

  • 2021-06-09 23:59

    후기 쓰기도 난감했겠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재미가 있지? 있을걸? ㅋㅋ

    재하가 개척하는 그 길을 함께 삽질하는 기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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