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마지막 시간 후기

노을
2019-11-16 20:27
96

드디어 "호모 루덴스"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마지막 책 "낭송장자"만을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서 초희샘이 액팅스쿨에 전념하겠다고 밤사유세미나를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밝혀서 조금 섭섭했지만 축제 때 초희샘의 멋진 액팅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위안하면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책의 뒷부분에서 하위징아는 놀이의 관점에서 서양문명사를 다시 살펴봅니다. 많은 역사가들이 각자의 관점으로...정치, 경제, 여성, 아동, 죽음, 음식, 의복...등등...역사를 여러가지 관점으로 살펴보는 걸 봤었는데, 놀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는 또 새로웠습니다. 특히 발제를 준비하면서 로코코 시대의 여러가지 남성복의 장식들을 살펴보면서 재미있었네요. 그러면서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후로 효율성과 공리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서 얼마나 많은 다양함 아름다움들이 사라져 버렸는가하는 하위징아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는 첫 째 시간에 곰곰님께서 하위징아가 놀이가 왜 중요한지, 왜 놀아야하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놀이가 문화적 현상이다'로 시작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셨죠. 그런 궁금증을 하위징아는 책의 마지막에서 풀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본다면, 만약 놀이정신이 없다면 인류의 문명은 야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건데요. 그가 말하는 놀이정신이란, 그저 재미를 추구하는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놀이(파이디아) 뿐 만이 아니라 누가 더 잘하는지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싶은 욕망인 아곤적 정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 그저 배움을 위한 배움으로 채우는 자유민의 고귀함의 정신인 디아고게까지 모두 함축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놀이정신이 구현되려면 일상과 단절된 다른 질서를 가진 일시적인 시공간이 요구되고 그런 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의례가 생겨납니다.  이런 시공간은 일상적 활동과 구분되고 그런 노동의 세계를 떠난다는 의미에서 '신성'합니다. 이런 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는 언제나 일시적이며 늘 새롭고 다르게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놀이정신 속에서는 영원한 적이나 타자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위징아는 타자를 친구와 적으로 나누고, 적으로 분류된 타자를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닌) 파괴해야할/정복해야할 대상으로 삼는 칼 슈미트를 '야만적'이라며 맹렬히 비난합니다. 

 

그리고 첫시간에도 질문을 던져주셨던 곰곰샘께서 마지막에도 생각해 볼 질문을 하나 더 던져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놀이와 일은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 아닌가? 이에 대해 하위징아는 딱히 뭐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그저 인간의 문명과 문화 자체가 놀이의 양태라고 이야기 할 뿐이죠.

저는 인문학공부를 하는 내내 최대한 일과 놀이의 이분법을 없애보려고 애썼습니다. 일을 놀이처럼 하고 놀이도 일처럼 열심히 하고 그런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밤세미나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자연에 낮과 밤의 구분이 분명히 존재하며 둘 모두 똑같이 중요 하듯이, 노동과 놀이도 분명 각각 구분되어 존재하고 그 둘은 모두 중요한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행하는 행위 자체를 어떤 것은 일로 어떤 것은 놀이로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도 매우 어렵고요. 단지, 똑같은 행위하도 어떤 때는 놀이처럼 어떤 때는 노동처럼 하고 있는 저를 자각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의 한계-자연의 일부분인 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이번 시즌 마지막 책인 "낭송장자"를 4부 136쪽까지 읽어옵니다. 읽으면서 함께 낭송하고 싶은 부분을 두 부분씩 찾아오기로 했죠!   

댓글 2
  • 2019-11-18 10:59

    ㅎㅎㅎ 저의 미천한 질문을 이렇게나 중요하게 다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머물기 위해 떠나는 것인지, 떠나기 위해 머무는 것인가.... 오래 남을 명언도 탄생했지요. ㅋㅋ

    저는 아곤적 정신이 별로 없는지 게임같은 것엔 흥미가 없고 경쟁도 싫은 사람이라... 이 책에서 하위징아가 강조하는 것이 놀이의 아곤적 정신인 것 같아 실망 아닌 실망을 조금 했었어요. 하지만 고귀한 디아고게 정신에서 희망을 찾아보면서... 좀더 무용무사한, 그리고 신성한 놀이시간을 가져 볼려구요. 노을샘이 말씀하셨듯 노동과 놀이가 분명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고 소중하게 해줄 수 있도록 말이죠.

  • 2019-11-18 19:55

    어쨌든 놀자~~~
    막 나대자~~~~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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