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란 무엇인가> 1회차 후기

라라
2021-03-16 08:55
751

드디어 시작한 첫 세미나는

우선, 각자의 메모를 읽으며 문제의식과 질문들을 점검하고

발제를 바탕으로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토론은 워낙 책 내용이 어렵다 보니,

각각의 개념들을 정리해 공통의 이해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정리된 것들은...

 

1.  실체론적 사고, 이분법적 사고가 무엇이고 이를 벗어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 사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체론적인 사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용수는 그것을 팔불중도, 사구부정을 통해 언어와 논리의 오류를 증명하며 격파해 나갑니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모든 것에 실체(혹은 자성)가 없음을 보여주어, 모든 것이 연기(緣起)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연기란 우리가 당연하게 원인과 결과로 나누었던 것들이, 사실은 각각  실체로 분리되어 존재했었던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으로 얽히면서  발생하고 규정된다는 것입니다.

용수는  이론화된 불교, 언어화된 불교를 공의 논리를 통해 해체하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중도(中道)라는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2.  이렇게 연기되어 있음을 보는 것은 사물에 실체가 없음(無自性)을 아는 것이며 이런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태도를 일컬어 공(空) 혹은 중도(中道)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붓다는 당대 인도인들이 믿었던 실체로서의 ‘아트만’과 대결해 무자성, 아공(我空)을 말한 것이고 ,  용수(중관학파)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비달마의 실체화 된 ‘5위 75법’과 대결해 아공(我空)은 물론 법공(法空)으로까지 갑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용수가 지적한 것은 아비달마가 전적으로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석적 논리가 이론화, 언어화되면서 빠질 수 있는 함정과 오류에 대해 비판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후에 등장한 유식학파는 아비달마와 중관학파의 장점들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해 간다고 합니다.)

 

4.  윤회에 대한 관점들

 자아가 공하다면(실체가 없다면) 무엇이 윤회하는가? 주체가 없는 윤회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량부는 업(業)이 윤회한다고 하고, 유식학파는 식(識)이 윤회한다고 한답니다.

이것은 앞으로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5.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면 번뇌즉보리도 보리즉번뇌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

번뇌즉보리는 번뇌와 보리가 동전의 양면처럼 대대(待對)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그 번뇌의 공함을 깨우친다면 번뇌가 그대로 보리가 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리즉번뇌 라는 말은 불교적 언어논리로는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보리상태에서 다시 번뇌가 올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만약,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말이 가능하다면 보리를 얻은 후의 번뇌라는 것은 보리 이전의 번뇌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지 않겠는가? 번뇌의 공함을 이미 알았기에 개체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 번뇌가 아니라 나와 세상을 하나의 인드라망으로 여기고 보살행을 하는 자의 번뇌가 아니겠는가? 괴롭지 않은 번뇌인가? 등등^^

 

그러나 보살행까지는 아직 모르겠고...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공이 무엇인지 언어논리적으로는 쪼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납득도 되는데... 현실의 나는 여전히 나는 나, 공은 공입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자신에게 증득(證得)되는 것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이 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천재가 만들어 놓은 사유체계를 또 다른 천재가 논파하고 있는 과정을 보는 듯합니다. (그것도 원문이 아니라 친절한 해설서로 보는데도 말이죠ㅜㅜ)이 어려운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삶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서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지난합니다.ㅜㅜ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삶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삶을 개념화해보는 것이지,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요요샘 왈)

 

이 공부의 목적이 고통의 소멸과 자유의 획득을 향해 가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것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길임을 알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4
  • 2021-03-17 06:51

    이 어려운 책을 보면서, 저도 라라쌤과 비슷한 의문이 들어요. 

    이걸 왜 봐야하지? 이 책이 아니어도... 붓다의 진리를 공부할 텍스트는 많을텐데...

    읽으면서 이해한 것 같다가. 다시 되짚어보면 또 해매고 ㅠㅠ 

    부파불교의 이론을 이해하는게 먼저 같은데, 앞뒤로 어려운 논리가 서로 뒤엉켜서 

    아... 용수보살은 참으로 넘사벽이시네요.

     

    그래도 다시 한페이지 한페이지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고 하면서

    이미 고착된 제 언어와 사유의 체계에 구멍을 내봅니다.

    아니 도끼질을... 칼질을... ㅋ

  • 2021-03-17 09:24

    천재군요.. 어렵고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겠어요..

    용수보살님의 사구부정 논리가 뚫고자 하는, 실체가 있다는 제 생각과 언어들을 자꾸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만 알겠더라고요.

    무엇이 있다 없다, 좋다 나쁘다, 안전하다 불안하다, 이득이 된다 손해다 저는 주로 이런 이원성에 빠져 있는 거 같아요.

    그는 천재다, 나는 천재가 아니니 이해 못해도 된다도 이원성이네요...

    늘 젖어 있으니 알아채기가 쉽지 않지만 해보는 수 밖에 없고 하게 되서 다행이에요.

    알쏭달쏭 했던 세미나를 후기로 보니 정리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 2021-03-17 14:43

    공이란 무엇인가, 역시, 만만하지는 않네요.^^

     

    번뇌즉보리라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은 번뇌와 보리가 자성을 가진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번뇌없이 보리가 있을 수 없고, 보리 없이 번뇌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명제를 뒤집어서 보리즉번뇌라하여도 마찬가지겠지요. '생사즉열반 열반즉생사'도 같은 구조입니다.

    이 명제들이 제시될 수 있는 것은 번뇌가 공할 뿐아니라 보리 역시 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번뇌를 번뇌이게 하는 자성이 있고, 보리를 보리이게 하는 자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번뇌즉보리라는 말도 성립불가능하고, 보리즉번뇌라는 말도 성립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보리즉번뇌일 수 있는 것은 중론의 귀경게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것들이 "발생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고, 항상하지도 않고 단멸하지도 않고,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즉 이들은 연기적인 것이고 공한 것이고 자성이 없는 것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세미나에서 이것이 논란이 된 까닭은 번뇌나 생사가 연기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쉽게 수긍할 수 있지만

    보리나 열반에 대해서는  '자성을 가진 특별한 무엇'일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상상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보살은 중생이다, 부처다 분별하지 않으며 매순간 지혜와 자비의 삶을 산다고 합니다.

    번뇌즉보리 보리즉번뇌, 생사즉열반 열반즉생사임을 아는 시선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요?

     

    우리 앞에 풀기 어려운 질문이 던져졌네요. 

    어렵다고 외면하지 말고, 일단 귀경게에서 설하고 있는 팔불중도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을 다양한 삶의 현상들에 적용시키는 연습으로 확장시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도전!!)ㅋㅋ

     

     

  • 2021-04-06 22:38

    어렵다는 말에 그만 상처받고만 한 사람.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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