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와 거주하기> 9, 10장 후기

블랙커피
2020-10-27 00:25
414

세넷의 3부작 (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을 드뎌 마쳤다.

7월 8일부터 10월 21까지 15주에 걸친 세넷읽기...

그 마지막 시간은 공동제작과 재구성이 중심이었다.

세넷은 도시계획에서 공동제작을 얘기한다. 보통 도시계획의 과정은 전문가와 관이 주도하는 협의 과정을 거치는데, 세넷은 이를 주민들을 들러리 세우는 보여주기식 협상이라고 본다. 세넷은 기술적으로 훈련된 제작자와 삶의 경험을 가진 거주자가 함께 계획을 만드는 공동제작을 열린 형태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공동제작은 민주적 상향식 모델이기에 현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동제작이 그리 만만한 과정은 아니다.

우선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전문가와 거주자)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하나의 옳은 길만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여기서 세넷은 지멜의 가면과 다른 의미의 ‘거리두기’를  말한다. 세넷이 말하는 거리두기의 핵심은 협동은 하지만 가깝지 않은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개인적인 과제의 공유를 통해 타인들에게 느끼는 일종의 제한적 우애의 감정인 ‘사회성’이 공동제작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를 벗어난, 존재가 아닌 행위에 중점을 두는 협력. 이는 그냥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할 때 발생하는데, 작업장에서 구체적인 일을 함께 할 때 발생하는 협력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협력은 복수형의 발언이 전제되기에 공동제작과정에서 저항과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을 보았을때, 저항과 마찰은 단지 다양한 의견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제작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협의수준에서 참여해왔던 방식을 바꾸어야 가능하다. 즉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써왔던 에너지와 다른 강도의 에너지를 서로에게 요구한다. 그래서 세넷은 이를 사포처럼 꺼끌꺼끌한 경험이라고 얘기하는지도...

세넷은 <짓기와 거주하기>의 4부에서 <장인>에서 다루었던 세 가지 형식의 수선을 다시 가져와, 이를 도시를 수선하는 문제와 결부시킨다. 빌은 시테의 변화와 함께 수선되고 변화해야 한다. 세넷은 복원, 교정, 재구성의 수선의 형식 중 재구성(특히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의 수선)을 가장 귀중하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론에서 언급되는 한나 아렌트의 탄생성(Natality)이라는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넷은 이를 소통과 상호작용의 끝없는 과정으로서 타인과의 삶을 개작하려는 노력, 재탄생의 노력이라고 말하는데, 바로 여기서 세넷이 빌과 시테의 비틀림을 열린 과정 속에서 사유하고자 하는 의미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세넷은 대화적 대화를 통해 시간 속에서 질서의 포켓을 만들어가는 재구성의 능력을 유능한 도시인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자 윤리라고 본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세넷이 내세우는 미덕은 겸손함이다. 여럿 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의미의 명료함보다 의미의 풍부함을 위해 나아가는 열린 도시의 윤리.

이는 비단 건축의 영역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관계, 일, 활동 등에서 반추하여 성찰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댓글 1
  • 2020-11-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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