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여름학기 1회차 후기:

고은
2021-05-21 09:59
321

 

 

   약 한 달간의 방학이 끝나고 여름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봄 학기 때부터 토요일만 되면 계속 비가 왔는데요, 이번 수업시간에도 하늘이 조금 흐렸답니다.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한문이 예술>은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열렸던 프로그램으로 이번에 세 번째로 열리게 되었어요. 작년과 올해 열렸던 시즌 사이에는 큰 연속성이 없었는데, 올해 열린 두 시즌은 연속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학기에 만났던 친구들의 거의 다시 볼 수 있었어요. 저와 동은쌤 매우 기뻤답니다.

 

 

   홀수 회차 1교시에는 <사자소학>에 나오는 한문을 2~3문장 함께 공부해봅니다. 이번 시즌의 주제가 ‘감각’이니만큼, 우리 삶 속 일상의 감각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문장으로 꼽아봤어요. 첫 번째로 배운 문장들은 나의 일상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도록 도와줄 문장들입니다.

 

   문장을 배우기 전에 자신의 일상으로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루를 보통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적어보고, 발표해보았어요. 친구들 자기소개를 들으며 놀랐던 게, 책을 읽는 친구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태현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만화 삼국지 8권짜리를 매일 본다고 했습니다. 언제 한번 태현이에게 삼국지를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은수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모님을 깨우고 밥을 먹기 전에 책을 읽는다고 해요. 저보다 더 멋진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은수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답니다.

 

 

晨必先起 必盥必漱
반드시 새벽에 먼저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라.
室堂有塵 常必灑掃
방과 마루에 먼지가 있으면, 항상 물 뿌리고 청소하라.

 

 

   처음보는 한자들도 많지만 몇 번 수업을 듣다보면 눈에 띄는 한자들도 많이 생깁니다. 저는 한문 수업을 할 때는 친구들이 맞출 수 있게 시간을 주고,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낯선 한자이더라도 우리가 평소에 쓰는 단어들을 힌트로 주면 한자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室’의 뜻과 음을 유추하면서 “수업하는 곳(교실), 씻는 곳(화장실), 자는 곳(침실)을 뭐라고 하지?”라고 물어보니 친구들이 웅성웅성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실! 방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은근히 우리 실상 곳곳에 한자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하루에 2번 양치를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는데, 옛 사람들도 일찍 일어나 씻는 것을 가장 먼저 했다고 해요. 또 <소학>에 나오는 다른 이야기들도 읽어줬는데요, 아침마다 부모님이 계신 방에 가서 문안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꽤 재밌게 듣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자기소개를 할 때 청소를 한다는 경우는 없었고, 물어보니 청소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다음 시간에는 왜 청소가 옛 사람들에게 중요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홀수 회차 2교시에는 동은쌤의 강의와 약간의 활동으로 진행됩니다. ‘감각’이 주제이니만큼, 이번 시즌에 동은쌤은 오감에 대한 한자들을 준비했습니다. 감각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만, 그에 비해 감각에 대해 고찰을 할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皮, 感, 痛
가죽 피, 느낄 감, 아플 통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는 것을 [감각]이라고 합니다. 각은 [각성하다]할 때 쓰이는 것으로 무언가를 알아차린다는 의미에요. 그렇다면 感은 무슨 의미일까요? 感은 咸과 心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心은 마음이고 咸은 무기를 들고 기합을 넣는 모습입니다. 무기를 바닥에 내리 찍으면서 입으로 크게 고함을 지르며 자기가 가진 모든 기운을 하나로 모으는 거죠. 感에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마음으로 모으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으로 모으는 일과 그것을 깨닫는 일이 합쳐져 우리가 느끼는 것을 [감각]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어쩌면 무언가를 느끼는 일은 우리 몸의 기관을 통해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감각이라고 하면 어쩐지 몸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한자를 풀어보니 마음의 일이라는 게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앞으로 배울 여러 ‘감각’에 관련된 한자들이 어떤 면에서는 마음을 살펴보는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제 수업에서 일상의 감각을 돌아보는 것 역시 일상 속 마음을 돌아보는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동은쌤은 감각에 이어 통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피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픈 것을 잘 느끼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감각은 위험을 느끼는 일이야 말로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이렌처럼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일이 바로 아픔을 느끼는 일이죠. 痛은 이런 고통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자입니다. 녁疒은 병들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甬은 댕댕 울리는 종 모양을 본뜬 글자죠. 우리가 만약 바늘에 손 끝을 찔리면 그 고통은 우리 몸 전체에 전달됩니다. 종소리가 울리면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것처럼 고통이 퍼지면서 우리에게 그 감각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보고면 무언가를 만졌을 때 온몸이 징하고 울리는 것, 손으로 만진 느낌이 발끝이나 머리 끝까지 전달되곤 합니다. 이것을 痛이라는 한자가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네요.

 

   동은쌤의 설명이 끝난 뒤에는 배운 한자들을 써보고, 여러 가지 감각들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앞으로 배울 감각에 대한 프리퀄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떤 것은 시간이고, 어떤 것은 후각일까? 또 도저히 분류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는데 동은쌤은 그것이 ‘공감각’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앞으로 공감각에 대해서도 배우게 될텐데,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친구와 기존 친구들이 적절하게 섞여있던 덕분이었을까요? 첫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분위기가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풀어져있지도 않은, 5월과 어울리는 산뜻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다음 시간에도 비가 올 것 같군요. 저희 두 선생님들은 2회차에 진행할 활동을 잘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

 

 

 

 

댓글 1
  • 2021-05-22 13:39

    마음으로 모으는 일과 그것을 깨닫는 일~감각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품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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