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마지막 시간(전체 세미나) 후기

둥글레
2020-10-20 21:49
328

『걷기의 인문학』 마지막 시간은 3개조가 모두 모여 각 조마다 2명씩 해온 메모를 읽고 토론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 나온 키워드를 나열해 본다면, #여자들의 걷기 #안전 #헬스장 #러닝머신 #교외화 #사유화 #표류 #공적 영역 등입니다.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 여성의 보행에 관한 이야기. 19세기까지 밤에 길을 걷는 여성이 체포될 수 있었고 게다가 성병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검진을 받아야 했습니다. 검진을 받지 않으면 징역형, 검진 결과 감염자이면 징역형. 그러니까 여성들의 ‘성’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의 보행은 ‘성’과 바로 연결됩니다. 새털은 솔닛이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길고 긴 보행의 역사를 앞에서 얘기한 거 같다더군요.

 

‘걷기’를 할 때 ‘안전’에 대한 걱정은 지금 ‘멍 때리고 걷기’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있습니다. 스르륵은 오디세우스나 조르바에 따라붇는 위대한 인간이라는 칭호나 자유와 상반된 여자들에게 가해진 차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는 위험에 대해 메모에서 얘기 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염려도 있고, 스르륵은 월지 酉金의 한 곳에 정주하고자 하는 특성이 정원과 같은 己土 일간과 만나서 원래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도 솔닛의 글과 멍-걷기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리산 둘레길도 걷고 딸이랑도 걷고... 걷고 있다고 하네요.

 

정의와미소님은 ‘교외화’가 가져운 현대의 병폐에 대해 메모를 했습니다. 도시를 떠나 교외의 주택에서 사는 게 지금 우리에게도 좋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핵가족의 고립되고 축소된 소비의 공간이라는 것이죠. 교외는 자동차가 없으면 살 수 없으니 더더욱 걷지를 않게 되고, 교외화 때문에 도시는 공동화되고, 걷는 사람이 없으니 공적 영역이 축소되어 갑니다. 즉 일상은 점점 사유화되는 거죠.

 

콩땅은 메모에서 고기동 사람들이 자동차로만 이동하다보니 도로 분쟁이 생긴 사정을 메모하면서 걷기의 중요성을 얘기했습니다. 정의와미소님도 차 없이는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된 지금의 교외 생활을 그만두고 내년엔 다시 도시로 이사를 오겠다고 하시네요.

 

러닝머신(treadmill;쳇바퀴)이 원래 죄수들의 징벌 기구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의 교외화’로 표현될 때는 뼈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솔닛은 헬스장을 몸을 쓰는 일의 멸종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육체 보호 구역이라는 표현합니다. 시시포스의 바위형벌처럼 반복 노동은 형벌인데 우리는 헬스장에서 반복적인 육체 행위를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먼불빛님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던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되는 글을 적으셨는데,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걸으세요 지금 당장!!”이라고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소리치셨습니다.

 

기린님은 출근하면서 걷던 길이 멍-걷기와 솔닛의 책으로 새롭게 다가왔다고 메모하셨어요. 주변을 돌아보며 걷기에 그치지 않고 ‘표류’해 보자고 마음을 먹고 16년이나 살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도 걸으며 걷기에 설레임이 더해졌다고 합니다. 단풍님은 점심을 굶고 그 시간동안 걷기를 하셨는데 동학들이 모두 한 목소리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 위주로 움직이다 걷기를 하면서 화가 사라지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행을 포기하는 건 짐짝이 되는 거고, 유체이탈하는 거고, 공공성을 포기하는 거고, 무엇보다 우리의 자유와 육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솔닛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 어떻게 걷고 있는지 돌아가면서 얘기했는데, 다들 각자 나름의 걷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18인 18색(문탁샘 포함 ^^)의 걷기를 응원합니다~!

댓글 2
  • 2020-10-21 08:51

    '표류'... 이 단어가 정말 여성의 단어였던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면서 , 앞으로 여성들 그리고 저같은 기토의 삶에 더 다양한 표류적(!) 시선들이 확대되기를 기원합니다~~~~~~~

  • 2020-10-21 10:46

    저는 밤에 걷는걸 꺼려했는데...뭔가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내가 조심해야지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솔릿의 책이나 스르륵샘의 메모를 보니 굉장히 수동적으로 받아드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그렇다고 당장 주말 밤에 걸어? 아니면 무사님이 알려준 달빛걷기행진에 참여해야하나? 무엇이 대항품행인지 고민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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