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사유하다 (카프카와의 대화를 읽고)

여수댁
2019-06-02 17:25
136

간절함과 집중

 

  카프카와의 대화 저자 구스타프 야누흐는 불과 17살이다.

  19203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카프카와의 만남이 처음 이루어진 후 4년간 그와의 대화들을 책으로 엮어냈다. 책이 발간되어진 후에 많은 부정적인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카프카가 살아있을 때 죽마고우인 브로트는 카프카가 야누흐 와의 교제사실을 전혀 몰랐고, 만남의 횟수에 비하여 글이 너무 방대 했던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안의 내용들이 이름, 날짜, 지리, 연관성 등에서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라 한다.

  나또한 처음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잠시만나 나눈 얘기들로 카프카라는 유명작가를 등에 업고 책을 내다니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192463일 카프카가 사망을 하고 스무하루 전인 514일에 아버지가 자살을 했으며 나는 그때 스물한 살 이었다 하며 책이 끝을 맺는다.

 이 얼마나 치졸하고 통속적인 억지 연관성인가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까지 17살의 어린 학생에게 수많은 카프카 열성 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렇게 왜곡되고 변질되었는가에 관하여 화가 치밀어 올랐다.


  문득 나의 17살은 무엇을 하였던가 하는 질문이 들었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했고 파파이스의 스콘이 맛있었으며 성신여대 앞의 예쁜 옷가게와 악세사리 상점들에 즐겨 갔었고, 나는 오십 여명이 있는 반에서 오십 몇 등을 했던 특별할 것 없이 등하교를 하는 뒷자리 학생 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성신여대 앞에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먹으러 갔던 날 학교 앞을 거닐던 여대생 들을 보고 꼭 성신여대를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대생들의 예쁜 모습이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나 되고 싶은 간절함이었고 꼭해내고야 말겠다는 집중력을 불러 왔다.

 결국은 꼴지의 내가 아득바득 올라갈 수 있는 계기는 남북통일이거나 세계평화와 같은 거창한 무엇이 아닌 그냥 평범한 봄날의 싱그러운 여대생의 풍경 이었고, 이후의 나의 삶에 첫발이 되어준 대학 합격과 지금까지 인생의 시작점이 그때의 그 싱그러운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7살의 야누흐도 열광하던 작가와의 우연한 만남에 간절함이 있었으며, 카프카는 정신적으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고 동시에 내 청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창조자였다고 말하는 야누흐는 그와의 대화에서 집중 했을 수 있겠다는 공감이 들었다.

 공감과 함께 편견의 글이 다시보이기 시작했다.

  야누흐는 그와의 대화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예술가로서의비평가, 허위의 몰락 등의 논문집을 읽고 평한다든지, 알폰스파커의 러시아혁명의 정신을 논한다든지, 인간의 운명 부조리, 존재의 불안 등 실존주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는 장면들은 우리가 흔히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는 아니기에 저자의 심오한 생각과 방대한 지식의 면모를 다시금 볼 수 있었다.

 

  어리석은 내가 불과라며 얕잡아봤을 누구는 그시기에 독립 운동을 하거나, 민주화를 외쳤으며 전 세계에 유명 뮤지션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있고 그들을 적은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업적의 기록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할 것 없던 나에게도 사소한계기로 지금에 이르게 하는 간절함과 집중이 있었는데 천재들의 삶엔 사소한 순간이 세상을 뒤바꾸는 엄청난 계기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나의 고정관념과 편협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댓글 3
  • 2019-06-04 11:44

    초이 샘의 글이 보이지 않아 여기에 댓글과 첨부 파일 남깁니다.

    열람시, microsoft로 열어주세요

  • 2019-06-08 10:24

    이왕 여기에 남기셨으니...저도 여기에 남깁니다~ ^^

    그냥 링크를 클릭하시면 읽으실 수 있어요~

    https://docs.google.com/document/d/17rDnHvJ-tM3BOKGHvD8rNk0zy79AWsj0Wk0xOZ0fVzg/edit?usp=sharing

  • 2019-06-12 17:44

    저도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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