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경계를 넘다> 첫 번째 후기

곰곰
2019-05-06 16:23
310

이번엔 새로운 책 <뇌과학, 경계를 넘다>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휴일이 끼는 바람에 후기가 많이 늦어졌네요. 그래도 내일 세미나 전에는 올려야 할 것 같아서.... ^^;;;;

최근 더욱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이미 법정에서, 병원에서, 학교에서, 우리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이러한 뇌과학의 흐름이 전통적인 철학적, 윤리적 주제에 대해 

어떤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가를 깊게 생각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뇌과학의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법률, 교육 등의 분야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 나서야 함을 강조합니다. 

신경과학, 의학, 법학, 철학, 인지과학, 과학기술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논문을 모은 것인데,

첫 번째 시간은 법과 윤리의 기준,  의료의 형태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1장. 뇌과학, 법과 윤리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1-1. 뇌과학과 형사책임 

1-2. fMRI 거짓말 탐지기의 현재와 미래

뇌 촬영 스캐너의 발전으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거짓말 탐지기가 

실제 법정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러한 뇌영상은 사후에 찍은 것이므로 범행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를 잡아낼 수 없고

비정상적 뇌기능이라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비정상적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등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신뢰도는 상당히 높기 때문에 80% 정확도의 뇌 영상이라 할지라도

배심원이나 법관은 거의 100%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증거를 법정에서 수용하기 위해서는 

뇌영상 결과가 무척 제한적인 설득력만을 가진다는 점이 상식이 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두 논문 모두 미국의 사례를 들어 뇌과학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황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1-3. 신경윤리학의 성찰과 전망

이 논문에서는 인간 정신의 과학적 이해, 즉 인과적 설명 모델의 개발이 

인간 정신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에 입각한 것인지 논의합니다. 

필자는 정신을 이해하는 방법론으로 

심리철학의 '토큰 동일성이론'과 물리주의적 '기능주의'가 양립하는 형태를 지지합니다. 

'토큰(token) 동일성이론'은 정신의 존재론적 문제에 대한 접근으로,

"정신적 속성을 지닌 모든 사건은 어떤 물리적 속성을 지닌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기능주의'는 정신을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대한 접근으로,

"정신적 상태를 입력과 산출의 관계(인과적 역할)"로 설명합니다. 

(이것을 칸트식 접근법으로 볼 수 있다죠 아마? ㅎㅎㅎ)

우리가 고통, 양심, 자유의지로 부르는 정신적인 것들은 물리적인 기반(신경활동)에 의해 실현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물리적 기반들과 동일시 될 수는 없고, 이것들로 환원될 수도 없습니다. 

정신적인 것들은 물리적인 기반 그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그것들이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면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나와 뇌를 동일시하는 '뇌 중심주의' 시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 줍니다. 

또한 '신경 결정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어떠한 신경활동이 특정 사고나 행위로 필연적으로 귀결될 수 있고 그 귀결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인식론적 주장을 담은 신경 결정론은 아주 위험한 사고로 경계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신경과학을 통해 알아낸 것은 상관 관계이거나, 필요원인으로써의 인과적 개연성일 뿐입니다. 

충분원인으로써의 인과적 확실성은 보장될 수 없기 때문에 신경 결정론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최소한의 물리주의로서의 신경 결정론은 

(인과적 법칙에 대한 인지적 주장을 가지지 않는 한) 수용하는 입장입니다.

2장. 뇌과학, 의료의 형태를 바꾸다

2-1. 인간 능력 회복과 강화의 윤리

최근 부쩍 늘어난 ADHD를 예로 들면서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기준은 어떻게 규정되는가에 대해 얘기합니다. 

인간의 능력 회복이라는 측면과 강화라는 측면은 

그 목적에 따라 범위를 규정하기가 매우 애매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미 받아들이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관행들과도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는 시각에 따라 답도 달라질 것입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하나가 아니듯 강화에 이르는 길도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행복이 동등하지 않듯 서로 다른 강화도 모두 동등하지는 않다"

2-2.  뇌와 치매, 노인의 인지력은 개선될 수 있는가?

최근의 조기진단 트렌드를 통해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치매'에 대한 내용입니다. 

뇌과학의 발전은 조기 진단으로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이제 노인의 뇌는 끊임없이 관찰해야하는 대상으로 재구성되고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의무감을 형성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2-3. 식물인간의 신경 상태와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존재 근거가 '의식'이라면 식물인간에겐 어디까지 인권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식물인간이라는 문제를 통해 '인간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자격의 기준은 무엇인가?'의 물음을 제기합니다. 

식물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통증과 고통, 지각과 의식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했던 연구들은

식물인간의 의식은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필자는 식물인간이 능동적으로 지각할 수 없어도 감각적인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신생아와 같은 가장자리 인간과 동물에 대한 윤리적 기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본떠 만든 로봇의 설계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다음 시간(내일이죠 ㅋㅋ)은 3장. 뇌과학 소통을 말하다 (~232p) 읽고 옵니다. 

발제는 호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댓글 2
  • 2019-05-06 21:16

    곰곰님은 역시 꼼꼼하시네요 ㅎ

    꼼꼼하고 깔끔한 후기 고맙습니다.

    fMRI등의 발달로 뇌과학의 연구성과가 영향을 주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임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은  뇌과학, 신경과학은 우리의 정신활동등이 물리적인 기반(신경활동)에 의해

    실현될 수 밖에 없음을 전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물리적 기반으로 환원하는 신경결정론으로 귀결될 수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

    주류인 것으로 보이고 설득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신경활동은 필요원인으로 인과적 개연성을 가질 뿐  충분원인으로써의 인과적 확실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표현이 현재의 뇌과학의 설명해 주는 적합한 표현인 것 같네요

  • 2019-05-08 14:47

    앗 칸트를 보고 깜짝.. 본질 자체는 알 수 없고 일단 현상만 보고 얘기하자는 말에 칸트의 '물 자체'를 떠올렸으나 적합한 유추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44
<과학세미나> 시즌3. 우주와 교감하는 천문학 - 코스모스와 명왕성 (11)
여울아 | 2023.12.12 | 조회 1006
여울아 2023.12.12 1006
343
<뉴턴의 프린키피아> 두 번째 후기-원과 타원 (2)
여울아 | 2023.12.12 | 조회 131
여울아 2023.12.12 131
342
<뉴턴의 프린키피아> 첫번째 후기 (2)
곰곰 | 2023.12.04 | 조회 155
곰곰 2023.12.04 155
341
아이작 뉴턴 두번째 시간 (2)
우연 | 2023.11.22 | 조회 133
우연 2023.11.22 133
340
<뉴턴평전>뉴턴은 뉴턴주의자가 아니다 (2)
여울아 | 2023.11.20 | 조회 151
여울아 2023.11.20 151
339
과학 세미나 - 아이작 뉴톤 읽기 질문 (2)
우연 | 2023.11.14 | 조회 129
우연 2023.11.14 129
338
뉴턴 과학세미나 첫 시간 공지합니다~
여울아 | 2023.11.09 | 조회 146
여울아 2023.11.09 146
337
과학세미나 - 아이작 뉴턴 읽기 (7)
여울아 | 2023.10.23 | 조회 903
여울아 2023.10.23 903
336
<두 새로운 과학> 넷째날 PART2, 마지막 후기 (2)
곰곰 | 2023.07.13 | 조회 241
곰곰 2023.07.13 241
335
<두 새로운 과학> 넷째날 PART 1. 갈릴레이씨! 우리 대화좀 해요!  (2)
진공묘유 | 2023.07.01 | 조회 289
진공묘유 2023.07.01 289
334
<두 새로운 과학> 셋째날 1번째 시간 (3)
곰곰 | 2023.06.19 | 조회 340
곰곰 2023.06.19 340
333
<두 새로운 과학> 둘째날 (1)
진공묘유 | 2023.06.01 | 조회 304
진공묘유 2023.06.01 30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