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모더니티> 4회차 후기

명식
2018-03-18 21:15
262

 자본주의와 모더니티 4회차 후기 (2018.3.14.)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베버는 이 책을 통하여 신교의 종교적 특징과 ‘자본주의 정신’이라 불리는 개념의 연관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 자체가 워낙에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내용 역시도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내용이긴 한데, 그럼에도 확실히 주의를 가지고 봐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개념의 특성이고, 다른 하나는 베버의 방법론입니다.
 ‘자본주의 정신’은 추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베버가 제시하는 그 특유의 개념입니다. 그것은 개인으로 하여금 그 직업과 직업을 통한 돈벌이를 의무이자 소명으로 여기도록 하는 하나의 윤리를 이름합니다. 베버에 따르면 자본주의적 경제는 고대부터 존재하여 왔으나 오직 이 자본주의 정신이 존재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는 근대 이전의 자본주와의 궤를 달리합니다. 현민이의 질문이 이것과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이 자본주의 정신이며, 이윤 추구 자체는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베버의 주장에 비해) 베버의 이론과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근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이윤 추구라고 본다. 그들은 근대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와 이전 시대의 이윤 추구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이에 대해 문탁샘과 뚜벅이샘은 허쉬먼의 책 <열정과 이해관계>를 언급하시면서 이전 시대의 금전욕이 어떤 열정, 정념에 따른 것이었다면 근대 자본주의의 성립과 함께 ‘이해관계에 따른 돈벌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출현한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언젠가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베버의 방법론에 대하여, 베버는 이 책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저 ‘정신’의 질적 각인과 세계로의 양적 팽창에서 종교적 영향이 과연 함께 작용했는지, 실제로 작용했다면 어느 정도로 그랬는지, 그리고 자본주의적 토대에 근거하는 문화의 어떤 구체적인 측면들이 종교적 영향으로 소급되는지가 확인되어야 할 뿐이다.”(138p) 베버는 이른바 역사의 매우 구체저인 요소들을 탐색하는데서 시작하여 한 시대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이념형’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네이버 현상학 사전은 베버의 이념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베버에 의하면 이념형이란 경험적 실재를 사유에 의해 정돈할 때에 사용되는 사유 구성체인데, 그것은 무한히 다양한 소여의 실재로부터 연구자의 가치 관심 내지 가치 이념에 따라서 그 일정 부분이 선택되어 그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 없고 개념 내용도 일의적인 명확함을 갖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이상적 상(유토피아)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현실(대상)의 단순한 모사, 그 평균형, 유개념 혹은 가치적 의미에서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한에서 이념형은 '일면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평가나 당위와는 직접 관계하지 않는다. <근대 자본주의>, <캘빈주의>와 같은 역사적 개체나 이념에 관한 이념형으로부터 <행위>나 <지배>의 유형들(순수형)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베버에 의하면 이념형의 역할은 그것을 수단으로 하여 연구 대상들의 색출 · 비교 · 측정 · 분류 등을 행하고 가설 구성이나 체계화에 방향과 지시를 주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념형 [理念型, Idealtypus] (현상학사전, 2011. 12. 24., 도서출판 b)“
 
 문탁샘은 이러한 베버의 이념형 개념과 푸코의 에피스테메 개념의 유사성을 말씀하시면서 푸코를 베버의 제자로 보는 견해를 말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흔히 우리가 대립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합리주의와 종교가 실은 강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관점에서도 베버와 푸코의 유사점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푸코는 규율권력을 통하여 둘을 짝짓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원이가 ‘문탁에서 요구되는 기업의 합리성’, 즉 실생활 속의 편의를 위한 생활 규율 등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는데. 여기서는 나카자와 신이치를 통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나카자와 신이치에 따르면 현대의 문제는 ‘현실의 합리적 사고 자체’, 즉 합리주의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을 살아가는데 실존적으로 어떻게든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본디 그러한 합리적 사고는 잠재적-영적-초합리적인 심연의 세계(신화적 사고)로부터 부상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진짜 문제는 그 심연의 세계와 현실의 합리적 사고를 잇는 연결망의 소실, 파이프 라인의 망각이라고 합니다. 즉 ‘나는 근대 자본주의와 합리주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하니까 일체의 규율적인 질서를 따르지 않을 거야. 청소도 안 하고, 일부러 지각할 거야.’는 옳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여러 이야기가 오갔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베버의 영향력이 워낙에 크다 보니 다른 거장들의 담론과 계속 연결시켜 읽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도 기대하겠습니다. 
댓글 5
  • 2018-03-18 22:58

    해제에 따르면 베버는 자본주의를 "우리 근대인의 삶의 운명을 가장 강력하게 결정하는 힘"으로 파악했다고 합니다.

    근대의 강력한 세계관으로 등장한 자본주의를 대학자들이 어떻게든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연구를 했다는 것이 

    저는 왜 새삼 놀라운 것인지...ㅜㅜ

    특히 좀바르트와 베버는 ( 짐멜은 아직 읽지 않았으니) 그냥 공식적으로 뚜드려 맞추는 것을 멀리했다는 것.

    말하자면 남다른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념형에 대해서는 해제에도 나와 있어요. 

    p553쪽에요^^

    해제가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신이치 얘기는 듣고 감탄하고 바로 사라져 버렸는데 후기에 적어줘서 다시 감탄했네요. ㅎㅎ

    후기 감사합니다.

  • 2018-03-19 08:02

    음...혹시 모를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 푸코와 베버의 관계를 다시 이야기보자면 ('이념형'이라는 베버의 개념과 '에피스테메'라는 푸코의 개념을 바로 비교하면 안돼요~~ㅇ^^),

    푸코가 근대 합리성들의 역사 (푸코는 17세기 '국가이성'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것이 바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근대적 통치성의 출발이라고 말해요)를 통해 합리성과 (규율)권력을 연결시키잖아요? 

    베버 역시 합리성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도출해내죠.  그러니까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부터 가장 불편한 것을 발견한 거죠. 이 점에서 둘의 접근방법은 매우 유사합니다.

    (실제 푸코를 읽어보면, 특히 권력이론 이후의 푸코-중기푸코-를 읽어보면, 어떤 사상가 보다 베버가 머리 속에서 가장 많이 떠올려져요.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ㅋㅋㅋ)

    사실 푸코가 분석하고 있는 근대 통치성의 역사는 베버의 연구대상, 시기와 겹치죠.  오토 힌츠는 근대 초기 프로이센의 '국가정신'이 베버의 '자본주의의 프로테스탄트 정신'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라고, 콜린 고든 글에 이렇게 써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는 자신이 베버주의자가 결코 아니라고 말했답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푸코가 베버주의자라니....ㅋㅋ)

    • 2018-03-19 08:13

      푸코를 적당히 다시 봐가면서 읽어야겠슴당. 감사합니다.

  • 2018-03-20 17:25

    이번 책은 확실히 합리성의 계보학으로 읽혀지네요.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합리성에 대한 양가감정을 정리했던 게 지난 셈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그 길로 가는 질문을 던져주었던 메모가 있었기에 가능했겠죠^^

  • 2018-03-21 00:24

    계보학도 방법론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정신을 사치에서 찾는 좀바르트에 이어 같은 정신을 사치와 정반대로 보이는 금욕에서 찾는 베버.

    저는 그 둘의 대비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만, 그런데 정말 이게 대비인 것 맞나...따져보고 싶은..마음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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