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2부 후기
새털
2019-05-12 11:00
399
지난 세미나에서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번째 시간으로
월경, 자궁, 유방, 임신과 출산, 폐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건성'으로 들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대부분은 내 생애에서 한번은 있었던 일들이라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책으로 읽어본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대체로 실용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내가 가장 열심히 읽었던 실용서적은 아이들이 막 태어났을 때 읽은 <육아서>와
<손창민 아내 김지영의 가정요리>(맞나?) 두 권 정도다.
아이들이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할 때, 당황하며 육아서의 페이지를 뒤적였고,
밥상을 차릴 때 육개장 끓이는 법, 나물 다듬법 등을 그때그때 읽어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외의 시간은 또 다른 책들을 읽으며 지내느라 바빴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에서 월경, 자궁, 유방, 유산, 불임, 폐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왜 이걸 공부해야 한다거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문제의식이 들었다.
다 인다고 생각하거나, 안다고 월경을 거르거나 임신을 막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알려고 하지 않거나
이것보다 더 급하게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서 미뤄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몸에 대해 모든 것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니, 몸에 대한 이해는 생활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애의 주기마다 매시기 나는 당황하고 성급히 수습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나왔다.
전반적으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건강 문제에 있어서 나는 계획이란 것 없이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를 수습하며
지나왔다. 수동성 자체다! 이렇게 끌려 다니느라 몸도 고단하고, 감정도 쌓이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최근 읽고 있는 웹진 <The pinch>에서는 월경, 성기, 산부인과질병 등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걸 20대 딸들에게 읽어보라 하면, 아마도 20대의 나처럼 '됐다고! 다른 할 게 많다!"고
대답할 테지만, 내 몸에 대한 주체성을 인지해야 주체적인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생각만은 확실해졌다.
(5월 25일~26일 월경박람회가 열린다고 하니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딸들을 꼬셔볼까?)
우리 세미나에서는 우리가 당면한 폐경기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는데,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다.
"폐경기는 인생을 통해 쌓아온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던 상실감에 대해서 충분히 슬퍼하고,
끝마치지 못한 대학의 졸업장을 받고 싶어하고, 또 다른 아이 혹은 첫아이를 갈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마치 창고에 들어갔다가 분류하고 추려내야 할 물건들의 박스더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 만일 여성들이 끝내지 못한 감정의 문제들을 기꺼이 해결하고자 한다면
폐경기 증상을 훨씬 덜 느끼게 될 것이다." (p.396)
당황하거나, 대충 수습하고 넘어가지 않고, 폐경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전반전과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다음세미나는 이번 시즌의 마지막날이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3부 발제는 기린이고, 세미나는 백승희님이 사시는 수원에서 하기로 했다.
물론 우리 세미나에 맞게 수원성 산책도 하고 건강한 저녁밥상도 나누고
그리고 또 술도 한 잔 기울이기를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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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같이 읽으면서 각자 반응들이 다르다.
기리니는 심드렁하고 승희샘도 글케 관심이 없어 보인달까?
난 오래 전에 읽고 한 번 더 읽으면서 내 몸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털의 반응이 젤 재밌다.
딸들의 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과거 속 자신의 몸을 소환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 책을 읽게 된게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다.
다만 새털이 문탁샘처럼(ㅋㅋㅋ)
책 읽을 때마다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아서 약간 곤란해 하고 있음...
세미나에서 쏟아지는 친구들의 경험담에 나의 시큰둥에 쏟아지는 눈총에 ㅋㅋ
여러모로 박진감넘치는 세미나를 오랜만에 하고 있다.
사실 나의 시큰둥은 몸에 대한 나의 '무지'라고 하는 편이 더 적확할 것이다.
그간 월경통을 거의 겪지 않고 산터라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점과
임신, 출산에 대해서는 굳이 고민할 경험치가 거의 제로이고
내 몸에 대한 관심이라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적대감에 충천했던 때가 심히 많아서 ㅋㅋㅋ
여튼 그러한 이유들로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가
그저 그렇구나... 정보로 읽혀서 친구들만큼 촉발이 되지 않는 점을 인정한다.
이제 나이도 들고^^ 변화에 따라 이 '무지'를 벗어나는 기회로 삼아야지 싶지만^^
친구들에게는 그저 시큰둥으로 읽히나 보다.
그 속에서도 서로 '다른' 경험에서 어떻게 공감에 이르러야 하는지에 대하서는
매번 생각하게 하는 세미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