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채식 밥상-1> 착한 맛 - 근대국

됴리사
2021-06-18 17:30
213

옛날 옛적에

뭔가 한 상 근사하게 차려놓고 동거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열~정 넘치던 나 때문에 동거인들은 부담스런 젓가락질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탁 위엔 나의 감정이 음식보다 앞서 판을 치고 있었으니까. 

 

맛있다고 말해... 남김 없이 먹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줄 알아...? 

 

선물의 핵심은 '배려'가 아닐까? 밥상에서 힘을 빼는 배려가 필요했다. 그래야  함께 푹 퍼질러 앉아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나도 피곤이 쌓이던 즈음이었다. 그래 설렁설렁 차려 즐겁게 먹자꾸나~~~

 

#마리쌤의 근대

 

케일을 갈아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먹는다. 그러던 어느날,

고마리쌤이 케일 농사중이신걸 알았고 나는 냉큼 마리쌤과 거래에 들어갔다.

그래! 마리쌤의 케일과 나의(아니 반려인의)커피를 교환해서 먹는거야.

 

마리쌤이 케일만 주지 않으시고, 꾸러미 아닌 듯 꾸러미 같은 케일꾸러미를 내게 주실 거라고는 정말 예상 못했다.

네 발로 기어가며 힘들게 농사 지으신 것들을 커피랑 홀랑 바꾸다니... 꾸러미를 받을 때마다 부끄러워서 목구멍이 따가워졌다.

 

농사 짓는 사람들은, 밥을 짓는 사람들은,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몰두한 대상이 타인에게 가서 이해될 때 행복하다.

그래서 이번 케일과 함께 온 근대를 아주 알뜰살뜰 해먹었다. 마리쌤은 행복하시라~~

 

된장이랑 들기름 넣고 근대를 무쳐 먹을 계획이었는데, 근대를 살짝 데치고 나니 마음이 바뀐다.

요때 잠깐 맛볼 수 있는 호랑이 콩(햇콩) 넣고 콩밥 지어 근대 된장국이랑 먹고 싶어졌다.

 

근대국 끓이기가 뭐 어렵나. 두 가지만 잊지 말자. 쌀 뜨물과 근대 데치기!

잘 안다. 이 두 가지가 사실 엄청 어렵다는 사실을.  뜨물은 홀랑 버리고 나서 후회하기 일쑤고, 근대를 미리 한 번 데치는 건

근대를 키우는 것 만큼(?)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해봅시다! 토닥토닥~ 이 두 가지가 천상의 근대국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근대국을 한 끼 맛있게 먹고 국물이 조금 남았다면, 일단 냉장고로 보냅니다. 그리고

어느 귀찮은 끼니에 남은 밥이 있으면 함께 넣고 폭폭 죽을 끓입니다. 호로록호로록 부드럽고 착한 맛의 근대죽 완성~

따뜻하고 맛있는 근대국을 마리쌤 덕에 잘 해먹고 이 글을 올립니다.

 

 

사진 설명 : 오늘 내 점심. 공부 대따 열심히 하는 사람의 밥상 처럼 나왔다. ㅎㅎ

 

 

#달팽이쌤과의 약속을 지키기 시작함. 

 

 

댓글 5
  • 2021-06-19 12:12

    근대국을 이런 방법으론 해보질 않았으니 도전해볼께요.

    그런데 혹시.....

    도라지의 오이지를 맛있게  무쳐먹는 초간단 비법도 있나요?

    • 2021-06-19 18:07

      토쌤이 오이지 무침 물어보셔서.

      마침 스르륵선생이 보관을 부탁한 오이지가 집에 있길래,

      맛이 궁금해서 꺼내서 무쳐봅니다. 

      제 동거인들은 오이지를 안 먹어서 저는 이 오이지를 무치기만 하겠네요. (스선생 계탔음!)

       

      제가 담근 오이지는 간이 별로 안 센편이라 저는 물에 담그지 않고 바로 무쳐요. 

      1.오이지를 꺼내서 흐르는 물에 한번 샤워만 시킵니다.

      2 약 3미리 정도 두께로 동글동글 썰어주세요.

      3. 그릇에 썰어준 오이지를 담고 물엿을 휘휘 넉넉하게 둘러요, 다소 많다 싶은 느낌이 들어도 괜찮아요~

        물엿을 두르고 30분 방치.

       

      4. 그릇에 물이 흥건하게 나왔으면,  면보에 오이지를 담고 꽈아악~~~ 짜주세요.  절대 헹구지 말고 그냥 짜주세요!!!!

       (면보 없으면, 그냥 두손으로 쥐고서라도 최대한 짜주세요~)

         오이지 무칠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고. 이것만  잘 하면 다 한거네요. 화이팅!

      5. 다진 파, 마늘, 고춧가루, 깨, 참기름(조금) 넣고 무치세요. 저는 설탕만 약간 추가했습니다. 

       

      요렇게 완성! 

       

       

      • 2021-06-21 16:54

        우와~~~~~ 됴라지 오이지 대박이었어요.  울집 큰 녀석 엄마의 손맛이라며 넘 좋아하는데,  

        오이지는 문탁에서 담가온 거야, 그러는데 쫌 미안했지만 됴라지가 알려준대로 무쳤는데, 넘나 맛있었어요.

        그리고 저 처음 오이지무침을 해본 거거든요. 감사해요.. 됴라지 ^^

  • 2021-06-19 18:16

    입력왼료!! 감사합니다~

  • 2021-07-03 12:06

    물엿에 방치치요런 건 생각도 못해봤네요

    신기한 요리의 세계~~

    근대국, 죽도 팁을 잘 따라 해봐야겠네요 ㅋㅋ
    잊지않고 올려주어 감사합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