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순자는 왜 유학의 정통에서 밀려났을까요?

여울아
2021-04-02 17:41
307

 

제가 어디선가 고모 이름이 순자였다고 했잖아요. 

엄마이름은 순덕이 입니다. 동네에서 착하다고 소문났더랬죠. 

그럼, 우리가 공부하는 <순자>도 착한 남자??

안타깝게도 순할 順자 아니라 풀 이름 荀자 입니다. 

 

순자는 공자의 정통 계승자임을 자부하였으며,

당대에는 그와 그의 제자들의 저술 <순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송나라 주희가 유가의 정통을 공자에서 자사, 맹자로 정리하면서

순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왜 순자가 유가의 정통에서 밀려났을까요? 

 

<순자>를 공부할 때 반드시 <맹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맹자보다 100년 뒤 출생한 것으로 알려진 순자는 

맹자를 의식한 듯한 문장이나 비판 글을 저술 곳곳에 남겼습니다.

<순자>를 읽으면서 <맹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명학자인 채인후는 순자가 유학에 공헌 부분을 두 가지로 꼽습니다. 

첫 째 공자를 계승하여 객관 정신을 드높였다는 것. 

그는 헤겔의 정신 구분법을 가져와, 공자는 주관정신, 객관정신, 절대정신이 모두 뛰어났다고 평하며,

순자는 그 중 객관정신만을 드러낸 한계가 있다고 평합니다. 주관 정신은 인의 실천과 같이 주체의 정신이고, 

객관정신은 공동체적 가치, 즉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고양의식(예법), 절대정신은 천명과 같이 하늘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문화적인 면에서 지성 주체의 의의를 드러냈다는 것. 

순자가 맹자의 주관(본심/성선)과 절대정신(天) 모두를 부정하는 대신 

지성(智)을 부각시킨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지성 주체를 통해 지식 형태를 완성한 것은 순자의 공헌이라는 것입니다. 

 

자, 다시 질문해볼까요? 순자는 왜 정통에서 밀려났을까요? 

채인후의 관점에서는 맹자가 공자의 주관, 객관, 절대정신 모두를 계승한 셈 아닐까요? ㅎㅎ

(세미나 시간에는 <순자> 메모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순자의 철학> 부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해서 

여기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채인후가 헤겔의 정신철학을 가져온 줄 몰랐습니다. 우연히 요요님과 얘기하다가 알게 됐어요.ㅎㅎ)

 

세미나 첫 시간인데, 제게는 많이 도전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이당에서 한 번, 토용과 또 한 번. 이렇게 <순자>를 읽었는데, 

봉옥과 고로케님과 함께 읽는 <순자>가 제게는 가장 재미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몇 가지 우리에게는 공통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순자가 말하는 하늘(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기존 유가(공자/맹자)와 비교하면서 공부하기. 

<순자> 텍스트에 끊임 없이 딴지를 걸면서도 순자의 시대정신을 관통한 읽기에 도전하기. 등등. 

 

사실 지금 후기를 쓰는 중에도 고로케님의 메모에서 쏘아올린 "상관관계"라는 용어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맹자에서는 인간과 하늘의 상관관계를 얘기할 수 있지만 순자의 천에도 이런 표현이 적확할까 하는 일차원적인 해석부터

인간이 하늘에 의지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순자의 표현처럼 더이상 둘 사이 원인과 결과, 즉

"하늘이 노해서 서리가 내린다"와 같은 관계성이 부인된다는 것은 인간의 독립을 말하는 것인가. 

하늘과 땅과 인간이 각기 다른 직분이 있다는 순자의 주장에 대한 이론적(지식적) 접근뿐 아닐 실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시간에는 정작 제가 발제를 맡았던 천론에 대한 논의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요. 

이후 차근차근 짚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천론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요. 

우연히 발견한 순자의 천론에 관한 수능문제를 풀면서

지난 시간 우리의 순자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해봅시다. (저는 다 맞았어요^^)

 

https://m.cafe.daum.net/dulsai/WDG9/196

 

다음 시간 진도는 <순자1> 4, 5, 6, 7장, <순자2> 23장 성악편 / <순자의철학> 3장 성론, 4장 명론입니다. 

댓글 2
  • 2021-04-04 17:18

    순자가 정통에서 왜 밀려났냐고 두 번이나 물어보면서 왜 자세하게 안 알려주고 그러세요 ㅎㅎ

    그 답은 순자를 다 읽으면 알게되지 않을까요?

    전 봉옥샘과 처음 세미나를 하는데요, 샘의 통통 튀는 시각과 질문이 즐겁습니다. 저랑 세미나할때는 심드렁하던 여울아 눈이 얼마나 초롱초롱 했게요 ㅋ

    봉옥샘, 고로께샘과 하는 이 세미나조합 참 좋네요^^

     

    참고로 저도 수능 문제 다 맞았어요  ㅎㅎ

    순자 몰라도 독해만 할 줄 알면 풀겠던데요

  • 2021-04-07 08:16

    양명학자 채인후가 그리는 계보가 있는 거 같아요.

    순자의 심론에 와서는 주희와 순자를 묶고 있어요.

    채인후는 맹자와 묶이기를 바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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