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시간 후기 <헤드윅> 2/16

초희
2019-02-17 22:55
394


헤드윅 (2001) Hedwig and the Angry Inch

2/16


영화가 시작하며 처음으로 나온 노래 Tear Me Down에서 헤드윅이 자신이 베를린 장벽이라고 말한다. “날 부수어봐!” 베를린 장벽을 동독과 서독을, 헤드윅은 여자와 남자를 나누는 경계였다. 수아는 여기서 헤드윅을 ‘부순다’는 것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헤드윅을 미워하지만, 그가 없어진다면 여자와 남자와의 경계가 어딘지 알 수 없게 될 것 이라고. 나를 부수기 전에 명심해! 라고 말한다.



세미나가 끝나고 아주 조금이지만 헤드윅이 덜 난해해졌다고 할까.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장면들, 비유들...


예를 들면 헤드윅이 식당 위를 날아다니는 장면. 호모!라고 욕한 손님에게 이츠학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시작으로 식당의 사람들이 누구는 싸우고 누구는 가재를 난도질하고 누구는 서로에게 음식을 던진다. (그리고 과거 회상으로 장면 연결된다~) 정말로 식당에서 푸드 파이트가 있었을까? 헤드윅은 날아다녔을까? 그것은 헤드윅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나타낸 작면이 아닐까 하는 말을 들었다. 


영화 속에 꼭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만을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없다는 것이 재밌다.



가장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것은 후반부의 장면들이다. 


헤드윅은 무대 위에서 금발 가발과 옷을 찢어 버린다. 헤드윅은 뛰쳐나간다. 토미는 헤드윅이 그에게 처음으로 불러준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불러주며 작별을 고한다. 헤드윅과 밴드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무대위에 서 있다. 새하얀 옷을 입은 밴드와 모든 옷을 벗고 토미처럼 이마에 십자가를 그린 헤드윅. 


이것은 어떤 장면들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헤드윅이 가발을 벗은 이유는? (그렇다면) 그전까지 쓰고 있던 이유는?


새은은 처음 <헤드윅>을 보았을 때 헤드윅이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았지만, 다시 보았을 때 다르게 보였다. 그의 화려한 가발과 화장은 ... 정체성을 붙잡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을 벋고 공연하는 그는 토미, 그리고 토미를 붙잡고 있던 헤드윅과도 결별한 것이라고.


아토는 토미의 모습을 한 헤드윅을 보며 영화가 한셀(헤드윅의 태어날때의 이름)과 토미를 동일시 한 게 아닐까 하는 해석을 했다. 만약 한셀이 다른 인생을 살았더라면 토미같은 락스타가 되었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헤드윅의 문신. Origin of Love라는 곡에서 나오는 신화의 내용이다. 신의 분노로 찢어진 원래는 하나인 사람 둘의 얼굴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헤드윅은 그의 반쪽이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생각한다.


문신이 그린 것은 두 사람일 수도 있고 여자이기도 남자이기도 한 경계에 있는 헤드윅일 수도 있겠다. 벋은 헤드윅이 밤의 거리를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문신은 하나의 얼굴이 되어있었다.


헤드윅이 사랑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알듯 말듯


수아는 자신을 사랑할 때 남을 사랑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마지막 작면을 보았다.


1488_481_2616.jpgHedwig-and-the-Angry-Inch-2001-01-26-04.png





난 <헤드윅>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비록 말로도 설명할 수 없고 내가 이해했는지조차 모르겠는 것투성이인 영화였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 내가 끌림을 느꼈던 이유도 <헤드윅>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모르겠다. 아직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것일 수 도 있겠다. 영화를 세미나가 있기 전날 밤에서야 보았다.


이해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럴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까.





-



길 위 시네마의 마지막 세 영화는 ‘소수자’를 주제로 선정했다. ’타자와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자꾸 듣는 데 무엇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일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공부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슬람의 문화나 성 정체성이 여자/남자뿐이 아니라는 것 등등)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낯선 타자들을 공부할 수 있을까?




세미나를 마치기 전에 이번 길 위 시즌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짧게 이야기했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책이 아닌 영화를 봤던 것처럼 초대한 사람들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음 주에 만날때는 길위 시네마에서 본 영화 중 자신이 인상 깊었던 한 작면을 꼽아 오기로 했다. 그 작면을 다시 한번 보고, 될 수 있다면 대사도 받어 적어보기로.

댓글 4
  • 2019-02-18 09:30

    작면? 장면!!

    ㅋㅋ

    • 2019-02-18 10:27

      앗! ^^;;  감사합니다

  • 2019-02-18 15:45

    헤드윅이 파란만장한 삶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었던지!

    혼란들은 모두 노래로 표현되었는데 난 그중에 'Wig In A Box'와 'Origin of Love' 의 가사가 가장 좋았다.

    'Wig In A Box'의 가사는 그를 위해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다가 밤이 지나면 다시 자신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는데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한참 화두가 되었던 코르셋이 떠올랐다.  'Origin of Love'에서는 인간이 원래 네 개의 팔 다리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신들의 질투로 번개창에 의해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는 신화가 나온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한 몸이었던 나머지 반 쪽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고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다!

    신화를 설명하는 부분만 몇번이고 돌려봤다. 

    지금껏 봤던 영화중 헤드윅이 가장 강렬해서 나는 헤드윅의 장면을 뽑아올 듯..

  • 2019-02-18 17:09

    나도 헤드윅을 재밌게 봐서 욕심났는데 경쟁자가 많네ㅋ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42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5회차 자료
우현 | 2024.02.05 | 조회 102
우현 2024.02.05 102
541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4회차 후기 (1)
우현 | 2024.01.23 | 조회 156
우현 2024.01.23 156
540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4회차 자료
우현 | 2024.01.23 | 조회 101
우현 2024.01.23 101
539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3회차 후기 (3)
우현 | 2024.01.16 | 조회 145
우현 2024.01.16 145
538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3회차 자료
우현 | 2024.01.16 | 조회 134
우현 2024.01.16 134
537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2회차 후기 (1)
우현 | 2024.01.09 | 조회 136
우현 2024.01.09 136
536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2회차 자료
우현 | 2024.01.08 | 조회 143
우현 2024.01.08 143
535
[사회학 세미나] 『모방의 법칙』1강 후기 (3)
우현 | 2024.01.02 | 조회 177
우현 2024.01.02 177
534
[사회학세미나] 『모방의 법칙』 1회차 자료 (1)
우현 | 2024.01.01 | 조회 133
우현 2024.01.01 133
533
2024 <한문이 예술> 겨울캠프 <형설지공: 겨울밤을 밝히는 나의 소망>이 열립니다! (14)
한문이 예술 | 2023.12.27 | 조회 1063
한문이 예술 2023.12.27 1063
532
2023<한문이예술> 여름캠프 후기: 먹고, 놀고, 수업하고! (3)
고은 | 2023.08.22 | 조회 302
고은 2023.08.22 302
531
2023 <한문이 예술> 여름캠프: <낮의 아이와 밤의 아이>가 열립니다! (9)
은쌤즈 | 2023.07.21 | 조회 1460
은쌤즈 2023.07.21 146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