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논어글쓰기 7회 - 청년과 스승

바당
2020-10-07 00:27
360

청년과 스승

 

  근래 젊은 의사그룹의 파업과 시험거부,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취준생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어 마음 아팠다. 여기에 어떤 어른들도 죽비와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청년집단들도 자성의 소리를 또렷이 내고 있지 않아 더욱 안타까웠다.

 

  공자가 진나라에 있을 때 말한다. 돌아가리, 돌아가리 우리 마을 청년들은 경험은 적지만 뜻은 높아 빛나는 젊음의 덕을 갖추었으니 나 돌아가서 이들을 잘 가르쳐야겠다.( 子 在陳 曰 歸與歸與吾黨之小子 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공자는 말한다. 청년은 자고로 높은 뜻을 가지고 빛나는 혈기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또 그 푸릇한 힘을 어른인 내가 잘 설계해 주마라고, 여럿이 함께 공부하며 힘을 모아보자고 한다, 자신이 이미 15살에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 즉 공부에 뜻을 둔 길에 들어섰고, 30세 부터 확신을 가지고 헤쳐 나왔듯이 이 길에 더 나은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공자가 처음부터 전업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자의 이 말은 나이 61살에서 63살 일 때 제자들과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를 떠돌면서 고난의 시기를 보낼 때이다. 태어난 노나라에서 관직으로 뜻을 펼 수 없게 되자 공자는 위나라에 머물며 진나라 등을 오가며 주변 상황을 주시하고 타국에서 관직을 얻고자 한다. 허나 당시 나라들 간의 세력판도에 따라 성쇠가 갈리고 나라 안에서도 이해관계로 묶여 있어 결국 정치로 세상을 바꾸려는 꿈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서 돌아가서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인류 최초, 계층을 가리지 않는 전업선생이 되기로 한 것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의 청년상은 이러 했고 스승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나 젊은이들은 점점 고착화되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청년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능력이라는 달콤한 말로 개별화되기 시작한 젊은이들은 이제 각자 도생의 길을 외롭게 걸어가야 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생명력을 잃어가기 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는 스승들이 패기 넘치는 청년들을 살려냈으면 좋겠다.

 

댓글 3
  • 2020-10-07 09:51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노나라에 있는 제자들은 뜻은 크나 일에는 서투르다. 찬란하게 문장은 이루었지만 그것을 마름질할 줄 모르는구나."

    -우샘께 배울 때 강독했던 의미와 사뭇 느낌이 다른 해석을 보는 재미가 있네요^^

    어쨌거나 원문의 인풋이 이렇게 다양한 아웃풋으로 펼쳐지는 <논어>의 맛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바당님이 만난 스승의 기억도 궁금하군요^^ 미친 복습단으로서요^^ ㅋ

  • 2020-10-07 13:52

    아...어려운 과제같아요
    이런 시대에 스승노릇도 어른노릇도....ㅠㅠ

    • 2020-10-11 09:15

      문탁샘은 우리 시대에 좋은 스승과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시고 계세요
      "길드다" 라든지 젊은 세대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려는 것을 보면서
      항상 고맙고 부끄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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