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퍼레이드후기> 아이돌(idol)이 되고 싶지 않으세요?

뿔옹
2015-10-30 00:00
717

지난주 토요일 마을장터에서 '새'를 날렸다는 이유(?)로

오늘 탈핵퍼레이드는 나에게 이번 축제에서 젤 중요한 활동이 되어 있었다. ^^;

(그리고 이렇게 후기를 쓰게 되었다는....)

전에 몇 번 새를 날려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 하면 더 신나게 새를 날려볼까'라는 생각으로.

(그래서인지 함께 새를 날린 바로, 토용, 우현, 제윤이가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기도....ㅎㅎㅎ)

지난 번 마을 장터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했지만, 오늘 처음으로  파지사유에 고이 누워있던

모든 새들이 날개를 펴고 동천동 골목 골목을 누비게 되었다. 40여명 넘게 참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IMG_358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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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라!

네 마리의 새들이 동네를 휘젓고 다니고, 호모 사케르라는 탈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귀여운 듯

오묘한 모습을 허수아비(?)를 들고 꽹가리를 치면서 다니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멋지지 않은가?

새를 들면서 탈핵퍼레이드를 진행하며 든 생각이 마치 새를 들고, 호모 사케르를 쓰고 있는 우리들이

새로운 아이돌(idol)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의 목요일이라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케익을 팔고, 버스를 타고, 광고 전단지를 나누어주던 무표정의 사람들.

자가용에서 물끄러미 스마트폰을 보았을 사람들이 모두들 호기심과 웃음 띤 표정으로 행진을 바라봤다.

몇몇은 무슨 행진인지 궁금해서였고, 몇몇은 오랜만에 보는 '만장'과 같은 행진에 향수에 젖는 것 같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잠시동안이지만, 행진을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들 '가던 길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한 번의 행진이 모두에게 탈핵을 각인시켰다고 할수는 없다 하지만

"원전의 문제에는 사회구조적인 불평등함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우리들의 행진을 통해서 잠시라도 멈춰서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35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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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퍼레이드라고 하지만 모두들 한바탕 같이 뛰고, 같이 웃고, 함께 노니는 '진짜축제'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신기해서 따라오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함께 새를 날리기도 하고.

정말 무엇을 하는지 아는지 모르지만 가장 즐거워했던 친구들은 바로 '아이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만큼 놀고 싶었으나 '몸'이 따르지 못했던 많은 '어른들'도 탈핵퍼레이드를 통해서

조금 더 유연해진 신체와 정신을 경험했으리라 믿는다. ㅎㅎㅎ

이제 축제1일차가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축제 마지막까지 우리들의 축제가 '행사'가 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모두의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벌어진 '놀이'들이 기대된다. 

후기를 마치면서 얼마 전 녹색다방 탈핵릴레이에 썼던 히말라야쌤의 글을 덧붙여보고 싶다.  A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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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은 환경운동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거리에 나와 원전반대와 탈핵을 외치는 이유는

단순히 방사능이 환경을 파괴한다거나 핵의 위험성에 대한 공포심을 퍼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원전의 문제에는 사회구조적인 불평등함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 

발전소를 짓는 순간 누군가의 삶은 피폐해진다. 누군가가 낭비하기 위해서 힘없는 이의 삶을 짓밟는 것.

그것이 마치 공공의 이익이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여기 쓰고 나온 탈의 이름은 호모사케르다.

호모사케르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열외의 인간, 사회에서 희생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뜻한다.

체르노빌 원전이 터졌을 때 방사능 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국가에의해 강제로 동원되어 일하다가 죽어간 체르노빌의 군인과 소방관들의 모습이며,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을 정당화하는  부정의한 삶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까지 이런일을 하게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거리에 나오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가 쓰여진 교과서를 쥐어주고, 

가만히 있으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거리라는 곳이 그저 높은 빌딩이 세워져 있는 내가 지나쳐가는 길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세상의 잘못된 지시와 명령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이번주에 정신대 할머니의 수요집회는 1200차가 되었다. 25년이다.

원안위집회는 이제 겨우 32주차이고, 6개월째일 뿐이다. 

멀리바라다 보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지 말고 더 즐겁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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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015-10-30 00:26

    사진 속에 많은 분들의 얼굴이 담겨있어서 참 보기 좋네요. 오늘 퍼레이드에서는, 풍물선수들만 오신 것 같던데.... 다들 어디서 오신 누구신가요~~?^^

    선두에 선 호모사케르 님들(?)의 춤사위도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퍼레이드는 '탈핵시위'에 대해 발상을 전환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영덕이 어디냐?"고 묻는 분도 계셨는데 단 한 분이라도 핵문제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오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을것 같네요! 

    • 2015-10-30 07:38

      맞아요, 참여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한바탕이 되어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시위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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