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7회차 후기

느티나무
2020-09-28 22:04
239

요즘 코로나로 인해 나도 학원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학부모들에게 문자가 날아들었다. 이번엔 2주 혹은 3주를 수업을 쉬었으니 수업료를 어떻게 내야 하냐고 말이다. 내가 비록 수업료를 받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수업을 하면서 시간 당 얼마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각각 다른 역량을 가진 아이들에게 그에 맞는 수업료를 받을 수도 없다. 2시간 내내 진을 빼며 수업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약간의 길잡이만 해주어도 혼자서 잘 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다고 차별하여 수업료를 받을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고 시대를 한탄하기도 하고, 시간 당 얼마를 따지고 드는 사람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子曰 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마른고기 한 묶음 이상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면 나는 일찍이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다. (술이편 7장)

 

10 년 만에 다시 듣는 우샘의 『논어』 강의... ...

매 시간마다 마음이 뒤죽박죽 뒤집혔다 가라앉는다. 이제 나이가 지천명을 넘어선지라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해야 할 일에는 감정이 덜 일어나야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러니 강의를 듣고 돌아가는 길엔 그런 내 감정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고 다시금 정리가 되곤 한다. 이번 주는 위의 문장이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나 ‘회(誨)’에 대한 해석이 예전에 들리지 않았었던가 보다. 이번엔 그 단어에 대한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회(誨)’는 가르친다는 뜻을 가진 한자이다. 하지만 우샘은 요즘의 가르친다는 의미와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인다고 설명해 주셨다. 공자에게서 가르친다는 의미는 그 사람에 맞게 깨우쳐 준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각각의 개인적인 형편과 성격, 그리고 그가 가진 능력을 고려하여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주고받는 교육비의 차원을 훌쩍 넘어선, 서로가 뜻을 나누고 키우는 관계를 맺는 것이리라. 이렇게 맺는 스승과 제자는 나이와 능력과 신분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마음으로 알고 싶어 애쓰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안 되면 말을 틔워주었다. 한 가지를 깨우쳐 주었는데 세 귀퉁이로 반응하지 않으면 다시 가르쳐주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공자의 교육방법이라고 한다. 선행으로 먼저 가르치지 않고 하려고 할 때 깨우쳐 주는 것. 그러고 보니 『논어』에 등장하는 제자들을 대하는 공자의 태도와 가르침은 늘 이러했던 것 같다. 우샘은 이것이 동양고전의 핵심이라고 하신다.

예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생각난다. 『무지한 스승』에서인가(확실하지 않음, 빌려 준 책이 돌아오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음 ㅠㅠ), 정확하지는 않지만 교육과 스승의 역할에 대해 읽은 내용이 기억이 난다. ‘스승은 아이들이 구덩이에 빠지거나 넘어질 때 포기하지 않고 그물을 빠져 나오고, 일어나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의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교육이라는 것은 한쪽에서 하는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서로 상호작용 통해 배워가는 것’이라고 했건 것 같다. 정확한 문장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래도 꽤 인상에 남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처지다 보니 교육에 대한 내용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나보다.

한 순간 수업료를 물어오는 학부모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는 내게 마른 포 한 묶음만으로도 모든 것을 넘어선 관계를 맺는 공자님은 아~~~~ 넘사벽인 건가?

 

댓글 1
  • 2020-10-11 09:59

    샘 힘내세요.
    샘이 아이들에게 마음과 시간쓰는 공력에 대해 지금 다 보상 받지 못해도
    씨 뿌리고 키운 아이들 중에 작은 귀퉁이의 세상을 바꾸는데 힘 쓸 놈들이 나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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