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세미나] 7회차 후기 - 물가조절정책을 말하다

진달래
2020-06-25 21:28
340

춘추전국시대에 시장이 있었다.

『관자』 80편부터 86편까지는 ‘경중(輕重)’이라는 같은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물가조절정책’이라는 해석을 달고 있다. 관자에서 가장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중’부분은 제22권의 71편 「사어(事語)」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은 앞서 보았던 관자의 다른 부분을 쓴 일군의 지식인들과 다른 입장에서 「경중」편을 썼다고 본다.

법가는 대체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압하는 정책을 편다. 관자의 앞부분을 보면 보통의 법가와 비슷하게 농업을 장려하고 상업을 경계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중」편은 이와 달리 모든 사물에는 경중의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들로 물자가 유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국가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여 물건의 가격을 조작(?)하고 여기서 나오는 이윤으로 백성에게 따로 세금을 걷지 않고도 국가를 다스리는 방법을 말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 농사일을 내팽개치게 하라

관자에서 보여주는 경제 형태는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장에서 물건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적정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전제주의적인 행태라는 생각한다. 그러나 자누리샘은 『관자』에서 말하는 시장은 국가 간 교역이 이루어지는 자리, 혹은 이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귀족 등 부유층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시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경중무」편을 보면 관자는 환공에게 전쟁을 하기 전에 적국의 힘을 빼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초나라와 전쟁하기 전에 초나라의 특산품인 사슴 가죽을 비싼 값에 사들이면 초나라 백성들이 사슴을 잡느라고 농사일을 버려두게 되고, 이후 사슴가죽의 수입을 금하면 초나라는 잡은 사슴 가죽을 팔 곳이 없어지고, 농사를 망치게 되어 전쟁을 하기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어떤 사물의 輕重을 조절하여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를 통해 큰 전쟁 없이 적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군주가 경제권을 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

관자에서는 경제를 통제하는 권한을 군주가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수도 있음을 계속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유통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군주의 令이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제법칙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군주가 이렇게 경제를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 부모 없고, 남편 없고, 나이 들어 경제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거둘 수 있다.

「경중정」편을 보자 환공이 부유한 상인과 고리대금업자에게 세금을 걷어 그 돈을 가난한 백성과 농부들에게 빌려 주어 농사를 짓게 하려고 하는데 방법이 있는지 관중에 묻는다. 관중은 일단 사방에 관리를 파견하여 대출상황과 이자를 내야 하는 가구 수를 알아보게 하고 령을 내려 헌상품을 거지란고라는 비단으로 한정하고 가격이 오르면 고리대금업자를 불러 주연을 열어 이들에게 거지란고라는 비단과 백성들의 채권을 바꾸게 하면 된다고 한다. 이 때 군주는 비단과 채권을 바꾸는데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바치도록 유도하도록 한다. - 일단 채권을 바치겠다는 고리대금업자들의 권유를 한 번 정도는 정중히 거절해 주어야 한다.

생산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농업에 비해 이윤추구가 용이한 상업은 농경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늘 경계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경중편의 지식인들도 이에 대해 모르지 않지만 상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경제적 조건을 가졌다면 오히려 이를 십분 이용해 국가의 부를 늘리고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코로나19로 영세 상인들이 파산 지경에 이르고, 원활한 경제 활동이 되지 않는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이 와중에 재난지원금, 재난기본소득 등의 등장을 보면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약 2,000년 경의 관자가 우리에게 주는 충고는 무엇일까?

 

댓글 1
  • 2020-06-26 01:37

    역사책에서는 전국시대의 사회 경제 상황을 간단하게 한 두줄로 정리하죠.
    철제 농기구의 보급으로 농업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수공업이 발달하고 교역이 확대되었다.
    그동안은 뭐 그랬나보다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경중편을 읽어보면서 좀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요.
    환공과 관자의 대담 형식으로 잘 짜여진 각본 속에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세세하게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왜 후대 사람들이 경세의 바이블로 칭했는지,
    집집마다 관자책을 다 가지고 있었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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