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3회차 후기

요요
2019-04-28 22:32
281

법구경을 읽는 마지막 시간,

이번 세미나에서 읽은 메모에는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시킨 욕구나 습관, 행동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이런 욕망들과 행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많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꿈틀이님은 <자본주의와 갈애>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함으로써 생겨나는 '불안'의 감정에 대해

잎사귀님은 <잘못된 견해를 갖추면 뭇삶들은 나쁜 곳에 떨어진다>라는 메모에서

내 생각이라고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망상에 대한 생각을 풀어 놓았습니다.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기에 불안도 망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의 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막연한 불안의 감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불안해 하고 있는지 불안한 그 순간에  알아차리는 것,

자신도 모르게 내 견해가 옳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일상에서 우리가 키워야 할 능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법구경의 게송에서 뽑은 <작은 즐거움과 큰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메모를 썼습니다.

붓다가 말한 작은 즐거움과 큰 즐거움은 양적인 크기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세간적 행복과 출세간적 행복 사이의 질적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불어 '소확행'이 말하는 작은 행복이 우리에게 진실로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

오래전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말하려 했던 것 이상으로

'작은 것'에 대한 불온하고 담대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림님은 <분별하여 보시하라>는 메모를 썼습니다.

무엇이 더 훌륭한 보시인가, 라는 질문 역시 

보시의 질적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라는 질문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는 청정한 보시란 어떤 보시일까,

문탁에서 말하는 선물의 원리와 붓다의 보시의 원리는 어떤 관계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보시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그 지혜를 갖추는 게 바로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런지요.

도라지님은 계속해서 '중도'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도라지님의 메모는 <'가운데'는 그 '가운데'에 있지 않다>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라 미래에서도 벗어나라. 그 가운데에서도 벗어나라.'는 게송을 인용하며

도라지님은 질문합니다. 중도라고 해놓고 그 가운데서도 벗어나라니요?

어쩌라는 겁니까? 하지만 도라지는 스스로 답합니다.

네가 중도라고 생각하는 그 자리에서도 언제든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느슨하여 벗어나기 힘든 '느슨한 족쇄'의 역설을 깨닫고

어디에도 집착의 뿌리를 내리지 않는 중도, 우리는 그런 상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저는 제 메모의 작은 즐거움과 도라지의 메모의 느슨한 족쇄가 서로 통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향님의 메모 제목은 <닦음과 굴림 그리고 사라짐>입니다.

우리는 정향님의 메모에서는 사성제를 세번 굴린 삼전십이행상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정향님의 메모를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닦음과 굴림 그리고 사라짐> 정향님이 선택한 메모의 제목이 뜻하는 바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뒤로 갈수록 시간에 쫓겨서 메모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음 세미나에서는 정향님 메모를 제일 먼저 읽고, 깊게 이야기 나누기로 해요.

새연님은 메모를 스킵하는 찬스(!)를 썼습니다.ㅋㅋ

다른 동학들의 메모를 읽고 한 이야기 중에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모임에 다녀온 이야기와 

편의점 아저씨와 마을버스 기사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군요.

또 그런 와중에 마음탐구세미나를 하고 나면

1주일 중 적어도 이틀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애쓰게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우리 모두, 정말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설마, 저만 감격한 건 아니겠지요?^^

정정님은 집중수련 잘 다녀오셨는지요?

다음에 읽을 책은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이라는 부제가 붙은

<불교는 왜 진실인가>입니다. 8장까지 읽습니다.

발제는 따로 없고 각자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나 질문을 정리해오세요~

댓글 4
  • 2019-04-30 12:01

    저도 모르게 내면화 시킨 욕구나 가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겨요.

    그 바탕을 알면 벗어나기가 좀 쉬울 듯도 하고요.

    부끄러움에 대한 게송이 주는 여운이 진하네요.

    부끄러운 순간을 얼른얼른 알아차렸으면 좋겠어요^^

  • 2019-04-30 12:43

    새연님의 메모가 안 올라오길래 걱정했었어요.

    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세미나에 메모까지 마음 공부가 근심이 되지나 않을지...

    그래도 세미나에 많이 늦지않게 참석해주셔서 감사해했지요.

    (역시! 훌륭한 청년일쎄!라면서.^^)

    그리고 다녀오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 이야기는 많은 생각꺼리를 제게 남겨주었어요.

    맞아요.

    전 역시 계속 중도를 모색하고 있어요.

    살면서 거의 모든 시간을 극단과 극단을 오가며 살았거든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어쩌면 시즌1 에세이에 담길 것 같네요.^^;

    벌써 올해의 삼분의 일이 지나고 있어요.

    올 해 안에 마음 숙제를 풀고 싶어 안달이라지만, 어쩐지

    좋은 결론을 낼 것만 같아요.

  • 2019-04-30 20:48

    붓다  철학이 말하는 사라짐의 경지?

    또는 열반-불이꺼짐의 상태는

    닦고 굴리며 전념하는 시간을 전제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중도가 뭔지 잘 모르겠고

    어렵지만 우리의 작은 닦음의 시간과

    어설픈 굴림의 시간은 사라짐으로 가고 있는 오솔길 정도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 2019-05-03 17:37

    앗 .. 하하 

    도라지 저를 걱정해주셨다니!! 감사해요

    찬스를 쓰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적절한 시점에

    잘 쓴 것 같아요. 그렇다고 찬스를 장려하진 않을게요. ㅋㅋ

     

    마음 세미나 하면서 학(學)습(習)의 기운이 넘쳐서

    안 하던 요가도 아침마다 하고, (비록 10분씩이지만)

    골반 스트레칭도 하기 시작했어요.

    꾸준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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