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장자> 첫시간 후기

2019-11-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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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쓸모없기를 바랐다. 몇 번이나 죽을 뻔 하다가 이제 겨우 쓸모없게 되어서

그것이 큰 쓸모가 되었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이처럼 클 수 있었겠느냐?

또한 너나 나나 모두 사물인데, 사물이 사물을 어떻게 평가한다는 말이냐?

너 역시 죽어가는 쓸모없는 사람. 어찌 나에게 쓸모없는 나무라 하느냐?

 

-산의 나무는 자기를 해치고 등불은 자기를 태웁니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잘립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쓸모 있는 것의 쓸모'만 알고 '쓸모없는 것의 쓸모'는 모르고 있습니다.

 

-형벌로 한 쪽 발이 잘린 신도가는 정나라 재상인 자산과 같은 스승인 백혼무인을 모셨다.

자산은 절름발이인 신도가와 같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꺼려한다.

하물며 자산은 스스로 재상임을 내세워 신분이 다르니 드나드는 순서를 정하자고 한다.

신도가는 “스승과 같이 있을 때는 절름발이임을 의식하지 못했는데, 너와 나는 외형이 아닌 내면에서 교우하는 처지인데 어째서 너는 육체의 밖으로 드러난 모습에서 나를 찾는가?”하고 자산에게 묻는다.

-인기지리무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언청이에다가 절름발이, 꼽추인 사람인데 위영공(衛靈公)에게 유세를 하자 영공이 기뻐했다. 그 후 영공은 온전한 사람들을 보면 목이 가늘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제환공(齊桓公)에게도 항아리만한 혹이 붙은 옹앙대영이 유세하자 환공이 기뻐했다. 그 뒤로는 환공은 오히려 온전한 사람을 보면 목이 가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은 처음에 외물에 흔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결국 보고자 하는 것은,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자의 이야기 속에는 처음에는 언뜻 수긍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형상의 소유자들이 나온다.

「덕충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 외형의 정도는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래서 마치 이런 형상의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느껴지지만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인기지리무신이나 옹앙대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김태희와 우리를 비교하면 객관적 사실로 우리는 김태희보다는 덜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와 김태희를 다른 인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관점으로 보면 <덕충부>에 나오는 인물들은 보통의 우리와 같은 외형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선아, 사랑해』를 쓴 이지선, 그녀는 교통사고로 온몸이 3도의 중화상을 입어서 얼굴이 일그러져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의 얼굴로 사는 걸 굳이 거절하지는 않지만, 사고이후 자신이 가지게 된 가치를 버리고 예전의 그 얼굴을 갖고 싶지는 않다고.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 할 것을 가져야 행복할 줄 알았지만, 지금 이 얼굴이어도 여전히 행복하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린다고.

그녀는 장자가 말하는 덕(德)을 ‘가치’란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 가치는 다른 사람의 눈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보통의 사람들은 덕(德)이란 것을 큰 고통이나 고난을 겪은 후에나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덕충부』에서는 모두 신체의 외형을 논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체의 외형뿐 아니라, 우리가 외물에 흔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장자는 “덕(德)이 뛰어나면 외형은 잊어버리는데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않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니 이것을 일러 정말 잊어버렸다고 한다.”고 말한다.

 

 

 

 

 

 

 

 

댓글 3
  • 2019-11-29 22:32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다...를 암송해봤는데, 왠지 눈물이 핑~ 돌았네요 ㅎㅎ 나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잘 모르고 그냥 감으로 책을 선정했는데, 읽다보니 밤 세미나의 마무리 책으로 낭송장자가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안 그런가요? 헤헤헷

  • 2019-12-02 17:42

    최고의 마무리가 되어 준 책이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4월에 이곳에 와서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른지도 모르고 흘러 왔습니다. 참으로 편안하고 좋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 2019-12-02 17:44

    왜 자꾸 닉네임이 이렇게, 메일의 주소로 뜰까요???
    난감... 루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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