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인문학] 네번째 세미나 후기

곰도리
2019-11-06 22:36
316

증여론 마지막 시간. 결론.

원시 형태의 부족에서 이루어지던 선물과 답례가 오늘날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검소하게 살다가도, 가족 축제에서는 과하다 싶게 돈을 쓰거나(물론 점점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이런 소비 방식이
줄어들고 있다), 가족 수당, 여러 사회 보장 사업, 실업수당, 직군단체 조합 들이 현대의 선물과 답례의 새로운 형태일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결국에는 오고가는 물건의 교환을 통해서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서, 집단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라고 했다.
저자의 의견을 따르자면, 발달하는 기술을 활용해서 어떻게 선물과 답례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한 선물과 답례는 순전히 자발적이거나 실리만을 쫒는다고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물을 할 때
기대하는 마음은 당연하게 갖게 되고, 받는 마음도 종속적이고 위계 속에서 속박된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집단에서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조건없는 사랑' 혹은 '바라는 것 없는 호의'를 즐거운 실험처럼 해 보았을 때 집단의 건강함, 유쾌함이
어떻게 변화될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1600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서 높은 자리도 낮은 자리도 없는 선과 지고한 행복의 식탁. 
가족과 형제 사이에도 우위를 따지고, 부를 나누는 것을 경계하는데 내 곁의 누군가와 이를 나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더불어 마을에 사는 4가족도 법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부동산공동체 겸 빚공동체라서 다른 가정의 안녕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지만, 객기와 무지에 의해 벌이지 않았더라면 어느 한 집도 이 땅을 공유하자고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4 가족에서 다시 선택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같은 선택을 할 집은 없을 것 같다)
결국에는 집단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위계를 어떤 방식으로 흔들고, 작은 것들이라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을지
찾아내야 하는데, 그 시작은 어떤 식의 필요 혹은 결핍에서 근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부분이 가장 어렵기도 하다. 나의 결핍과 필요를 표현하기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 곁에서 누군가 내 일상을 지켜보지 않는 한, 나의 결핍과 필요를 알아채기 어려울텐데...
그럼 나 스스로 꺼내어 놓고 말하려면, 말해도 이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 하도록 하는 정치까지. 

광교 호수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증여론 마지막 세미나를 진행했다. 날이 좋았고, 올 해 가을이 길었고, 바깥을
여유있게 보고 싶었고,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갔다. 사실... 애초의 목적지는 곤지암 리조트 옆에 있는
화담숲이었지만, 장소보다는 모두가 모이는 것이 중요했기에 당일 아침에 목적지를 가까운 곳으로 바꾸었다. 
그 큰 호수를 정말 한 바퀴 돌았다. 점심 먹기 전에 반바퀴, 점심 먹고 반바퀴.... 헐헐... 다들 가볍게 도시더라. 
호수를 옆에 두고 평일 점심 노천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으면서 나른하고 찬찬히 흐르는 시간을 몸으로 느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앞사람 발두꿈치도 보면서.... 멈춰진 시간을 보냈다. 

댓글 3
  • 2019-11-07 06:41

    와....이 사진 예술이야요. 크게 천으로 프린트해서 파지사유에 걸어놓읍시다. 아니면 월든 벽에든. 넘넘 좋아요. 꼭 해주세요.

  • 2019-11-09 15:38

    가을날이 너무 좋아서 세미나도 저절로 된던듯
    증여론을 1장씩 천천히 읽었는데 모두에게 길게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네요.
    이제 남은 한권의 책 함께 잘 읽어봅시다~~

  • 2019-11-09 22:23

    광교 호수공원에 모.두. 모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외부세미나(a.k.a. 단풍놀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
    앞부분에선 원시/미개사회의 사례를 주로 들다가, 결론에선 현대사회로 바로 연결시키니까 너무 급진적이지 않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연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선물이라는 것 자체가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임은 분명한데... 공부를 할수록 선물을 주는 일도, 받는 일도 세심한 배려, 아니 그 이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런 생각에 매몰되어 관계에 더 소극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그렇지 않도록... 선물과 답례에 대한 즐거운 실험의 방법은 어떤 것일까 고민이 생기네요.

    다음 책도 잘 읽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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