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이해하기, 4번째 시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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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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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콜브룩의 <들뢰즈 이해하기> 네 번째 시간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6장과 결론 부분에서 콜브룩이 강조한 개념들을 위주로 세미나가 진행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후기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1. 지각작용


들뢰즈는 지각작용을 보는 눈과 보이는 대상, 해석될 이미지로 포착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합니다. 보다 넓게, 생명면 안의 접속, 상호작용, 조우로서, 특히 운동으로 봅니다. 이때 인간의 뇌는 자유로운 사유를 하는 어떤 본질을 가진 기관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도로 복합적인 접속(지각작용)들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들뢰즈의 지각작용이 저에겐 스피노자 철학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고, 고은에겐 불교(특히 니까야)와 매우 흡사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변용개념이 그렇지요. 스피노자를 동양철학과의 유사성 속에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문탁 선생님의 3강 후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자와 교차하며 읽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 영화: 운동-이미지/ 시간-이미지


들뢰즈는 영화에 특별한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듯합니다. 물론 그 형식적인 특징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의 흐름들 속에서 부동의 이미지를 취해 스냅쇼트들 안에서 세계를 바라봅니다. 요컨대 자료의 강도 높은 흐름을 연장된 이미지들로 감속합니다. 그러나 들뢰즈에 따르면 영화는 운동의 흐름들, 즉 움직이는 신체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를 드러냄으로써 지각작용을 열어놓습니다. 이를 우리는 특권화된 지각으로서의 과 다른 방식의 보기-지각하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들뢰즈가 영화의 운동-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라 정리했습니다(우리는 운동하는 실재를 고정된 것의 연속으로 본다->영화는 운동 그 자체를 보여준다).


다른 한편 현대 영화로 넘어오게 되면 거기엔 시간-이미지라는 형식적 특징이 드러납니다. 사건과 사건, 기억와 기억 사이의 시간적 붕괴가 선형적 시간관념을 파괴시킵니다. 현재를 구성하는 것이 오직 현재적 시간이라는 관념은 사라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입니다. 이를 통해 들뢰즈는 시간 그 자체, 혹은 감성 그 자체를 사유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들뢰즈에게 있어 시간에 대한 이런 분석은 포스트모던적 노선에서의 실재성의 부정이 아닌, 실재에 대한 초험적 분석입니다. 저는 시간-이미지 이야기를 할 때 친구들에게 드니 빌뇌브의 <컨텍트arrival>를 격하게 추천했습니다. 콜브룩은 <히로시마 내사랑>을 들었지만요(우리는 시간을 선형적인 것으로 상상한다->영화는 시간 그 자체를 보여준다).


 


3. 도덕과 윤리


우현이가 도덕과 윤리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클레어 콜브룩은 어째서 들뢰즈의 철학이 윤리학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도덕이 아니기 때문이다사유함과 지각함은 이미 주어진 힘들과 상식의 교의의 예속에서 자유롭습니다. 내재성의 기획은 사유함에 미리 주어지고 결정된 외부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사유’, 혹은 외부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사유함과 지각작용의 해방을 긍정하고 이미 주어지지 않은 것을 향한 생성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기에 영원한 것’, ‘영원히 선한 것’, ‘부동의 진리가 선행해야하는 도덕이 아닐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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