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춘추] 5회 후기 - 공자님 말씀이랑 좀 달라요

진달래
2020-08-14 01:49
458

"표면적으로 볼 때 <여씨춘추>는 원시유학과 거의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은 크게 구별된다. 그 구별되는 점은, 우선 원시유학은 씨족귀족의 개체 구성원과 종법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이론적 체계를 세우고 있는데 비해, <여씨춘추>는 통일제국과 전제군주의 통치질서라는 측면에서 이론적 틀을 짜고 있다. 원시유학은 윤리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여씨춘추>는 완전히 공리적 필요성에 따르고 있다. 원시유학은 씨족구성원의 혈연관념과 심리기초 위에서 성립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원시유가이다. 이에 비해 <여씨춘추>는 황족 통치에 복종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는 법가의 정신이 침투해 있다. 말하자면 외모는 비슷한 것 같지만 실질은 완전 다르다. 이 점은 바로 새로운 사회조건 아래에서 새로운 지배계급이 원시유가 사상에 대해 진행하던 구체적인 개조와 이용의 모습을 보여준다."<리쩌허우, 중국고대사상사론, p291>

 

십이기를 거쳐 <여씨춘추>의 2부인 팔람(八覽)에 들어갔다. 800여 페이지의 글을 8주 안에 다 보려니 매주 100여 페이지 분량을 봐야 하는데 매번 그 분량을 못 채운다. 읽기로 한 분량은 심응람(審應覽)까지 봐야 했지만 지난 주에 못 본 부분부터 하니 또 선식람(先識覽)까지 밖에 못 보았다. 내용을 간단히 보면 앞 부분의 주장과 별 반 다를게 없지만 하나 하나 짚어가다보면 시간이 많이 든다. 

대체로 팔람의 글들은 앞에 주장하는 내용이 나오고 그 뒤로 사례가 부연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다 어디서 들어본 것들인데,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면 이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탕왕이 이윤을 걸에게 첩자로 보내면서 걸왕이 믿지 않을까하여 직접 이윤에게 활을 쏘아 걸에게 도망가게 했다는 것이다. 이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이윤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도 특이하다.보통 하나의 책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일관성을 갖고 있는 게 대부분일 듯한데 <여씨춘추>는 주장하는 내용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도 편마다 다르게 등장한다. 충신 이윤과 권모술수의 대가인 이윤, 오, 가끔 "판단은 너네가 알아서 해라."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작샘은 역사를 이렇게 들고 오는 이유가 무엇일지 매우 궁금하다고 했다. 

신하와 군주의 관계에 대해서도 군주의 역할이 가장 주요한 것처럼 쓰고 있으면서, 계속 현자를 등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거나, 선비가 간을 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군주의 어리석음 등을 말하며 신하의 역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여씨춘추>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례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마치 옛날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선식람 중 찰미(察微)부분은 <논어>에서 조각조각 흩져여 있던 이야기를 한 데 묶은 느낌이 났다. 공자가 1차 주유를 떠났던 그때,  그 시기의 사건, 계씨와 후씨가 닭싸움을 하던 중 왜 틀어졌는지, 그리고 소공은 어쩌다 노나라에서 쫒겨났는지 등을 잘 알 수 있게 적어두었다. 그리고 이때 <논어> 팔일편의 내용이 대거 등장한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들이 기대 된다.   

리쩌허우의 말대로 원시유가와 다른 유가인(?)  <여씨춘추> ?  반이나 읽었는데도 뭔가 가닥을 잡기 어렵다. 

 

 

 

 

 

 

댓글 1
  • 2020-08-16 13:36

    오. 케바케(case by case), 다면적 인물분석
    여씨춘추 무진장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내용을 한 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
    ㅎㅎ 여씨춘추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찾아내고 싶다. ㅋㅋㅋ

    그러나 후기읽는 거로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125
24고전학교를 신청해야 하는 이유(3) (3)
자작나무 | 2024.01.22 | 조회 201
자작나무 2024.01.22 201
1124
[고전학교-번개세미나] <맹자> 전편 읽기 (4회) (8)
진달래 | 2024.01.18 | 조회 407
진달래 2024.01.18 407
1123
[2023 고전학교] 2학기 에세이데이 후기 (1)
진달래 | 2023.12.17 | 조회 273
진달래 2023.12.17 273
1122
[2023 고전학교] '사기열전 읽기' 2학기 에세이 데이 (4)
진달래 | 2023.12.13 | 조회 308
진달래 2023.12.13 308
1121
[2024 고전학교] 역사, 문화와 함께 보는 중국 철학 '입문' (18)
진달래 | 2023.12.06 | 조회 2000
진달래 2023.12.06 2000
1120
[2023 고전학교] <흉노열전> 후기 (1)
곰곰 | 2023.12.04 | 조회 290
곰곰 2023.12.04 290
1119
[2023 고전학교]<사기- 혹리열전> 후기 (2)
도라지 | 2023.11.28 | 조회 306
도라지 2023.11.28 306
1118
[2023고전학교] 사기열전 <유협열전, metaphor의 시조는...> (2)
사마현 | 2023.11.16 | 조회 863
사마현 2023.11.16 863
1117
[2023 고전학교] 역생육고 열전 후기 (2)
가마솥 | 2023.11.14 | 조회 555
가마솥 2023.11.14 555
1116
[2023 고전학교] <번역등관열전> 후기 (1)
도라지 | 2023.11.08 | 조회 559
도라지 2023.11.08 559
1115
[2023고전학교] 사기열전, <일단,죽음만 보아도 너무 극명하지 않은가!> (1)
사마현 | 2023.11.01 | 조회 979
사마현 2023.11.01 979
1114
[2023 고전학교] <항우본기> 후기 - 힘은 산을 뽑음 직한데... (4)
곰곰 | 2023.10.16 | 조회 586
곰곰 2023.10.16 58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