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의 경제학 3,4장 후기

히말라야
2015-09-24 23:06
488

책을 받아들고 1장은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고, 석기시대의 풍요로운 삶이 나의 기생체 가치관과 너무 딱 맞아서

평생 가보로 간직하고 대대손손 물려주리라 결심했었는데, 막상 발제를 맡은 3장을 읽어내는 동안은...

각종 표과 그래프와 숫자와 어색한 번역문구 덕분에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참으며

발제를 맡았기에 2번을 읽었고, 나름 이해했다고 자신하며 내가 다 설명해 주겠쓰..라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세미나 시간 막상 다시 책 속의 그래프를 들여다보니 또 버벅거리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3장은 2장에서 살펴본 저생산의 기제로 작동하는 가족제 생산양식에서 어떻게 생산성이 강화될 수 있는지가 논의된다.

가족제 생산양식만 존재한다면 사회나 공적경제는 존재하기 어렵다. 가족제 생산양식을 토대로 하는 원시적 사회에도

그 사회를 가로지르는 상부구조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친족질서와 권위적 존재로서의 추장과 같은 정치질서다.

빅맨이나 추장과 같은 정치조직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가내생산의 잉여노동이 대체로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정치질서를 만들어 내는 추장과 같은 권위는 관대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적인 관대성이 아니라, 추장에게 주어진 보수로서의 재화를 재분배함으로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이데올로기 같은 것일 뿐이다. 추장은 재화가 순환되는 일종의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추장의 관대함은 일종의 구속으로 작용하여 증여자와 수증자라는 경제적 관계와 동시에

지도자와 추종자라는 정치적 관계를 만들어 낸다.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다. 관대함 즉 선물이 만들어 내는 구속은 자본이 만들어 내는 구속과 어떻게 다른가.

추장의 관대함은 가족제 생산양식 속에서 잉여생산 즉 착취를 만들고, 가족 구성원들을 정치적 추종자로 만든다.

지난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면, 자본의 구속력은 우선 사물에 대한  권리를 통해 실현되는 사람에 대한 영향력이며

추장의 구속력은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실현되는 사물에 대한 권리이다.  

만약 추장에 의해 베풀어지는 사물에 우선권을 둔다면 추종자들은 사물의 획득에 우선적인 관심을 둘것이나,

추장 사회의 구속력은 사물 자체에 있지 않고, 어떤 사물이 추장의 권위로 부여된다는 것에 중요성이 있다.

이 지점에서 문탁에서의 복사용과 돈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문탁에서 (마이너스) 복을 사용하는 것을 복의 노예가 될 것 같아 피하고 돈을 사용하는 것은,

선물의 노예가 되지 않기위해, 돈의 노예가 되는 것과 같다.

복이라는 선물 역시 추장권과 같이 역동적인 (잉여) 활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착취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화폐'를 통한 자본의 일방적인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서 '관계'의 확장과 선물의 순환이라는

착취는 다른 삶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기에 '복'이라는 것의 노예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장의 정치질서는 가족제 생산양식이라는 분절성을 늘 내포하고 있고,

상호간의 모순 속에서 긴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친족체계나 추장의 정치적 질서는  위기상황이 되면

찬양되면서 동시에 위반되고 질서와 함께 각 개인들도 모두 살아남는 방식으로 표면화된다.

위기상황이 되어 닫힌 가족질서를 공고히 할 때 조차 표면적으로는 예절과 윤리를 찬양하고 옹호하는 것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허세나 위선으로 표현될 수도 있으나, 원시사회는 그것을 위선이라거나 욕망을 속이는 거짓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질서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존속시키는 것이다.

오직 이해득실만을 따져서 인간의 윤리를 집어던져버리는 요즘 우리에게도 그런것들이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4장 선물의 영에서는 모스의 증여론을 중심으로 선물의 증여가 어떤방식으로 원시경제의 사회계약을 이루고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선물의 증여에서 중요한 것은 둘 간의 교환이 아니라, 제 3자에 대한 재 증여와 선물에 대한 보답이 오랜 시간을 지체한 뒤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의 의미이다. 제 3자와 시간의 지체는  하우와 마우리로 표현되는데 이는 다산성과 활력과 관련되는 것이며

논리적으로 선물이 낳은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익은 반드시 물질적으로 보여지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관계성의 확장과 '가치재'가 가진 상징적인 가치의 증식 같은 것들이 더 많이 포함될 수 있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상정한 만인의 전쟁상태가 '주권'에 의해 억제되고 있다면 모스는 이것이 '선물'에 의해 억제되고 있는

즉, 선물에 의한 사회계약 상태를 상정하고 있다. 선물은 자발성이라는 외양으로 수행되지만 그것을 위반하면

어떤 식으로는 분쟁과 갈등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지는 엄격히 강제적인 교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은  권리가 아닌 의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 부분들의 권력을 철회시키지는 않는다.

분명한 법적규제와 달리 선물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등등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자율성의 문제를 늘 재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건 마찬가지로 분명한 법규가 거의 없는 문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늘 '완전한 내것'이라는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내것이 존재하는가?

내가 얼마간의 화폐를 지불하고 교환행위를 한다고 하여 그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일까?

원시사회의 선물의 하우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도록 한다. 영적인 특질로서는 하우는 다산성인데

다산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모든 근원이 근원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인간이 획득한 이득은 그 근원으로

돌려보내져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근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차지하기만 할 뿐 다시 그 근원에 돌려보내지 않음으로서 우리 자신이 마테mate하게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음시간 발제는 자누리샘, 봄날샘이고요~

석기시대의 경제학 속의 텍스트를 가지고 2030의 고민들과 조우하기 위해

중요개념들을 선정하는 것도 다음시간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854
[2023 에코프로젝트Ⅰ] 파지사유 破之思惟시즌1 나카자와 신이치, 야생의 산책(3월8일 개강) (26)
관리쟈 | 2023.01.02 | 조회 2999
관리쟈 2023.01.02 2999
853
[2023년 에코프로젝트Ⅱ] 시즌1 기후위기와 생태담론(3월3일 개강) (11)
관리쟈 | 2023.01.01 | 조회 1312
관리쟈 2023.01.01 1312
852
가을 겨울 시즌 에세이 발표 데이 (11)
새봄 | 2022.12.09 | 조회 425
새봄 2022.12.09 425
851
에코프로젝트 에세이데이에(12/7) 초대합니다 (14)
생태공방 | 2022.12.06 | 조회 496
생태공방 2022.12.06 496
850
7회차 에세이 피드백 후기 (1)
블랙커피 | 2022.12.01 | 조회 249
블랙커피 2022.12.01 249
849
에세이 초고, 이곳에 올려주세요~ (9)
띠우 | 2022.11.29 | 조회 397
띠우 2022.11.29 397
848
6회차 『잔류 인구』후기 (5)
노라 | 2022.11.25 | 조회 318
노라 2022.11.25 318
847
6회차 <잔류인구> 메모 올려주세요 (11)
띠우 | 2022.11.22 | 조회 349
띠우 2022.11.22 349
846
겨울시즌 5회차 <허니랜드> 후기 "당신에게 필요하듯 나에게도 필요해요" (7)
뚜버기 | 2022.11.20 | 조회 563
뚜버기 2022.11.20 563
845
에코프로젝트 <천 개의 파랑> 후기 (10)
달팽이 | 2022.11.10 | 조회 324
달팽이 2022.11.10 324
844
겨울시즌 세번째 <블러드차일드>후기 (8)
오늘 | 2022.11.08 | 조회 319
오늘 2022.11.08 319
843
<천 개의 파랑> 메모는 여기에 올려주세요 (9)
띠우 | 2022.11.08 | 조회 286
띠우 2022.11.08 286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