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 그리고 베버와 푸코

관리자
2018-03-19 08:31
387

아, 세미나 때 괜히 푸코 이야기를 한 건가요?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푸코리언 지원과 역시 함께 푸코 공부한 명식을 위하여...)

1978년의 한 토론에서 푸코는 '합리성'테제와 관련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본의 모순에 대한 맑스주의적 분석을 자본주의 사회의 비합리적 합리성과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이들을 '베버주의자'라 부를 수 있다면, 저는 베버주의자가 아닙니다. 제 최종 관심은 인간학적 불변 요소로서의 합리성이 아니니까요. 저는 '합리화'에 대해 말할 때 항상 절대적 이성의 가치를 가정하거나 모든 것들을 합리화 과정이라는 말에 끼워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합리화'라는 용어를 도구적이고 상대적인 의미에 한정지어야만 합니다. 대중 앞에서 행해지는 고문이 감옥에 누군가를 가두는 것보다 그 자체로 더 비합리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다만 형벌이 가져올 효과와 효용을 계산하고 형벌의 강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의 형벌적 실천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방식이 비합리적일 뿐이죠. 우리는 어떤 절대적 기준에 기대어 어떤 행위를 더 완벽한 형태의 혹은 덜 완벽한 형태의 합리성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실천들 혹은 실천들의 체계에 어떤 합리성의 형태가 각인되거 있는지, 이런 실천들의 체계 속에서 합리성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실천들의 특이한 조합을 사건화함으로써 사법진술과 진실진술의 다양한 체제로서 이를 가시화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당신도 보다시피, 이것은 지식의 역사에 관한 것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점증하는 합리성에 대한 분석도, 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행위를 지배하는 코드화의 인간학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는 진리와 거짓을 생산하는 체제를 역사적 분석과 정치적 비판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랬더니 질문자가 다시 이런 질문을 해요.

"당신이 막스 베버를 언급한 건 우연이 아닌것 같군요. 물론 당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당신의 작업에는 누군가가 현실을 설명하고자 할 때 분석을 마비시키고 침묵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념형'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

그랬더니 다시 푸코 왈, 

"당신이 말한 베버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군요. 도식적으로 말하면, '이념형'은 역사적 해석을 위한 범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후적으로 여러 종류의 자료들을 연결하려는 역사가들을 위한 하나의 이해의 구조이죠. 이념형은 역사가들로 하여금, 개인의 사유에 떠오르지 않거나 사라졌지만 그들의 구체적 실천을 가능케 하는 어떤 일반적 원칙들에 근거해 (예컨대, 칼뱅주의, 국가, 자본주의 기업 등의 본질 같은)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제가 형벌로서의 투옥이나 광기의 정신의학화 혹은 섹슈얼리티 영역의 조직 등에 내재한 합리성들을 분석하고, 그 실제 작동에서 제도는 합리적 도식이 순수한 형태로 적둉되는 장이 아니라고 강조했을 때, 그것이 이념형의 분석이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들, 기술들, 장치들, 이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이념형'이 아닙니다. 저는 상호 간에 절합되는 다양한 현실들의 전개와 상호 간의 놀이를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음...베버도 방법론의 학자이고, 푸코 역시 그러한데...... 언뜻 보기에 합리성과 권력(혹은 자본주의)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둘의 작업이 매우 유사해보이지만 (명식 후기의 제 댓글을 보시와요) 푸코는 베버의 방법과 자신의 방법은 엄청, 엄청,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거예요. ㅋㅋㅋ

자, 우리한테는 둘이 비슷하냐, 다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음................지금은 베버를 읽고 있기 때문에 베버의 특이적 관점을 잘 살펴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베버의 맥락을 잘 따라가고 베버의 맥락 속에서 베버의 개념들을 위치지어 봅시다.  

피에쑤: 위의 대담/토론 자료는 한 부 복사해서 복사기 옆에 놓을테니 필요한 분 복사해 가시와요^^

댓글 1
  • 2018-03-19 11:35

    아참... 명식과 지원은 예전에 <푸코효과> 함께 읽지 않았어나요? 위의 대담은 그 책에 실려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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