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읽기 후기-'오만과 편견'

Micales
2020-11-30 23:48
376

 

  이번 아무튼 읽기를 하면서, 특히나 이번에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깨달은 하나의 사실이 있다.

 

  '연애 체질(?)은 아니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또다른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만일 누군가가 그렇게 반증한다면, 사실이 그렇다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무려 3/5이나, 즉 과반수 이상이 연애 소설이 자기들의 평소 스타일과는 맞는 편이 아니라고 말을 했으니 말이다. 오죽 그랬으면 물방울 쌤께서 나이에 비해서(그리고 연애 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우리와 비교해서) 자기자신이 '주책을 떠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비롯해서 현빈 쌤, 열림 쌤께서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연애들을 멀리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는 별로 당기지도 않고, 뭐랄까....그냥 진부하디 진부해보이는, 흔히 '요즘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적'과 같은 느낌(왠지 모르게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더 읽기 싫은)을 가지고 있는, 다시말해 사람들이 쉽게, 그리고 많이들 열광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뻔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점들이 지겹기도하고(옆에서 보면 꼭 한두명씩 서로 사귀고, 그게 아니어도 연애 이야기는 단골 소재, 가십 거리다. 아마 이는 어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는 전지구적 현상이 아닐까.), 결국 다 '거기에서 거기'인 이야기들에서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하였기에, 사실 나는 세계문학전집 같은 곳에서도 '그것만 빼고' 다 읽었다.

 

 

  열림쌤의 경우는, 스스로 직장 생활부터 모든 것들이 현재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 연애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씀하셨다('연애?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내가 감히 여기에 덫붙이자면, 연애 감정이 '마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든다.

 

 

  <오만과 편견>은 아마 소설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소설 중의 하나이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아무튼 읽기에서 다루었었던 소설들이 모두 유명한 소설들이 었으나,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른 쪽으로, 이 책은 유명하다. 그 전까지 했었던 책들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의 반항과 방황(<호밀밭의 파수꾼>)에 이어서 시체들을 이어서 만든 괴물의 이야기(<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전체주의의 이데올로기 이래 이루어진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까지(<1984>)...그에 비하면 근대의 시골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관계의 이야기는 조금 ‘밍밍’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내가 이 책을 그저 시골 이야기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까지 했었던 질풍노도와, 고뇌와, 탄압 등 강렬하고도 '스펙터클'한 저항의 이야기들에 비해서 이러한 연애의 감정을 다루고, '평범한(이전까지 했었던 책들에서 나오는 이들에 비한다면 말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의 조명은 덜 '센' 느낌이 드는 듯하다.

 

 

  더군다나 책의 줄거리에서 나오는 사람들 사이의 오가는 '사교적인' 태도들은 보는 사람마저, 그 종이를 뚫고 나와 그 지루함을 전달한다. 그들의 '정숙'하고, 신사,숙녀적인 태도는 오히려 그들의 진심과 대비되어 더욱더 그들의 이중인격적인 면을 부각하며, 동시에 희화한다. 그들은 앞으로는 웃지만, 뒤로는 울고,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뒤로 돌아서면 비난을 퍼붓기 십상이며, 당사자와 같이 있을 때는 그들의 행운을 축하해주지만, 그들이 뒤돌아 나가면, 나가자마자 배를 부둥켜잡고 아파하는 이들이다. 읽는 독자로써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보이기에, 더욱더 그 '사교적'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그것이 결국 타인에게 보여질 때 쓰는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를 알고 나서 그것에 대해 비꼬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된다.

 

  <오만과 편견>을 읽고 나서 결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은 실제로도 이런 상황-사랑과 돈 사이-의 갈등을 겪었었다고 한다. 결국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아마도 그 사이의 고민이 들어간 듯하다. 책을 계속해서 뒤덮는 주제들이 결혼, 사랑, 그리고 재산 사이의 갈등이니 말이다. 재산을 보고 결혼 하는 이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사랑을 꿈꾸는 엘리자베스. 과연 무엇이, 어느 한쪽이 속물적이고, 다른 한 쪽은 낭만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수업에서는 이러한 그 '사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사랑의 연장일까. 아니면, 돈이 필요한 실속일까. 아니면, 이 둘만으로는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일까.

 

 

  어려워도, 힘들어도, 계속해야겠다. 그러려고 <아무튼 읽기>를 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읽자.

댓글 1
  • 2020-12-01 14:57

    ㅋㅋㅋㅋㅋㅋ
    이번 후기 재미있어요~
    주책떠는 튜터와 시크한 세미나원들~ 사실 오랫동안 많이 부끄러웠어요.....

    오늘은 결코 연애세포 가득한 맘을 들키지 않고 체신을 지키리라 다짐해봅니다 ㅋㅋ (잘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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