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동아리 27회차> 유난히 산이 잘타지는 날

동은
2020-11-2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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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등산동아리 후기를 적게 됐다. 왜냐하면 지난 월요일에 등산동아리에 참여한 뒤 처음으로!! 등산코스를 완주했기 때문이다. 매번 첫 번째로 쉬는 스팟만 찍고 내려오는 깍두기같은 회원이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산이 잘 타졌다. 마침 항상 10시에 있던 일정도 없었고 이참에 끝까지 등산을 완주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같이 간 쌤들은 내가 무리를 하는가 싶어 중간에 버스를 타고 돌아가거나 내려갈 수 있는 코스를 알려주기도 하셨는데 오늘은 끝까지 돌아보겠다고 밀어붙혔다. 

 

 

 

 

덕분에 후기로만 보던 미륵사와 도룡뇽샘도 봤다. 도룡뇽 샘은 생각보다 조그마했고 미륵사는 들어가보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 마을회관 같아 보였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가을 산이었는데 이제는 낙엽이 다 떨어져서 겨울산의 모습이 되었다. 나무들이 옷을 벗으니 덩달아 넓어지는 시야 때문에 산이 또 새롭게 보였다.

 

 

 

 

산에서 중간중간 나있는 사잇길을 발견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던 적이 있다. 이런 길을 보거나, 주변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에 따라서 바닥에 깔린 낙엽들이 달라지는 모습이나, 사람들이 낸 다양한 길들, 길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산의 풍경을 보는 건 내가 산행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 중 몇 가지 요소들이다.

 

 

 

 

중간중간 싸온 간식을 먹기도 하고 밴치에 앉아서 우연쌤이 아침에 읽으신 책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셨다. 이날 우연쌤은 정말 시작 때부터 마지막까지 입을 쉬지 않으셨다. 내 입은 산행할 땐 모자란 숨 쉬느라 바빠서 절대로 다른 일에 쓸 수가 없는데 내리막이나 오르막이나 어떤 길에서도 수다를 쉬지 않는 우연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숨은 언제 쉬시는 거지?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산행을 하시니 정말 어떤 경지를 넘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까진 쌤들의 수다를 듣는 것만해도 재미있다.

 

 

 해가 높아지면서 옆쪽으로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로 단체사진을 찍으면 재밌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기린쌤과 내 그림자밖에 잘 보이지 않는다 ㅋㅋ

 

매일 아침 담아오는 500ml 물통은 내 체력을 표시해주는 지표나 마찬가지였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땐 처음 쉬는 공간에 도착하기도 전에 싹 다 비웠었다. 물통의 물이 남는 양은 서서히 늘어났다. 이제는 정자에 도착하면 절반 정도가 남고, 숨이 차도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처럼 폐가 아프지 않다. 중간중간 고관절이나 내려오는 길엔 무릎이 뻐근해져서 다음날이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다도 다음날 다리는 생각보다도 멀쩡했다. 올해 몸을 움직이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았는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체력이 늘어난 것이 실감나서 정말 기뻤다.

 

지난 8월부터 수영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음 주에도 산이 잘 타진다면! 다른 코스 완주에도 도전해봐야겠다.

 

 

 

 

댓글 8
  • 2020-11-27 09:00

    우와와~~~
    동은이 화이팅!!!
    동은이 글은 항상 재미있어~
    이번글도 아주 맛갈나네
    동은이 상황과 샘들 특히 우연샘의 상황이 눈에 선~ 하다^^

  • 2020-11-27 11:14

    나는 왜 산에 가면 수다스러워지는지....
    (평상시도 수다스러운가???)

    동은이 수고했다. 점점 걷는 시간을 늘려보자구나.

  • 2020-11-27 12:12

    동은 파이팅!!!

  • 2020-11-27 14:20

    우와~~ 첫 완주를 축하해~~

  • 2020-11-27 20:37

    다음 완주도 기대하고 싶어요~~~

  • 2020-11-27 21:02

    ㅋㅋ 다음은 수리봉?
    함께 완주해서 좋구나^^
    담주에도 보자 ~

  • 2020-11-28 15:09

    오홋! 등은이가 완주를!! 내가 완주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쁠 수가!!

  • 2020-11-29 11:48

    완주가 처음이라며 체력이 늘은 것 같다던 동은의 기쁜 얼굴이 잊혀지지 않네요.
    체력 늘리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어쩐지 요즘 동시에 여러 편의 글을 큰 딜레이 없이 써내더라니..
    그게 갑자기 어떻게 가능해진걸까 싶었는데 갑자기는 아니었겠군요.
    그간 쌓아온 체력이 이제 일을 받쳐주기도 하나보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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